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치매, 이젠 조기 진단ㆍ치료 가능해지나?
치매는 기억ㆍ언어ㆍ판단력으로 대표되는 뇌의 인지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질환이다. 치매 가운데 70% 정도를 차지해 가장 흔한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 환자는 65세 이상에서 67만 명을 넘어섰다(대한치매학회, 2021년 기준). 2010년과 비교하면 10년 새 3.2배가량 증가했다. 2040년에는 치매 환자가 2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ㆍ일상생활 수행 능력은 있지만 기억력 등 인지 기능이 뚜렷하게 감퇴된 상태)’ 환자도 벌써 254만 명이 넘었다.
그동안 알츠하이머병 발병 원인은 ‘아밀로이드-베타(Amyloid-β)’ 가설로 많이 설명됐다. 이 가설은 병원성 아밀로이드 섬유 응집체(plaque)가 연쇄적 작용으로 인해 뇌혈관 주위에 쌓이면서 병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가설에 의문이 많이 제기되면서 정확한 발병 원인은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듯했다.
2003년 이후 18년간 새로 승인된 치매 치료제도 전혀 없었다. 국내에서는 도네페질ㆍ아세틸엘카르니틴 등 치매 증상을 늦추는 기존 약물 적응증도 잇따라 삭제되면서 환자 선택지도 크게 줄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1월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 제약사가 공동 개발한 ‘아두카누맙(제품명 아두헬름)’이 미국식품의약국(FDA) 판매 허가를 받았다. 아두카누맙은 항(抗)아밀로이드-베타 항체 치료제로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이 뭉치는 것을 예방하는 작용을 한다.
하지만 아두카누맙 효능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고, 국내에선 아직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효능 부정확성과 부작용 등을 이유로 아두카누맙의 승인을 철회했다. 이 와중에 다국적 제약사 로슈가 개발한 간테네루맙도 3상 임상시험에 실패해 치매 환자들을 실망시켰다.
그런데 지난달 바이오젠과 에자이 제약사가 공동 개발한 치매 신약 후보 ‘레카네맙(Lecanemab)’의 3상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됐다. FDA는 ‘임상 치매 척도’를 27% 정도 개선했다는 레카네맙의 3상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내년 1월 판매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레카네맙도 효능이 뚜렷하지 않은 데다 임상시험 중 목숨을 잃은 사례도 없지 않은 것이 문제다.
또한 지금 처방되고 있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증상을 늦추는 데 그치고 있기에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일 때 진단해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현재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자기공명영상촬영술(MRA) 등 고비용을 들여 뇌를 직접 진단하는데 혈액으로 쉽게 알아내는 방법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혈액에 존재하는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을 찾아내 진단하는 것이다.
또한 뇌에서만 유래하는 엑소좀(Exosome)만 선별해 치매 여부를 확인하는 ‘뇌 유래 엑소좀 치매 진단 키트’도 개발되고 있다. 엑소좀은 우리 몸의 모든 세포가 만드는 아주 작은 구형 나노 입자로, 혈액ㆍ소변ㆍ침ㆍ뇌척수액 등 체액에 널리 퍼져 존재한다.
엑소좀 속에는 세포에서 유래된 단백질ㆍ지질ㆍ유전자 정보가 가득 담겨 있어 다른 세포에 특정 신호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또한 정상적일 때 나오는 엑소좀과 병에 걸렸을 때 나오는 엑소좀 특성이 달라 진단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치매 신약과 조기 진단 기법이 속속 개발되고 있어 섣불리 낙관하기는 어렵지만 머지않아 ‘효능이 뛰어나고 부작용이 적은’ 제대로 된 치매 치료제와 조기 진단 키트가 개발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감출 수 없다.
다만 아직 치매는 치료되지 않는 질환이기에 예방에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치매 예방을 위해서 혈압ㆍ혈당ㆍ콜레스테롤 조절, 적정 체중 유지, 유산소운동, 금연, 절주, 충분한 수면 등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는 치매 예방을 위해 ‘치매 예방 수칙 3·3·3’운동, ‘진인사대천명’ 운동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면 좋다. 치매 예방 수칙 3·3·3 운동은 △3가지 권장(운동ㆍ식사ㆍ독서) △3가지 금지(절주ㆍ금연ㆍ뇌손상 예방) △3가지 행동(건강검진ㆍ소통ㆍ치매 조기 발견) 등이다.
‘진인사대천명’ 운동은 △[진]땀나게 운동하고 △[인]정 사정없이 담배를 끊고 △[사]회 활동을 많이 하고 △[대]화와 대인 관계를 많이 하고 △[천]박하지 말고 적당히 술을 마시고 △[명]을 길게 하는 항산화 성분과 오메가-3가 많이 든 음식을 먹자는 것 등이다. 치매는 운동·식습관 등 건강한 생활 습관만 유지해도 34%나 감소하기에 40~50대부터 예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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