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교체' DB하이텍, 분사논란 의식했나…'팹리스' 키우기 본격화

장유미 2022. 12. 2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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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브랜드사업부, 조기석·황규철 '투톱' 체제로 전환…최창식, 12년 만에 물러나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소액주주들의 반대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팹리스(반도체 설계) 사업 부문 분사 작업이 중단됐던 DB하이텍이 12년 만에 수장을 교체했다. '세대교체'와 더불어 미래 먹거리인 '팹리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각자 대표 체제 전환과 함께 새 수장을 세웠으나, 올해 초 불거졌던 분사 작업 논란이 대표 교체에 영향을 준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왼쪽부터) 조기석 파운드리사업부 대표이사 사장, 황규철 브랜드사업부 대표이사 사장 [사진=DB하이텍]

DB그룹은 26일 정기 인사를 통해 DB하이텍을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하고, 조기석 부사장을 파운드리사업부 대표이사 사장, 황규철 사장을 브랜드사업부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 신임 대표이사들은 내년 초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12년 3월부터 DB하이텍을 이끌었던 최창식 부회장은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신 앞으로 DB하이텍의 반도체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게 된다.

조 신임사장은 1964년생으로 서울대에서 금속공학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4년 동부종합기술원에 입사한 뒤 DB하이텍 설립 초기부터 반도체 분야에서만 일해왔다. 2022년부터 영업 및 생산 총괄을 맡아왔다.

황 신임사장은 1964년생으로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자공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올해부터 DB하이텍 브랜드사업본부 사장을 역임했다.

DB하이텍은 웨이퍼 수탁 생산 및 판매를 담당하는 파운드리 사업과 디스플레이 구동 IC 제품을 설계·판매하는 브랜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인사를 통해 DB하이텍은 사업부별 역량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각각 반도체 제조와 설계를 담당하는 만큼 기술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시너지 효과를 낼 방안도 모색할 방침이다.

특히 DB하이텍은 올 들어 설계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며 본격적인 수익 구조 다변화에 나선 모양새다. 삼성전자 출신인 황 대표를 올 초 영입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황 대표는 지난 1990년 삼성전자 입사 이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시스템LSI 사업부에서만 30여년을 재직했다. 또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상품기획그룹장,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제품개발팀장, 영업팀장, 전략마케팅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더불어 황 대표는 고속 인터페이스, 저전력·박막 기술 등의 개발을 주도하며 2002년부터 이어진 삼성전자의 DDI 글로벌 점유율 1위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DB하이텍은 황 대표를 영입할 당시 브랜드사업본부장 직급을 종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높여 권한을 더 부여했다. 또 기술개발실에 팀을 추가로 신설하는 등 조직 일부 개편을 단행했다. 브랜드사업본부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에 해당하는 DB하이텍의 팹리스다.

황 대표는 그동안 총괄 본부장 역할을 맡아 올레드용 DDI 등 자체 브랜드 개발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랜드사업부 매출액은 3천억~4천억원으로 전체 연간 매출에 20% 수준에 불과하지만, DB하이텍은 황 대표 영입을 기점으로 팹리스를 별도로 성장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DB하이텍 부천 캠퍼스 외부 전경 [사진=DB하이텍]

DB하이텍은 8인치(200mm) 웨이퍼 기반 파운드리 특화 기업이지만, 2007년부터 모바일·TV 디스플레이 화소를 조절해 색상을 표현하는 DDI 등 일부 제품을 직접 설계해 자체 브랜드로 만들고 있다. 현재 국내외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에 액정표시장치(LCD)용 및 올레드용 DDI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특히 LCD용 DDI보다 단가가 높은 올레드용 DDI 공급을 확대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DB하이텍이 이처럼 브랜드사업부를 키우는 것은 시장 성장성 때문이다. 시장 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레드용 DDI 출하량은 올해 12억9천만 개에서 2028년 17억6천만 개로 6년간 연평균 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힘입어 DB하이텍은 당초 브랜드사업부를 연내 분사 시켜 독립법인으로 출범하려는 계획까지 세웠으나, 소액주주의 반발로 무산됐다. DB하이텍은 산업 특성상 고객사 유치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파운드리와의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으나, 주주들은 기업 가치가 하락하고 주주 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크다고 반대했다. 실제 물적분할이 알려진 지난 7월 12일 주가는 하루 만에 15.7%나 빠졌다.

이에 일부 소액주주들은 같은 달 28일 비영리단체인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을 설립, 주주명부 열람과 등사를 요구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태가 장기화 할 가능성이 커지자 결국 DB하이텍은 분사를 안 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당시 DB하이텍은 "파운드리 사업과 브랜드사업 각각의 전문성 및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의 전략 방향이란 점에서 브랜드 분사를 검토했으나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며 "일반주주 보호정책 입법 절차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분사를 추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검토 작업을 중단키로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해 DB하이텍은 이번에 최 부회장 대신 '세대교체' 명분을 내세워 새로운 인물로 각자 대표를 세웠다. 이를 통해 내년 8인치 파운드리 경기 둔화 대비에도 나설 전망이다. 경기침체로 IT 수요가 줄어들고 있고 이에 따라 팹리스와 파운드리 업황도 어려운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DB하이텍의 위기감은 수주 규모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DB하이텍의 3분기 수주 잔액은 총 1억523만 달러로 전분기보다 약 14%가 줄었다. DB하이텍의 수주잔액이 감소한 건 2020년 1분기 이후 11분기 만이다.

2019년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던 실적도 내년에는 하락세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가는 내년 DB하이텍의 연간 매출액이 1조4천385억원, 영업이익은 5천40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6.7%, 33% 감소하는 것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거시경제 악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이슈가 커지면서 IT 수요가 줄어들고 있고, 팹리스와 파운드리 업황도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라며 "실적은 당분간 하향 트렌드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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