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이 끝낸 법조기자단 소송, 아직 헌법재판소 남았다

정철운 기자 2022. 12. 2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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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뉴스타파·셜록 "평등권·언론의자유·결사의 자유 침해"
여전한 '차별적 취재 지원'에 인권위는 "차별 대우 말아야" 의견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미디어오늘 그래픽.

14일 두 언론사가 서울고등검찰청 1층 기자실에서 법조기자단 가입을 위한 소견 발표에 나섰다. 결과는 '정족수 미달'로 가입 실패. “기존 법조기자단에 누가 되지 않도록 배가의 전진과 노력을 거듭하겠다”며 갖은 미사여구를 붙여도, 42개 언론사 259명의 기자로 구성된 법조기자단(12월 기준)은 여전히 공고한 벽이다.

차별은 눈앞에서 반복된다. 한겨레 법조팀 기자는 '법조기자단에 있다는 것'이란 제목의 22일자 칼럼에서 “대법정에서 노트북으로 변론 내용을 받아치는데, 먼저 와서 줄을 섰던 비출입사 기자들이 일반 방청석에 앉아 휴대전화로 내용을 받아치는 모습을 보니 민망했다. 출입사라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적었다. 서울중앙지법 법정에선 출입기자들만 노트북을 이용해 공판 내용을 기록할 수 있다. 비출입사 기자들은 휴대전화로 받아치거나 수첩에 적어야 한다.

기자단 문제는 법조에 국한되지 않는다. 2014년 당시 TV조선은 서울지방경찰청 기자단 가입에 계속 실패하자 “기자단은 뚜렷한 이유 없이 다섯 번씩이나 기자단 가입을 거부했다. 정정당당한 조건에서 경쟁해야 할 언론계 풍토에서 높은 장벽을 쳐 놓고, 아무 이유 없이 타 언론사 진입을 가로막는 행태야말로 한국 언론에서 가장 비판받아야 할 어두운 구석”이라며 시경 기자단을 공개 비판했다. TV조선은 2019년 4월, 15번의 도전 끝에 기자단 가입에 성공했다.

미디어오늘은 법조기자단이 갖는 폐쇄성이 언론자유를 침해한다는 문제의식에 서울고등법원을 상대로 출입증발급 등 거부처분 취소소송에 나섰다. 기자단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차별적 취재지원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공익소송이었다. 고법은 2020년 12월 미디어오늘의 서울법원종합청사 기자실 사용 신청 및 출입증 발급신청에 “출입기자단 간사에게 문의하라”고 답변했고, 미디어오늘은 소송에서 이 같은 답변이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2021년 11월 서울행정법원은 1심 판결에서 “피고(고법)는 종국적으로 아무런 결정도 하지 않은 채, 사실상 출입기자단 가입이 선행돼야 출입기자 표식을 발급하고 청사 내 기자실 사용도 허락해주겠다는 취지의 거부처분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기자실 사용허가 및 출입증발급 허가는 출입기자단의 판단에 맡길 수 없고, 피고 스스로 재량권을 행사해 결정해야 한다”며 거부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7월 “피고는 이 사건 회신으로 원고가 출입기자단과 협의를 마칠 때까지 이 사건 신청에 대한 최종적 의사 결정을 연기하거나 보류한 것”이라며 취소할 거부처분이 없다고 판단했다. 1심은 처분성을 인정해 본안 판단에 나섰던 반면, 항소심은 처분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본안 판단을 하지 않았다. 쉽게 말해 소송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는 것. 대법원은 1일 항소심 판단에 손을 들어줬다.

▲헌법재판관들의 모습. ⓒ연합뉴스

법원의 판단은 끝났지만 아직 헌법소원이 남았다. 미디어오늘·뉴스타파·셜록은 2021년 3월14일 서울고등검찰청으로 인해 헌법 11조 평등권, 헌법 제21조 언론의자유와 결사의 자유가 침해되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헌법재판소는 법원과 달리 곧바로 본안 판단에 나서며 헌법상 기본권 침해 부분을 들여다 보게 된다. 대법원과는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다. 만약 위헌 판결이 나올 경우, 법조기자단에 속하지 못한 언론사들은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나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월 서울고등법원장과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에게 “언론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 보호를 위해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발급 등 언론사 취재 지원 서비스 제공에 있어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 대우를 하지 않도록 관행이나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인권위 판단은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미디어오늘 등은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에서 “기자로서 서울고등검찰청에 기자실 사용과 상시 출입증을 발급받기 위해선 법조기자단에 속해야 하고, 이 같은 모임의 가입을 강제하는 것은 소극적 결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기자실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보도자료를 받지 못하고 공식 브리핑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고, 이는 국가기관이 국민 모두에게 공개하는 정보에의 접근이 차단당하는 것으로 언론기관의 취재 활동에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게 된다”며 “취재 활동에 대해 기존의 법조기자단 기자들과 청구인들을 차별 취급하는 것이어서 평등권을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미디어오늘 등은 “법조기자단은 임의단체로서 그 설립에 어떠한 법적 근거는 없으며, 검찰청과 법원으로부터 기자실을 제공받고 있으나, 기자실 제공 또한 법령상의 근거는 없다”며 “피청구인의 이 사건 거부행위와 청구인들의 언론의자유 등 기본권 제한은 법률에 근거가 없는 것이어서 기본권 제한의 법률유보원칙을 위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된 공권력 작용으로 인해 기본권을 제한당하고 있는바, 이는 그 형식에 있어서 헌법상 정당화되지 않는 제한이므로, 청구인들은 언론의 자유 등 자신들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당하고 있다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향후 헌법재판소 판단은 한국언론만의 특수적 구조라 할 수 있는 기자단 운영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대검찰청 앞. ⓒ연합뉴스

서초동 소재 검찰청과 법원 기자실에 출입할 수 있는 법조기자단에 가입하려면 6개월간 최소 3명의 인력으로 법조팀을 운영하며 법조 관련 기사를 보도해야 하고, 6개월 뒤 보도 내역을 제출하면 법원·지검·대검 기자단이 투표를 실시한다. 재적인원 3분의2 출석과 과반수 이상 찬성이면 기자실 출입이 허용되는데, 대법원 1진 기자실에서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투표 과정에선 어떠한 객관적 평가나 기준도 없다. 거부 이유 역시 고지되지 않는다.

기자단이 기자의 취재를 방해할 때도 있다. 한겨레 기자는 앞선 칼럼에서 “지난 4월 대검 기자실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김건희를 구속하라'는 펼침막을 든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이 들이닥쳤다. 이들이 외치는 구호를 열심히 받아쳤다. 그런데 기자단 관계자가 기자실 밖으로 나와달라고 수 차례 연락해 왔다. 기자들이 모두 빠져야 방호원들이 '상황 정리'에 나설 수 있다는 논리였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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