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 목숨 앗아간 포항 냉천, 하천부지 싹 없앤다

김정혜 2022. 12. 2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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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호 태풍 힌남노 내습 때 포항지역에 큰 피해를 일으킨 포항 냉천을 근본적으로 확 바꾸기로 했다.

물흐름을 방해한 교량을 높이 들어올리고, 둔치 운동시설을 물론 하천부지 자체를 완전 제거하기로 했다.

지난번 태풍때 냉천 물줄기를 막는 바람에 대형마트와 포스코 포항제철소, 주택가와 인근 공공기관 등을 초토화시켰다.

그러나 이 구간은 포항제철소 공장부지와 항만시설, 포항공항으로 이어지는 간선도로 때문에 확장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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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 국비 등 770억 들여 정비
물흐름 막은 교량, 하천 위로 '쑥'
운동기구 등 물 흐름 방해물도 '싹'
하천폭 축소 하류 차수벽 설치
상류엔 주민 숙원 항사댐 건설
경북 포항시 남구 동촌동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이마트 앞을 흐르는 냉천과 냉천교 모습. 다리 상판이 하천과 붙어 있어 태풍 힌남노 때 내린 많은 양의 빗물이 바다로 빠져 나가지 못해 범람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포항=김정혜 기자

제11호 태풍 힌남노 내습 때 포항지역에 큰 피해를 일으킨 포항 냉천을 근본적으로 확 바꾸기로 했다. 물흐름을 방해한 교량을 높이 들어올리고, 둔치 운동시설을 물론 하천부지 자체를 완전 제거하기로 했다. 동시에 하천폭이 급격히 좁아지는 냉천교 일대는 차수벽을 설치하고, 상류엔 주민 숙원사업인 항사댐을 건설키로 했다.

경북도와 포항시에 따르면 국비 631억4,000만 원, 도비 138억6,000억 원 등 770억 원을 들여 냉천을 근본적으로 바꾸기로 하고 본격적인 정비사업 설계에 나섰다. 통상 8개월가량 걸리는 사업설계도 내년 3월까지 끝내고 4월부터 착공할 계획이다.


냉천교·인덕교 재가설

우선 가장 큰 피해를 야기한 냉천교와 인덕교를 재가설한다.

냉천교는 포항시 남구 동촌동 포스코 포항제철소 3문 앞에 놓인 다리다. 지난번 태풍때 냉천 물줄기를 막는 바람에 대형마트와 포스코 포항제철소, 주택가와 인근 공공기관 등을 초토화시켰다. 당시 물길은 제방 위 3~4m 높이의 물마루를 이루며 주변지역을 덮쳤다. 이 때문에 대피하던 주민 1명이 숨졌고, 포항제철소에 천문학적인 피해를 야기했다.

냉천교 상류 950m 지점의 인덕교는 대형 인명피해의 원흉으로 지목된다. 인덕교에 상류에서 떠내려 온 나뭇가지 등이 걸리면서 냉천이 범람, 우방신세계아파트와 인접한 다른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했고 모두 8명이 숨졌다.

경북도는 냉천교와 인덕교가 500년 빈도의 폭우에도 물길을 가로막지 않도록 교각 사이를 넓게 하고 강바닥에서 높게 재가설하기로 했다.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일대와 하천 냉천을 가로지르는 인덕교 모습. 지난 9월 태풍 힌남노에 많은 비가 내렸을 때, 다리가 하천 바로 위에 놓여 있어 때 각종 쓰레기가 다리 틈에 걸려 물 흐름에 방해가 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포항=김정혜 기자

통수량 저하 원인으로 지목된 둔치의 운동기구 등은 물론 아예 하천부지 자체를 완전 걷어내기로 했다. 하천부지에는 ‘냉천 고향의 강 사업’으로 조성된 산책로, 꽃나무, 운동기구가 설치돼 있다. 또 일부 구간은 인근 주민과 포항제철소 직원 등이 사용하는 주차장도 있다.

냉천 고향의 강 사업은 2012년 국비 178억 원과 도비 35억 원, 시비 104억 원 등 총 317억 원을 투입해 지난해 10월 마무리한 하천 정비사업이다. 이전에도 폭우 때마다 각종 시설물 파손이 반복됐다. 정비사업 중 체력단련 기구와 파고라 등 시설물을 과도하다는 경북도 감사관실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포항시는 "정비사업 후 하천 통수량은 종전보다 더 늘었다"고 해명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고향의 강 사업도 홍수 발생 빈도에 맞게 설계했지만 큰 피해가 난 만큼 예상치 못한 기상상황에 대응해 치수 중심으로 재정비한다”며 “반드시 필요한 시설 이외에는 오로지 물만 흐르는 냉천으로 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냉천교에서 동해까지 폭이 급격히 좁아지는 하류 구간은 높이 1m 이상의 차수벽을 설치한다. 냉천은 상류에서 냉천교까지는 최대 폭이 150m로 강처럼 넓지만, 냉천교부터 오른쪽으로 급격히 꺾이면서 폭도 50~60m가량으로 좁아진다. 그러나 이 구간은 포항제철소 공장부지와 항만시설, 포항공항으로 이어지는 간선도로 때문에 확장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항사댐 건설도 다시 추진된다. 포항시는 지난 2016년 정부의 댐 희망지 공모 때 주민 동의를 받아 신청했지만, 잇따른 경주지진과 포항지진으로 붕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흐지부지됐다.

포항시 항사댐 건설 재추진 위치도와 현황. 그래픽=김문중 기자

포항시 관계자는 “(항사댐건설)총 사업비가 900억 원으로 예상됐고, 이번에는 환경부에서 19억8,000만 원을 편성했다”며 “예상을 뛰어넘는 비가 쏟아졌고 피해를 주민들이 간절히 원하고 있어 댐 건설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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