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재촉하자 중국 쪽서 전화가…” ‘비밀경찰서’ 소문 식당 가보니

곽진산 2022. 12. 2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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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절대 못내, 어림도 없지. 손님이 오는 걸 본 적이 없어."

지난 25일 오후 2시께 한국 내 중국의 '비밀경찰서'라는 의혹이 불거진 서울 송파구의 중식당 근처에서 만난 한 가게 주인은 "이런 일(비밀경찰서 논란)이 생기기 전부터 이상하긴 했다. 어떻게 몇 년간 유지하고 있는지 신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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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변 수상시설내 대형 중식당…적자에도 폐업 안해
중 관영통신 연계 미디어사업가 중국인, 식당 실소유
주한 중국 대사관 “의혹 터무니 없다” 전면 부인
중국 비밀경찰서로 지목된 송파구의 한 중식당.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월세 절대 못내, 어림도 없지. 손님이 오는 걸 본 적이 없어.”

지난 25일 오후 2시께 한국 내 중국의 ‘비밀경찰서’라는 의혹이 불거진 서울 송파구의 중식당 근처에서 만난 한 가게 주인은 “이런 일(비밀경찰서 논란)이 생기기 전부터 이상하긴 했다. 어떻게 몇 년간 유지하고 있는지 신기했다”고 말했다. 주변 상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 식당의 월 임대료는 3000만원에 달하는데 일부 단체 손님을 제외하면 식당에 손님이 찾아오는 걸 거의 보지 못했다고 한다. 이날 주말인 낮 시간대에도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사용하는 중식당의 넓은 공간은 텅 비어있었다.

중식당은 2017년 말 설립해 이듬해부터 본격 영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2018년 한해 영업손실 2억3000만원을 기록했고 2019년에는 6억8600만원으로 영업손실이 크게 확대됐다. 2019년 기준으로 부채(13억1900만원)가 자산(5억5900만원)의 두배를 넘어, 자본잠식 상태였다. 그런데 식당은 코로나 사태 이후로도 문을 닫지 않았고 현재까지도 운영 중이다. 이곳 식당은 지하 1층에 직원들 숙소도 마련해 놓고 있다.

이 식당을 포함한 유선장 임대인은 올해 8월 ㅅ사에서 ㅁ사로 바뀌었다. 기존에 운영하던 ㅅ사가 경영난에 빠지면서 2021년 경매에 넘어간 뒤 ㅁ사가 그해 6월에 낙찰받았다.

ㅅ사가 경영난에 빠진 데에는 이 중식당이 임대료를 내지 않은 영향도 있었다. ㅅ사 관계자는 <한겨레>에 “월세를 안 냈는데 어떻게 버티겠나. 1년에 낼 세금만 1억원”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중식당은 1층 공사를 핑계로 안전검사를 회피한 채 월세를 내지 않을 명분만 만들어서 시간을 끌어왔다. 우리가 월세 내라고 하면 중국 쪽 관계자들한테 연락이 와서 ‘원만하게 합의해라’라는 식으로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고 말했다.

ㅁ사로 영업권이 넘어간 뒤로는 ㅁ사가 이 식당과의 계약 관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현재 명도소송이 진행 중이다. ㅁ사 쪽은 “명도소송이 진행 중”이라고만 짧게 답했다. 다만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수상기획과 관계자는 “우리는 사업권을 가진 ㅁ사와 허가를 두고 논의할 뿐”이라며 “개별 식당에 대해선 관리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식당은 중국 비밀경찰서 논란이 불거진 이후 폐업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나, 1월 한 달간 인테리어 공사를 위한 임시휴무일 뿐 문을 닫는 것은 아니라고 누리집을 통해 밝혔다. 다만 현재 이 식당 누리집은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 식당의 등기부등본 등을 보면, 식당 실소유자는 미디어 사업을 운영하는 중국 국적의 왕아무개(44)씨다. 이 식당의 인력 채용도 왕씨가 소유한 미디어그룹(HG문화미디어)에서 이뤄진다. 왕씨가 운영하는 미디어그룹의 본사는 국회 앞 대로에 있는 건물 9층이다. 식당은 2020년 12월 이 건물에 추가로 지점 등록을 했다.

왕씨는 이 미디어그룹 운영과 별개로 중국 관영통신 매체인 ‘신화망’의 한국채널 지점도 등록해 운영해왔다. <신화통신>이 창설한 온라인 뉴스포털 ‘신화망’ 한국어판을 보면, 최근 백지시위 촉발 계기가 된 시진핑 주석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옹호하는 <신화통신>의 기사들이 번역돼 올라와 있다. 그러나 신화통신 한국지사 쪽 관계자는 “왕씨는 신화망 한국채널의 대표를 맡은 적이 없고 광고판매대행을 1년간 맡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한국 내 비밀경찰서 운영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중국대사관은 지난 23일 대변인 명의로 “‘해외경찰서’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힌 데 이어, 26일에도 “완전히 터무니없이 조작된, 의도적인 비방”이라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대변인은 이날 “사실의 진실을 외면하고 근거 없이 구실을 잡아 고의적으로 중국의 이미지를 훼손시키고 중한 관계의 여론 분위기를 악화시키는 것에 대해 우리는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한다”고 했다.

※ 27일 오전 9시45분 수정. 등기부등본엔 왕아무개씨가 신화망의 한국채널 지점을 설치했다고 돼있으나, <신화통신> 한국지사 관계자가 이날 오전 “왕씨는 신화망 한국채널의 대표를 맡은 적이 없고 광고판매대행을 1년간 맡았을 뿐”이라고 알려와 본문에 표현을 수정하고, 한국지사 쪽 해명을 추가했습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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