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배상안, ‘재단이 대신 지급’ 윤곽…반발 불보듯

김소연 2022. 12. 2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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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피해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을 통해 일본 기업이 피해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위자료'를 대신 지급하는 안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양국 대립이 길어지고 일본이 좀처럼 기대했던 움직임을 보이지 않음에 따라 2018년 10월 대법 확정 판결로 일본 기업이 피해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위자료를 재단이 대납하는 내용의 '선제 조처'를 취하기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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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동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3일(현지시각)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한국 정부가 ‘피해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을 통해 일본 기업이 피해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위자료’를 대신 지급하는 안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와 지원단체들의 극심한 반발이 예상된다.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26일 오전 10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만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등을 논의했다. 양국 외교 당국 국장급 협의는 지난달 24일에 이어 한 달 만에 열렸다.

회담 후 일본 외무성은 자료를 내어 “지난달 일·한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일·한 간 현안의 조속한 해결을 도모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양국은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강제동원) 문제를 포함한 일·한 관계 전반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서 국장도 이날 외교부 민관협의회 내에서 이뤄진 논의와 피해자들의 입장 등 한국 쪽의 전반적인 상황을 설명하며 △일본의 사죄 △배상금 마련에 피고 기업 참여 등 일본 쪽의 ‘성의 있는 호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회담 뒤 기자들과 만나 ‘일본 쪽의 성의 있는 호응이 미흡해 협상이 길어지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측면도 있다. 일본 쪽이 한국에 (강제동원 배상 해법에 대해) 어떤 메커니즘에서 어떻게 추진해 나갈 것인지 등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일본 쪽에 피해자들이 요구해 온 사죄와 기금 참여 등 ’성의 있는 호응’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양국 대립이 길어지고 일본이 좀처럼 기대했던 움직임을 보이지 않음에 따라 2018년 10월 대법 확정 판결로 일본 기업이 피해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위자료를 재단이 대납하는 내용의 ‘선제 조처’를 취하기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재단은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어 정관에 ‘피해자 배상’에 관한 문구를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정부 협상이 가속화 되고 있는 만큼, 재단이 사전 준비 차원에서 절차를 밟아 나가는 것으로 이해한다”며 “민간협의회에서 (배상금) 변제 주체를 재단으로 하자는 내용으로 의견이 수렴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병존적 채무 인수(채권자의 동의 유무와 관계없이 제3자가 채무자와 약정을 맺고 일단 채무를 변제하는 것) 등 구체적 방법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와 재단 주변에서 나오는 말을 모아 보면, 한국이 우선 재단을 통해 먼저 위자료를 지급한 뒤 일본의 성의 있는 대응을 얻어내는 쪽으로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그에 따라 이 문제는 ‘양국 합의문’이 아닌 한국 정부가 먼저 해법을 발표하고, 이에 대해 일본 정부가 ‘성의 있는 호응’ 조치를 내놓은 방식으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국이 합의문을 발표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해법에 대해 발표하면 일본이 그것에 대한 ‘성의 있는 조치’를 발표하는 형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현금화 문제를 해결하면, 일본이 이를 보고 후속 조처를 취하는 구도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 방안을) 발표하기 전에 모든 피해자의 동의를 구하면 가장 바람직하지만 피해자들의 의견이 다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들의 입장을 잘 알고 있다. 정부 안이 발표되고, 한 사람 한 사람 만나 이해를 구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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