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3사 CEO 교체기 온다…확연한 '온도차'
유·겸임으로 10년 계획 세운 SKT
미디어 사업 강조하는 LGU+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가 올해와 내년 최고경영자(CEO) 교체기를 앞두고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서고 있다.
당장 내년 교체 시기를 앞둔 KT는 구현모 대표의 연임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내후년 교체기에 앞서 내년 한해 뚜렷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과제 앞에 섰는데, 양사 CEO의 사내 입지는 다소 온도차가 있다는 분석이다.
KT 구현모 연임 여부에 '촉각'
26일 통신3사의 최근 분기 보고서를 보면 구현모 KT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정기 주주총회),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와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의 임기는 내후년 3월까지다. 이들의 거취는 '계획상' KT의 경우 올해 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내년 말에 윤곽이 나오는 구조다.
현재 구 대표는 최근 대표이사 후보 심사위원회의 연임 적격 평가를 받은 뒤 경선 절차를 자처하면서 해당 과정을 거치고 있다.
올해 경영 성과가 우수했기에 경선을 자처할 정도로 자신이 있다는 분석이다. KT의 올 3분기까지 연결 기준 누적 매출은 19조671억원으로 전년대비 4.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조5387억원으로 18.1% 늘어났다.
그러나 경선 후보에 대한 정보나 관련한 일정은 현재까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이런 까닭에 구 대표의 연임 혹은 교체가 결정되는 시점이 해를 넘기는 것 아니냔 관측도 나온다. 내년 경영 구상은 확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구 대표는 내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전시회 'MWC'에 기조연설자로 나서기로 하면서 지속 경영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MWC 기조연설은 변화를 가늠할 키워드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CEO가 교체될 가능성이 커지면 KT의 MWC 기조연설자도 변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임 가능성 높은 SKT…장기 비전 제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CEO 교체 시기는 분기 보고서 기준으로 1년가량 여유가 있다. 임기 만료일이 2024년 정기 주주총회일(3월)까지로 기재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CEO의 현재 사내 입지를 보면 미묘한 온도차가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유 대표의 경영이 이어질 분위기이지만, LG유플러스는 그런 상황까진 아니어서다.
실제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최근 SK그룹 인사에서 SK텔레콤 CEO를 '유임'하고 SK브로드밴드 대표도 겸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과 미디어 사업 부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는 점을 보면 신임을 얻고 있다는 얘기다.
경영 성과도 괜찮았다. SK텔레콤의 연결 기준 3분기 누적 매출도 12조9105억원으로 전년보다 3.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조3576억원으로 16.7% 늘어났다.
이에 따라 유 대표는 인공지능(AI)을 가장 큰 키워드로 내세우고 장기전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9월 유영상 대표는 'SK텔레콤 뉴스룸'에 게재한 '다음 10년에 대한 고민'이란 제목의 CEO칼럼에서 이같은 구상과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는 "최근 5년간의 SK텔레콤의 전략이 새로운 산업에 활발히 진출하는 '다각화'(Diversification)였다"며 "향후 10년의 성장 스토리는 통신업을 재정의하여 BM(비즈니스모델)을 혁신하는 'AI 대전환'(Transformation)"이라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지난달 'AI컴퍼니'로 전환을 가속화하는 전략을 발표한데 이어 최근 단행한 조직개편을 통해선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조도 갖추기 시작했다.
AI 전략 컨트롤타워인 '에이닷(A.) 추진단'과 기존 사업을 AI로 전환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담당할 '디지털 혁신 CT'(CDTO), 기술·인재·기업투자를 통해 AI 역량을 확보하는 'AIX'(CTO)란 조직 등을 통해 AI 컴퍼니로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설명이다.
LG유플러스, '미디어'로 승부
LG유플러스의 황현식 대표는 내년 미디어 부문에서 성과를 낼 작정이다.
지난달 통신업계에서 가장 먼저 단행한 조직개편을 통해 그 의지를 보였다.
CCO(최고콘텐츠책임자) 조직 내 콘텐츠 제작 전문 조직인 'STUDIO X+U'를 두고, 산하에 콘텐츠 제작을 전담하는 '콘텐츠제작센터'를 신설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당시 LG유플러스는 "미디어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콘텐츠 제작을 중심으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며 "전문 인재 영입과 파트너사 투자를 지속 확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사업자 인수와 관련해선 구체적 언급을 아끼고 있어 당장은 IPTV 등 자체 콘텐츠 역량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과 같은 경영 성과는 개선해야 한다.
LG유플러스는 연결 기준 3분기 누적 매출이 10조2954억원으로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고, 영업이익은 3.2% 감소한 7947억원이었다. 물론 통신과 방송 등 핵심 사업 실적이 모두 개선됐고, 일회성 인건비가 수익성 약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는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비용을 관리하면 영업이익에서 성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최근 강조한 미디어 사업 등을 통해 매출 덩치를 더욱 키우고 이와 함께 내세울 수 있는 특별한 경영 성과가 연임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훈 (99r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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