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보다 훨씬 열악"..자사고 학부모들 교육청 달려간 이유
"일반고와 달리 자사고는 책걸상 같은 기자재부터 에어컨·화장실 시설이 모두 낡아서 아이들이 힘들어해요. 학교 현장에서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작 교육청 지원은 열악하니 안타깝죠."
"올해 수해가 났을 때도 자사고는 별 다른 지원을 못 받았어요. 자사고는 교사 인건비나 일반계정을 빼면 학생들에게 쓸 수 있는 돈이 없다고 봐도 무방해요."
서울 시내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학부모들이 26일 서울시교육청을 항의 방문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보전금'을 미지급하는 등 자사고에 대한 지원을 의도적으로 묵살하고 있단 이유에서다. 학부모들은 조희연 교육감의 무리한 자사고 반대 정책이 학생들의 교육기본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하면서 즉각적인 지원 정상화를 촉구했다.
서울시 자사고 학부모 연합회(자사연)는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울시교육청을 찾아 조 교육감과의 면담을 요구하면서 자사고에 대한 사회통합 미충원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권장혁 자사연 회장은 "교육청이 2014년부터 해당 지원금을 주지 않는 등 법령에 따른 교육행정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교육감의 직무 유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2014년부터 자사고와 외고 등 교육청 재정지원 없이 직접 신입생을 뽑아 운영하는 학교를 지원하는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보전금을 지급하지 않아 논란을 샀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등은 자사고·외고가 입학정원의 20%를 기초생활수급자 같은 교육 취약계층으로 선발하게 강제하고 있는데, 정원 미달 등 이로 인한 손해를 교육당국이 책임지는 차원에서 해당 지원금을 주고 있다.
자사고와 외고에 있어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보전금은 학교 운영에 상당히 요긴한 예산이다. 자사고나 외고는 학생 입학·수업료가 운영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매년 사회통합전형에서 정원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입시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지역 6개 외고 지원결과 사회통합전형 경쟁률은 0.51대 1로 미달이 났다. 자사고의 경우 0.31대 1에 불과했다.
자사고와 외고 학부모들은 서울시교육청이 의도적으로 자사고와 외고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 시내 자사고 2학년 학부모 최모씨는 "일반고 교육 인프라가 자사고나 외고보다 훨씬 좋다"며 "화장실 개선사업 관련해 교육청에 문의했었는데 자사고라 안된다고 취소된 적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육감이 취임한 2014년부터 미충원 보전금이 나오지 않은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비롯됐다는 얘기가 학부모들 사이에서 나온다. 학부모 최씨는 "(조 교육감이) 특목고, 자사고에 부정적인 시각이 있어서 힘을 빼는건데 그렇다고 학업성취 등 측면에서 9년 간 공교육 정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교 내부에서도 관련 불만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가뜩이나 학령인구 급감과 고교 전면 무상교육 시행 등으로 학생 충원에 어려움이 커지는 상황에서 강도 높은 자사고 폐지 정책 드라이브로 재정 결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 숭문고등학교는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를 놓고 벌인 소송에서 이기고도 이 같은 이유로 지난해 자사고에서 일반고 전환을 결정했다.
권 회장은 "서울시교육청이 사회통합 미충원 지원금을 즉시 지급하지 않으면 감사원 감사 청구, 국가권익위원회 제소, 학생과 학부모가 연합한 교육감 퇴진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내년도 미충원 보전금 지급 등 지원방향을 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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