[World & Now] 기부는 '개인주의'가 옳다
기업이 앞장서는 한국과 달리
미국선 개인 기부가 일상생활
韓, 10대 경제대국 성과 불구
기부 지수는 전세계서 하위권
선진국에 맞는 문화 자리잡길
기자는 궁금했다. "왜 미국에서는 연말 기업들의 기부 소식이 신문에 소개되지 않을까?" 한국에서 12월이면 매일같이 대기업들의 기부 소식이 사진과 함께 실리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미국 대형 언론사 기자에게 그 이유를 물어봤더니 답이 신선했다. "기부는 뉴스가 아냐. 특히 기업의 기부는 연중 체계적으로 진행 중이지."
그렇다. 한국에서도 기부가 뉴스는 아니다. 그러나 기업의 기부는 연말에 집중돼 있고 특히 부각된다. 왜 그럴까?
우선 기부는 한국 기업에 '준조세'라는 시각이 많다. 일부 단체는 기업이 매출 중 얼마만큼 기부를 하는지 줄 세우기를 하고, 적다고 판단되면 사회공헌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적극 기사를 내고 알리는 게 필요하다.
하지만 준조세라는 시각은 미국에서도 완전히 틀린 얘긴 아니다. 미국 기업도 어느 정도의 사회공헌 압박은 받는다.
기자가 나름대로 찾은 답은 양국 간 기부문화 차이다. 한국에서는 '기업' 중심의 기부문화가 자리 잡았고, 미국은 반대로 '개인' 중심이다. 이미 개인이 일상생활처럼 하는 기부를 기업이 한다고 해서 큰 뉴스가 아닌 것이다.
또한 미국 기업은 기업 차원의 기부도 하지만, 개인 기부를 중요시하고 이를 독려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뉴욕 월가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 글로벌 기업은 직원 1인당 1년에 50시간 봉사를 하면 5000달러를 기부 용도로 해당 직원에게 지급한다. 이 직원이 실제로 외부 기관에 기부를 할 때면 이 기업은 5000달러를 추가로 매칭해 총 1만달러를 기부하도록 지원한다.
회사가 생색을 내기보다는 개인이 기부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보람을 느끼도록 설계한 셈이다. 개인의 기부가 훨씬 더 중요하고 효과가 크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부 행사는 미국에선 기업뿐만 아니라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되고, 웬만한 단체에서는 흔하게 일어난다. 특히 기부의 한 형태인 자원봉사는 뿌리 깊게 자리 잡았고, 자원봉사단체는 개인과 지역사회의 연결점으로 인식된다. 때로는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까지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기자도 체험한 바 있는 식사 배달 자원봉사 단체(Meals on wheels)의 경우 고령이나 병으로 조리를 못 하는 이들에게 식사를 무료로 배달해주는데, 이를 통해 홀로 사는 노인들의 고독사를 예방하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영국 런던에 위치한 자선지원재단(CFA)은 기부, 자원봉사, 낯선 이에 대한 도움 등 3가지 기준으로 매년 '전 세계 기부 지수'를 발표한다. 올해 전 세계 기부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 119개국 중 88위를 차지했다. 백분율로 계산하면 하위 26%에 해당한다. 국내총생산(GDP) 기준 한국이 전 세계 상위 10위 언저리에 있는 것과 비교하면 너무나 초라한 성적이다.
국격에 맞는 기부 선진국이 되기 위해 우리도 기부문화가 개인주의로 전환되기를 연말에 기원해본다.
[윤원섭 뉴욕 특파원 yws@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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