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레몬법’ 손본다···차 교환·환불 ‘조정제’ 도입키로
결함이 있는 차량의 교환·환불제도인 이른바 ‘한국형 레몬법’이란 자동차 교환·환불 중재제도가 개선된다. 제도 시행 3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유명무실’했다는 지적이 많아서다. 이에 정부는 제조사·소비자의 중재가 열리기 전 조정 절차를 도입해 보다 적극적으로 합의를 도출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2019년 1월 도입한 차 교환·환불 중재제도의 현황을 분석해 제도 개선에 나선다고 26일 밝혔다.
중재제도는 차량의 하자 발생 시 제조사에 교환·환불을 요청하고, 분쟁 발생 시 중재를 통해 해소하도록 하는 제도다. 앞서 미국에서 1975년 제정된 소비자보호법의 별칭을 따 ‘한국형 레몬법’이라고도 불린다. 영미권에서 결함이 있는 차량을 지칭하는 속어 ‘레몬’에서 따온 말로, 오렌지(정상)인 줄 알고 샀는데 알고 보니 레몬(불량)이었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이 제도에 따라 자동차 소비자는 신차 구입 후 1년 이내(주행거리 2만㎞ 이내)에 중대결함 2회, 일반 하자 3회, 수리기간 30일이 넘는 결함 등이 증명되면, 한국교통안전공단 산하 안전·하자심의위원회를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
이번 국토부 개선안은 ‘조정’ 제도를 추가하는 게 골자다. 안전·하자심의위의 기존 중재 기능에 더해, 대안 제시 등 제조사·소비자 간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있으나 마나”한 제도라는 비판을 해소하려는 목적이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레몬법 시행 이후 지난 10월까지 접수된 교환·환불 등의 요청은 총 1830건이다. 이 가운데 교환 111건, 환불 124건, 기타 보상 346건이 이뤄졌는데 대부분 소비자와 제조사가 중재절차 도중 합의해 이뤄진 것들이다. 안전·하자심의위의 최종 중재 판정으로 교환이나 환불이 이뤄진 사례는 각각 5건뿐이다.
국토부는 “중재제도는 제도의 성격상 교환 또는 환불 판정만 가능하고 최종 판정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며 적극적인 합의안 제시가 불가능해 제도개선 요청이 있어 왔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에 따라 중재 이전에 조정 절차를 통해 신속히 분쟁을 해결하고, 교환이나 환불 판정 외에 보상, 수리 결정도 가능하도록 내년 상반기 중 조정제도 도입방안을 마련한 후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교환·환불 요건 ‘자가진단시스템’을 구축해 중재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지역 순회 중재부’를 설치해 비수도권 거주자의 접근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소비자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중재 판정사례도 공개하기로 했다. 아울러 자동차 소유자 외 가족이나 대리인도 중재절차를 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변호사 등 법적 대리인이 차량 소비자들의 집단 보상요청을 대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정부가 자동차 제조사와 소비자 간 ‘정보 비대칭’을 적극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은 계속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의 하자를 제작·설계 결함이라고 판단해 줄 기관이 국내에 전혀 없는 상황이고 제조사를 제외하고는 그만한 장비 등 인프라를 갖춘 곳도 없다”며 “정부를 제외한 민간 기관에서도 차량의 결함을 객관성 있게 파악할 수 있도록 인프라·장비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 교수는 “레몬법이 적용된 중재 사례만 공개할 게 아니라, 신청을 했다가 못 받은 사례까지도 공개를 하는 등의 적극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리스·장기렌트 차량도 교환·환불 중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리스·장기렌트 차량의 실질적인 이용자들도 교환·환불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지난해 발의했으나, 아직까지 소관 상임위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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