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희 선생님, ‘난쏘공’ 공감받지 못하는 곳에서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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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희 선생님은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건 소외받는 인간에 대한 지지와 격려라는 방향성을 안내해 준 깃발 같은 분이셨어요. 인권의 영역이 여성·성소수자 등 다양한 영역으로 퍼져있는 지금도 그 가르침은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직장에 다니면서 웹소설을 쓴다는 직장인 이준희(32)씨는 "대학 합격하고 고등학교 졸업식 날 처음 '난쏘공'을 읽은 후 진로를 문예창작과로 바꿔 지금까지 틈틈이 소설을 쓰고 있다. 조 작가가 타계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제 인생의 한 막도 끝났다는 생각이 든다"고 안타까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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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소 찾은 시민들 “제 삶의 깃발”
“조 작가가 남긴 질문들 여전히 유효” 난쏘공>
“조세희 선생님은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건 소외받는 인간에 대한 지지와 격려라는 방향성을 안내해 준 깃발 같은 분이셨어요. 인권의 영역이 여성·성소수자 등 다양한 영역으로 퍼져있는 지금도 그 가르침은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26일 낮 서울 강동경희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조세희 작가 빈소를 찾은 박상혁(50)씨는 고인과 그의 소설이 ‘인생의 깃발’이 됐다고 했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의 조세희 작가가 25일 세상을 떴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길게는 40여년 책장에 꽂혀 있던 ‘난쏘공’을 다시 꺼내보는 이들이 많다. 밑줄 그었던 나만의 한 문장을 찾아 에스엔에스(SNS)에 공유하거나, 작가가 말하려 했던 노동·빈곤·계급·장애의 부조리한 현실이 아직도 진행형이라는 사실에 안타까워 하며 빈소를 찾기도 했다.
빈소에는 26일 오전부터 시민 발걸음이 이어졌다. 박명기(57)씨는 “‘사람들은 옳게 보았다. 아버지는 난장이였다.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아버지를 보는 것 하나만 옳았다’는 문장처럼 조 작가는 당대에 가장 단문을 잘 쓰는 분이셨다. 항상 카메라를 들고 집회, 재개발 등 현장에 계셨던 분으로 기억한다”고 추모했다. 직장에 다니면서 웹소설을 쓴다는 직장인 이준희(32)씨는 “대학 합격하고 고등학교 졸업식 날 처음 ‘난쏘공’을 읽은 후 진로를 문예창작과로 바꿔 지금까지 틈틈이 소설을 쓰고 있다. 조 작가가 타계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제 인생의 한 막도 끝났다는 생각이 든다”고 안타까워 했다.
교과서 등을 통해 1978년에 책으로 묶여 나온 ‘난쏘공’을 알게 되고 영향을 받았다는 엠제트(MZ)세대도 많다. 직장인 박정환(31)씨는 “대학교 때 ‘난쏘공’을 읽으며 별반 달라지지 않은 사회에 억울해하고 분노했던 기억이 난다. ‘난쏘공’이라는 책이 공감을 얻지 못하는 곳에서 행복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추모와 함께 ‘난쏘공’의 현재성에 주목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빈소를 찾아 “‘난쏘공’은 80년대 우리에게 불평등과 부조리를 깨우쳐 준 소설이었다. 국민 대다수가 상대적 불평등과 박탈감을 느끼고 살아가는 지금, 조 선생님께서 지적한 우리 사회 과제의 폭은 훨씬 커진 것 같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에스엔에스(SNS)에 “조세희 선생님이 꿈꾼 세상은 여전히 우리 모두의 숙제로 남아있다”고 추모했다. 이날 노동조합법 2·3조 개정 단식농성에 참여한 조영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은 “‘낙원구 행복동’에 살지만 현실은 행복하지 않았던 비정규 노동자나 서민의 삶은 지금의 4050세대가 사회 문제에 눈을 뜰 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이다. 조 작가께 좋은 세상을 보여드리지 못해 송구하다”고 했다. 조건희(26)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별세 소식을 듣고 중학교 때 처음 읽은 난쏘공을 다시 읽어봤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혐오는 지금 더 노골화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난쏘공’이 우리 사회에 남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장애인 시위와 노동자에 대한 혐오를 보며 소설 속 난쟁이로 그려진 소수자에 대한 배제가 지금 시대에 더 극심해진 것 같다. ‘난쏘공’이 지금 상황에 더 잘 들어맞는다고 생각하는 이유”라고 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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