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점프 커튼콜] ‘난장이’ 없는 세상 꿈꿨던 작가 조세희 별세

정혜선 기자 2022. 12. 2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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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작가 스티븐 킹은 부고 기사를 쇼가 끝난 뒤 배우들이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서 인사하는 '커튼콜'에 비유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을 직시할 수 있게 해준 저자 조세희 작가가 지난 12월 25일 향년 80세의 나이로 별세 했다.

조세희 작가의 별세 소식에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조세희 작가는 1942년 경기도 가평에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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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 등 애도 이어져
196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등단
작가 된 이후 10년간 작품활동 멈춰
1975년 <칼날> 발표를 시작으로 ‘난쏘공’ 연작 시작
[서울경제]

■ 라이프점프 ‘커튼콜’은···

유명 작가 스티븐 킹은 부고 기사를 쇼가 끝난 뒤 배우들이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서 인사하는 ‘커튼콜’에 비유했습니다. 부고 기사는 ‘죽음’이 계기가 되지만 ‘삶’을 조명하는 글입니다. 라이프점프의 ‘커튼콜’은 우리 곁을 떠나간 사람들을 추억하고, 그들이 남긴 발자취를 되밟아보는 코너입니다.

“아버지가 꿈꾼 세상은 모두에게 할 일을 주고, 일한 대가로 먹고 입고, 누구나 다 자식을 공부시키며 이웃을 사랑하는 세계였다. 그곳에서는 아무도 호화로운 생활을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지나친 부의 축적을 사랑의 상실로 공인하고 사랑을 갖지 않은 사람네 집에 내리는 햇빛을 가려버리고, 바람도 막아버리고, 전깃줄도 잘라버리고, 수도선도 끊어버린다.”

산업화의 그늘에서 신음하는 도시 빈민층의 삶을 그려낸 작품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하 난쏘공)에 나오는 글귀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을 직시할 수 있게 해준 저자 조세희 작가가 지난 12월 25일 향년 80세의 나이로 별세 했다.

조세희 작가의 별세 소식에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은 “조세희 선생님이 꿈꾼 세상은 여전히 우리 모두의 숙제로 남아있다”며, “우리 세대는 ‘난쏘공’을 읽으며 우리 사회의 불평등하고 비인간적인 모순을 직시하고 약자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사회의식과 실천 의지를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세희 작가는 1942년 경기도 가평에서 태어났다. 서라벌예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6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돛대없는 장선>이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보통 등단하면 바로 활동을 시작하는 여느 작가들과 달리 그는 10년간 작품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1975년 <칼날>을 발표하며 주목받기 시작한다. 이때 발표한 <칼날>은 난쏘공 연작의 첫 작품이기도 하다. 이후 <뫼비우스의 띠>(1976), <우주여행>(1976),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1976), <육교 위에서>(1977), <은강 노동가족의 생계비>(1977),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1977),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1978) 등 4년여에 걸쳐 난쏘공 연작을 발표한다. 그렇게 발표한 12편의 단편을 묶어 1978년에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란 소설집을 단행본으로 처음 출간했다.

이미지=이성과 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는 서울시 낙원구 행복동 무허가 주택에 사는 난장이 가족과 주변 인물들이 나온다. 조 작가는 이 인물들을 통해 1970년대 한국사회의 최대 과제인 빈부와 노사의 대립을 극적으로 묘사하며 산업화의 그늘에 신음하는 도시 하층민의 삶을 그려냈다. 이 작품은 1978년 출간된 이후 올해 7월까지 320쇄를 돌파해 누적 발행 부수가 약 148만 부에 이른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온 지 40여 년이 넘었는데도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여전히 서울시 낙원구 행복동에 사는 난장이네 가족의 이야기가 공감을 얻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생전 조 작가는 한 인터뷰를 통해 이 책이 여전히 많이 읽히는 것에 대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거나 “아직도 청년들이 이 책의 내용에 공감한다는 게 괴롭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난쏘공’으로는 사회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아서일까. 조 작가는 어느 순간 펜을 내려놓고 카메라를 집어 들고 노동자들의 집회 현장을 찾아다니며, 활자로 그려냈던 약자들의 삶을 렌즈에 담아내려 했다. 이제 ‘난쏘공’을 우리 곁으로 보내준 그는 없지만, 우리 사회의 ‘난장이’가 사라질 때까지 그의 ‘난쏘공’은 우리 곁을 지킬 것이다.

정혜선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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