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이혁 "콩쿠르, 경연 아닌 페스티벌처럼 즐겨··· 음악은 평생 배우는 것"

박준호 기자 2022. 12. 2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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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티보 콩쿠르 이후 많은 연주회를 했지만, 급격하게 변한 건 없어요. 어느 한 날 콩쿠르에서 1등을 하고 다음 날 다른 콩쿠르에서 2등을 하든 상에 연연하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콩쿠르를 경연의 장이 아닌 하나의 페스티벌로 생각하고 과정 자체를 즐깁니다."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가 높은 콩쿠르인 롱티보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공동 우승했다는 소식을 알린 지 한 달, 피아니스트 이혁은 이미 당시 분위기에서 빠져나온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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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더 위너스'로 佛롱티보콩쿠르 우승 후 첫 국내 무대 서
남다른 체스 사랑도 드러내··· "순수 한국 그랜드마스터가 목표"
피아니스트 이혁이 26일 서울 서초구 스타인웨이홀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쇼팽의 영웅 폴로네이즈를 연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롱티보 콩쿠르 이후 많은 연주회를 했지만, 급격하게 변한 건 없어요. 어느 한 날 콩쿠르에서 1등을 하고 다음 날 다른 콩쿠르에서 2등을 하든 상에 연연하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콩쿠르를 경연의 장이 아닌 하나의 페스티벌로 생각하고 과정 자체를 즐깁니다.”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가 높은 콩쿠르인 롱티보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공동 우승했다는 소식을 알린 지 한 달, 피아니스트 이혁은 이미 당시 분위기에서 빠져나온 모습이었다. 그는 2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더 위너스’ 공연을 앞두고 26일 스타인웨이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상을 탔다고 음악가 삶에서 달라지는 건 없다고 말할 수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 정장과 구두 대신 셔츠에 청바지, 스니커즈의 편안한 차림으로 등장하며 이미 여러 부담감을 털어버린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피아니스트 이혁이 26일 서울 서초구 스타인웨이홀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쇼팽의 영웅 폴로네이즈를 연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세한 콩쿠르 준비과정을 알려 달라는 질문에 그는 “굉장한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면서도 “준비 과정에서 새로운 레퍼토리, 다양한 작곡가의 곡을 익히는 재미가 크다”고 말했다. 참가자들도 경쟁보다는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뭉쳐서 서로 응원해주고, 자신의 순서가 끝나고 다른 참가자들의 연주를 들으면서도 배우는 점이 많다고. 최근 또래 연주자들이 잇따라 해외 콩쿠르에서 입상한 데 대해서는 “한국 연주자들의 열정이 깊어서 열심히 노력하기에 좋은 성과가 당연하다”며 “클래식이 점점 대중화되며 따라온 현상”으로 해석했다.

그는 이번 우승자 콘서트 콘셉트로 열리는 이번 ‘더 위너스’ 공연에서 롱티보 콩쿠르 결선에서 연주했던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디토 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롱티보 콩쿠르 이후 첫 국내 공연이다. 이혁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라며 “프로코피예프의 다른 곡들과 달리 암울하고 비극적이고 그로테스크하다. 그의 암울한 시기에 만들어진 이 곡의 특징을 열 손가락으로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고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콩쿠르건 연주회건 상관없이 같은 곡에 같은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피아니스트 이혁이 26일 서울 서초구 스타인웨이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가 말하는 음악적인 목표도 하나하나 최선을 다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이혁은 “음악은 목표보다는 평생 친구 삼아서 배우는 거라고 생각한다. 음악가로서 꿈은 ‘무궁무진한 피아노 레퍼토리를 죽는 날까지 공부하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한편 이혁은 음악 못지 않게 체스를 즐기는 걸로 유명한데, 올 여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체스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는 체스가 ‘취미 이상’이라며 “순수 한국인 체스 그랜드마스터가 없는데, 도전해보고 싶은 큰 꿈이 있다”며 만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체스가 논리적인 면은 물론 대국 1회에 4시간 이상 걸리는 만큼 체력적 면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이혁은 말했다. 일반적인 클래식 음악가들과 달리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등의 활용도 적극적이다. 특히 어릴 때부터 유튜브에 자신의 연주를 녹화해 올리며 소통해 왔다. 이혁은 “관심 갖고 댓글을 달아주시면 감사한 일”이라며 “음악을 들어준다는 자체가 중요하다. 청중이 없으면 음악가는 직업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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