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빌라왕'에 '건축왕'까지, 세입자 피해 구제에 만전 기해야
(서울=연합뉴스) 인천 미추홀구의 1개 동으로 이뤄진 '나홀로 아파트'에 사는 김모(43) 씨. 전세 보증금 9천만 원인 70㎡(21평) 규모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씨는 지난 9월 우편함 우편물을 보고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접했다. 아파트 대다수가 경매로 넘어가는 바람에 보증금도 받지 못하고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아파트 전체 세대를 소유한 임대인이 은행에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않고 세금도 체납하면서 벌어진 일로 알려졌다. 대출받은 1억 원의 금리가 13%로 올라 매달 원리금 150만 원까지 내야 하는 김씨는 집이 경매에서 낙찰돼 낙찰자가 집을 비우라고 하면 한겨울 추위에 어느 곳으로 가야 할지 막막한 심정이라고 한다. 연말 수도권에 이른바 '빌라왕'에 '건축왕'까지 '전세사기'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주택 1천139채를 보유한 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숨진 '빌라왕' 김모 씨보다 세입자들에게 더 큰 피해를 준 집주인도 여럿 있다 하니 말문이 막힐 뿐이다. 정부 당국은 '전세 사기'를 철저히 조사해 응분의 처벌을 하는 한편 세입자들의 피해 구제에 만전을 기하길 바란다.
26일 연합뉴스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받은 자료에 근거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빌라왕' 김씨는 HUG가 보유한 악성 임대인 명단 중 사고 금액으로만 따졌을 때 8위였다고 한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보증기관에 대신 갚아달라는 신청이 들어온 보증사고 액수를 기준으로 봤을 때 빌라왕 김씨의 경우 모두 171건에 총 보증사고 금액은 334억 원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보증사고 금액은 박모 씨로 293건 계약에 646억 원이었다. 박씨 다음으로는 정모 씨가 254건 계약에 보증금 600억 원을 돌려주지 않았고, 3위 이모 씨는 286건 계약에 581억 원을 떼어먹은 것으로 드러났다. HUG가 파악한 상위 30위 악성 임대인들이 낸 보증 사고 건수는 3천630건으로 금액은 무려 7천584억 원 규모였다. 더욱이 빌라왕 김씨의 경우 HUG 보증보험에 가입된 나머지 김씨 관련 세입자 440명이 아직 전세 기간이 만료되지 않아 보증 사고가 '예고'된 상태라고 한다. 김씨 사례가 이럴진대 다른 상위 악덕 임대인들의 경우도 세입자들의 전세 기간이 만료되지 않아 보증 사고가 단지 '시간문제'인 사례가 허다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피해자들의 경우 사실상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인 보증금을 고스란히 날리게 됐으니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이런 가운데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빌라왕 사건 관련)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전세사기를 벌인 임대인 등 5명을 입건했다"며 "현재까지 피해액 170억 원을 확인하고 건축주와 분양대행업자 등 관련자를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천에서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327채 260억 원대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이른바 '건축왕'이라 불리는 건축업자 A씨와 공범 4명의 구속영장이 지난 23일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 재판부는 A씨 등에 대해 "기만행위가 있었는지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이날 "주범 등의 구속영장 재신청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경찰은 단 한 명의 억울한 세입자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전세 사기' 사건의 전모를 철저히 파헤치기를 바란다. 이와 함께 국토교통부 등 관계 당국도 강추위가 몰아닥친 세밑에 피해 세입자와 가족이 거리에서 추위에 떠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존의 대책을 세밀하게 다듬는 한편 추가 지원 방안 마련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고금리, 부동산 가격 추락과 함께 경제 상황이 더욱 어렵다는 내년에는 '전세 사기' 피해자가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 당국은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고 면밀하게 상황을 파악해 기민하게 대처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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