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MB정부 이후 처음으로 공공기관 정원 1만2000명 줄이기로···향후 채용 줄고 비정규직 늘 듯
정부가 향후 3년 간 1만2000명이 넘는 공공기관 정원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전체 공공기관 정원의 3%에 육박하는 수로, 코레일로지스는 정원의 3분의 1 이상이 사라진다. 정부가 공공기관 정원을 줄이기로 결정한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피하기 위해 퇴직 등의 사유로 자연감소하는 인원을 충원하지 않는 식으로 감원하기로 해 향후 공공기관 신규채용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 경비·보안·환경미화 등을 먼저 내보낼 것으로 보여 외주화에 따른 비정규직, 파견직 근무자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26일 최상대 2차관 주재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열고 이런 내용의 공공기관 혁신 계획 최종안을 상정해 의결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7월 ‘새정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을 공개한 후 이에 따라 예산, 자산, 복리후생 등 분야에서의 효율화 방안을 단계적으로 발표했는데, 이날 기능 및 조직·인력에 대한 효율화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총 5대 분야의 혁신 계획을 모두 확정했다.
정부는 향후 3년에 걸쳐 전체 350개 공공기관 정원 1만2442명을 감축키로 결정했다. 이는 총 감축 정원 1만7230명에 재배치 정원 4788명이 상쇄된 순감소 정원으로, 공공기관 전체 정원(44만9000명)의 2.8%에 해당한다. 순감소 정원을 연도별로 보면 내년에 1만1081명이 줄어들고 2024년 738명, 2025년에 623명이 차례로 줄어들게 된다. 정부는 정원감소에 따라 연간 7600억원 수준의 인건비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정원 축소는 2009년 이후 정부가 단행한 14년만의 공공기관 인력 감축이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에 따라 공공기관 정원을 전년도에 비해 1만9000명 가량 줄인 바 있다.
기관별로는 한국도로공사서비스의 정원(1041명)이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다. 한국철도공사(722명), 한전MCS(612명), 한국전력공사(496명), 우체국시설관리단(445명), 중소기업은행(IBK기업은행·390명) 등 순으로 감축 규모가 컸다. 정원 대비 감축 비율로는 철도공사의 자회사인 코레일로지스(35.3%)가 가장 컸다. 전체 정원 3명 중 1명이 줄어드는 셈이다.
감축 성격별로 보면 우선 공공기관 기능조정에 따라 전체 233개 기관에서 7231명의 정원이 줄어든다. 민간 및 지자체와 경합하는 기능은 축소되고 비핵심업무, 수요 감소 및 사업종료 사업, 유사 중복 기능 등과 관련된 인력이 줄어든 결과다. 가령 한전의 경우 현장 검침 인력을 전문 자회사로 돌리고, 조폐공사의 경우 기념메달 사업 등 핵심 기능과 무관한 사업은 폐지하는 식이다.
조직 및 인력 효율화 조치에 따라 288개 공공기관에서 4867명 인력이 감축된다. 소규모 조직은 대부서에 합쳐지고 성과가 낮은 지방 및 해외조직은 통폐합된다. 간부직 비율도 축소된다. 이에 따라 한국관광공사는 튀르키예와 중국 등에 있는 해외지사 3개소를 폐쇄하고 국내 지사 4개소는 2개소로 통합키로 했다.
또 기관의 정원이 현원보다 많을 경우 정원을 줄이는 방식으로 157개 기관에서 5132명의 인력을 감축한다. 기존 직원이 휴직하거나 퇴직하는 등 이유로 현원이 정원에 못미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정부는 육아휴직 등 주요 요인을 감안하고도 기관별로 상당 기간 정·현원차가 발생할 경우 이를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한국도로공사서비스는 정원 971명이 줄게된다. 한전MCS(440명), 우체국시설관리단(417명), 코레일로지스(296명) 등 기관에서도 수백명의 인력이 감축된다.
감축 정원 중 일반직 비중은 60%, 무기직은 40% 수준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만약 정원 조정으로 오히려 현원이 정원을 초과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퇴직이나 이직 등 자연 감소를 통해 2~3년 간 단계적으로 차이를 좁혀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이 같이 감축한 인원 중 일부를 핵심 국정과제 수행이나 필수시설 운영, 안전 분야 등에 재배치키로 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경우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인력이, 서부발전은 김포열병합발전소 운영 인력이 늘어난다. 이렇게 223개 공공기관에서 4788명의 인력이 충원된다.
각 공공기관은 혁신 계획을 확정하고 이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 및 직제규정 개정안을 이사회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최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내년부터 기관별 혁신계획 이행 실적을 분기별로 점검해 공운위에 보고하고 공공기관 경영평가 및 정부 업무평가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관련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를 내고 “이번 발표는 지난 8월 공공기관들이 제출한 6735명 감축안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유지·보수, 관리·보안 업무의 민영화·외주화가 다수 확인됐다”며 “특히 총정원 대비 감축비율로 볼때 무기직이 일반직의 4배에 달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피해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