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안 따랐던 박건우-손아섭, 2023년은 가치를 다시 한번 증명할 때
올해 스토브리그는 열리자마자 광풍이 몰아쳤다. 양의지 등 굵직한 포수 자원들이 거액의 조건에 계약을 하면서 FA 시장 규모도 커졌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같은 광풍은 올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가장 가까운 지난해에도 거액의 돈이 FA 시장에 오갔다. 지난해 나성범이 원소속구단 NC와 작별하고 KIA와 6년 총액 150억원에 계약했다. NC는 박건우와 6년 100억원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추가로 손아섭도 4년 64억원에 데리고 왔다. 두 명의 FA 총액만 따지면 164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두 명 모두 올해 크게 웃지 못했다.
손아섭은 개막 후 21타석 연속 무안타 침묵에 빠지며 좀처럼 제 페이스를 찾지 못했다. 4월8일 LG전이 되어서야 안타를 가까스로 뽑아내며 슬럼프에서 벗어났다.
NC는 개막 초반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양의지가 코로나19 여파로 개막 엔트리에 합류하지 못했고 투타의 조화가 어긋나면서 최하위에서 허덕였다.
손아섭 역시 개인 성적은 물론 팀 성적으로 두 배의 스트레스를 받았다. 5월 한 달 동안 타율 0.343으로 제 이름 값을 하면서 살아났지만 계속 이어가지 못했다. 7월에는 늑골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기도 했다. 시즌 최종 타율은 0.277이었다. NC 역시 시즌 막판 5강 싸움을 벌이다 6위에 그쳤다.
박건우는 팀이 부진했던 개막 후 한 달 동안에도 타격감이 좋았다. 4월까지 25경기에서 타율 0.351을 기록했고 5월에도 3할대 타율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불의의 부상이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허벅지 부상으로 6월1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돼 꽤 오랜 시간 동안 재활에 힘썼다. 그리고 7월12일 두산전에서야 복귀전을 치렀다.
박건우는 복귀한 날부터 4타수 3안타를 몰아쳤고 규정 타석을 채워가면서 타격왕 경쟁에 끼어들었다. 하지만 키움 이정후(0.349), 삼성 호세 피렐라(0.342)에 이어 시즌 최종 타율 0.336으로 이 부문 리그 3위에 그쳤다. 부상으로 빠져있던 시간이 아쉬울 따름이다.
어찌보면 손아섭과 박건우 모두 불운한 시즌이었다. 이제는 다음 시즌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들의 역할이 더 막중하다. NC는 타선의 중심이었던 양의지가 떠났다. 손아섭과 박건우가 이 빈 자리를 채워줘야 한다.
게다가 팀내 FA 자격을 얻은 권희동, 이명기와는 계약을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전했다. NC는 김성욱이 군 제대 후 돌아오는 데다가 젊은 외야수들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새로 영입한 외인 타자 제이슨 마틴의 포지션도 외야수다. 손아섭과 박건우가 중심을 잡아야 새 외인 타자와 젊은 외야수들도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손아섭은 이번 시즌을 마치면서 다음 시즌을 위해 체력 보강을 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올해도 138경기나 뛰었지만 내년 시즌에도 풀타임 출장을 하려면 겨우내 체력을 다지는 과정이 중요하다.
박건우는 부상 없이 올시즌의 타격감을 이어간다면 다시 한번 타격왕에 도전해볼 수 있다. 2017년 타율 2위(0.366), 2021년 5위(0.325), 그리고 올해 3위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타격감을 꾸준히 이어왔기 때문이다. 타이틀 언저리에서만 머물렀던 박건우가 내년에 욕심을 더 낸다면 NC 역시 다음 시즌 전망이 밝아질 수 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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