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스태프가 밝힌 '아바타2' CG 뒷이야기…"최고의 작업 환경" [인터뷰]
"예산 제약 없이 작업에만 집중…아티스트로서 꿈의 환경"
"나비족 얼굴, 호랑이 참고해 분노 등 표정 변화 작업"
영화 ‘아바타: 물의 길’(감독 제임스 카메론, 이하 ‘아바타2’)의 CG 작업에 참여한 두 한국인 스태프 웨타FX의 최종진 CG 슈퍼바이저와 황정록 시니어 아티스트는 26일 오전 화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오로지 작업의 완성도에만 집중할 수 있던, 아티스트로서 앞으로도 만나기 힘들 정말 좋은 환경에서 일했다”며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의 작업을 회상했다.
두 사람은 개봉 12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파죽지세 흥행몰이 중인 ‘아바타2’의 CG 작업 뒷 이야기를 생생히 전했다.
지난 14일 한국에서 전세계 최초 개봉한 ‘아바타2’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2009년 혁신적 기술력으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현재까지 역대 세계 영화 흥행 순위 1위를 기록 중인 ‘아바타’ 이후 13년 만에 선보인 후속편이다. 판도라 행성에서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 분)와 네이티리(조 샐다나 분)가 이룬 가족이 겪는 무자비한 위협과 살아남기 위해 떠나야 한 긴 여정과 전투, 견뎌내야 할 상처에 대한 이야기다.
‘아바타2’는 13년 만에 눈에 띄게 진보한 기술들을 총동원해 실제 자연보다 더 실제같고 아름다운 장면 예술을 스크린에 구현했다는 평이다. 미세한 나비족 캐릭터들의 표정 변화, 실제 물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실감나는 물결, 사물의 텍스쳐로 192분 내내 체험의 감동을 선사한다.
‘아바타2’에서 CG 작업 전반의 관리를 맡은 최종진 CG 슈퍼바이저는 ‘혹성탈출’, ‘어벤져스’, ‘아이언맨’ 등 다수의 대작들에 참여한 전문가다. ILM을 거쳐 현재 웨타 FX에서 일하고 있다. 황정록은 제이크 설리, 키리, 토노와리 등 CG 캐릭터들의 얼굴 작업을 담당하는 페이셜 아티스트 업무를 담당했다. 최종진 슈퍼바이저와 마찬가지로 ILM에서 경력을 쌓았고,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에서 ‘워 크래프트’,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트랜스포머3’ 등에 참여했다.
먼저 최종진 슈퍼바이저는 “13년 만에 선보이는 최대 규모 속편에 참여해 영광이다. 처음 영화를 시작했을 땐 엔딩 크레딧에 제 이름이 나오면 가족들이 눈물을 흘렸던 기억인데 오래 일하면서 내가 무슨 영화를 했는지 잊어버릴 정도였다”며 “이번에 ‘아바타2’를 맡으니 가족들과 부모님이 매우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하셨다”고 회상했다.
그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의 작업은 이번이 처음인데 예산으로 인한 큰 제약 없이 현존하는 모든 기술을 활용해 비주얼에만 집중할 수 있던 흔치 않은 기회였다”며 “한 장면 장면에 아티스트들의 영혼이 깃들어있는 작품이다. 보통 영화엔 정말 멋진 핵심 장면(히어로 샷)과 히어로 샷들 사이를 연결하는 덜 멋진 필러샷이 있는데 ‘아바타2’는 모든 장면이 히어로샷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정성을 기울인 영화”라고 강조했다.
영화 자체가 세상에 나오는덴 13년이 걸렸지만, 기술 준비를 마친 후 본격 작품 제작에 들어간 시간은 2년 정도였다고 한다. 황정록 아티스트는 “그 긴 작업기간동안 캐릭터의 얼굴을 집중해 연구하고 개발할 수 있어서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라며 “페이셜 작업은 2019년부터 시작했는데 얼굴에만 3년 가까운 시간을 들여 작업한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특히 현존하는 영화감독 통틀어 CG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아도 손색이 없다고 했다.
최종진 슈퍼바이저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눈높이가 높다는 건 전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실제 작업해보니 CG 전문가인 우리보다 아는 게 더 많다는 인상을 받았다. 처음부터 정확한 디렉팅을 받았고 큰 수정사항 없이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황정록 아티스트 역시 “오롯이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신 감독님께 존경을 표한다”며 “아티스트들이 수평적 위치에서 감독과 소통하며 작업할 수 있는 건 쉽지 않은 경험이다. 그 덕분에 좋은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고 찬사를 보냈다.
그는 “나비족의 특징이 눈은 인간보다 크고 코와 입 등은 동물 같은 구조다. 실제로 제이크 설 리가 극 중 분노하는 얼굴 표정을 만드는 과정에서 호랑이가 미간을 찌푸리는 장면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70세가 넘는 배우 시고니 위버는 14세의 키리를 연기했는데 캐릭터와 배우의 나이 차이를 메우기 위해 ㅤㅈㅓㄼ은 시절 시고니 위버의 모습을 레퍼런스로 참고했다. 쉬운 작업은 아니었지만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배우와 캐릭터를 연결시킬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수중을 표현하는 작업에도 방대한 데이터와 기술이 투입됐다. 최종진 슈퍼바이저는 “예전에는 빛이 물결을 통과해 반사돼 사물에 맺히는 장면을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웠다. 13년이 지난 지금은 하드웨어의 성능이 좋아지고 회사들이 자체 랜더러를 개발해 거의 실제 수준에 가깝게 구현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며 “물을 표현해내기 위해선 엄청난 양의 시뮬레이션 데이터가 필요했는데 전작인 ‘아바타1’과 비교했을 때 ‘아바타2’에선 약 18배에 가까운 규모의 데이터가 들어갔다”고 말했다.
한국의 창작자들이 해외에 진출해 활약을 펼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는 현상에 대한 견해도 들어볼 수 있었다. 최종진 슈퍼바이저는 “코로나19가 제작업계를 어렵게 한 점도 많았지만, 한편으론 OTT란 플랫폼이 부각되는 등 기회를 제공해준 면도 있다”며 “제작비가 늘어나고 기술이 정교화하면서 CG의 수요도 높아졌다. 예전엔 한 회사가 CG작업의 처음과 끝을 다 담당했는데 요즘은 여러 회사가 동시에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의 진입장벽이 예전보다 낮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과거엔 해외 미술대학을 나와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지원하는 방식이 많았는데 요즘은 한국에서만 공부하신 분들도 포트폴리오가 좋으면 해외와 원격으로 함께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황정록 아티스트 역시 “화상 회의 등 소통 수단이 발전하고 아티스트들이 감독, 제작사와 수평적 위치에서 소통할 수 있게 된 변화도 한몫했다”고 거들었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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