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이니즘'이 전세계 한데 묶어 … 권력의 독점 사라질 것
인종 등 현재 네트워크 힘잃고
개인의 가치가 더욱 빛 발할것
가상화폐 신뢰도 바닥 떨어져
남몰래 토큰발행 못하게 막고
거래소 육성해 기회로 바꿔야
"웹2 기업은 사용자와 주주의 목소리가 충돌하면 주주 입장에 설 수밖에 없다. 블록체인이 각광받은 이유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가 자본이 되고, 주식회사가 네트워크로 대체되는 흐름을 실제로 구현하는 것이 관건이고 이 과정에서 웹2, 웹3 논쟁은 중요하지 않다."
한국 법조계에서 블록체인 분야 최고 전문가로 통하는 이정엽 서울회생법원 판사(사법연수원 40기)는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2021~2022년 이어진 가상자산·대체불가토큰(NFT)에 대한 시장 과열과 냉각 과정에서 잊힌 패러다임 변화와 혁신의 본질을 이렇게 진단했다.
이 판사는 미래 네트워크사회의 지배이념으로 '블록체이니즘'을 제시한 주인공이다. 권력의 독점을 피하면서 주식회사를 통해 가치를 생산하는 시스템으로는 풀 수 없는 더 큰 가치의 해결점을 모색하는 개념이다. 이 판사는 "'블록체이니즘'은 세계화나 신자유주의와는 다른 방식으로 지구의 문화를 하나로 통합할 것"이라면서 "이는 과학의 발전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과도 같다"고 말했다.
최근 웹3.0, 블록체인, NFT 등으로 설명되는 크립토 생태계에 대해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가상자산 열풍을 타고 급등한 가상화폐, NFT 가격이 2022년부터 잇달아 폭락하면서 '빙하기'에 접어든 모양새다. 여기에 2022년 4월 스테이블코인 테라·루나 사태를 시작으로 11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붕괴, 12월 글로벌 P2E(돈 버는 게임) 선두주자 위메이드의 가상화폐 위믹스의 한국 거래소 상장폐지 등 굵직한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생태계 신뢰에도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이 판사는 "우리가 보기에 사회규범을 안 지키고 이상한 행동을 한 사람들이 부자가 되면 (해당 기술과) 사회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다만 시장의 위기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판사는 "한국이 블록체인 생태계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거래소를 육성해야 하고, ICO(가상화폐공개)를 규제 틀 안에서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그는 "재단이 몰래 토큰을 발행해서 유통하는 등 발행량을 속이는 행위는 사기이자 범죄"라면서 "이와 같은 문제를 방지하고 ICO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신탁회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에서 불법인 가상자산을 활용한 P2E와 관련해서 그는 "점진적으로 규제를 풀어주되 과열되면 중간에 여러 장치를 둬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면 될 일"이라면서 "게임에 대한 보상이 사회적인 가치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나쁜 퀘스트를 규제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보에 가치를 부여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앞으로 현존하는 네트워크보다 수천만 배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컴퓨터 사이언스의 발달이 이를 실현하는 기술을 제공할 것이고, 수천만 개의 네트워크로 융합된 사회가 바로 네트워크정보사회라는 설명이다. 블록체이니즘은 네트워크정보사회를 만드는 설계도와 같은 개념이다.
이 판사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그가 태어난 국가의 도움 없이도 자신의 가치를 알릴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낸다"면서 "인종, 국적, 성별, 나이, 학력수준, 재산수준, 직장 등 현재 네트워크는 소멸하거나 가치가 줄어들고, 인간이 의식적으로 만들어낸 다양한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록체이니즘'이 가져오는 여러 효과 중 화폐와 금융자본, 은행의 혁신에 대해 반발의 목소리도 상당하다. 전통적인 자본 역시 궁극적으로 자본 뿐 아니라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인지하면서다.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여러 규제가 정보의 독점을 통한 권력의 독점을 유지하는 작용을 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 판사는 "부의 독점, 권력의 독점을 피하면서 주식회사를 통해 가치를 생산하는 시스템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더 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블록체인 혁신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이 판사는 법조계·블록체인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학회인 블록체인법학회 설립을 주도하고 초대 회장직을 맡고 있다. 이 판사는 "빠르게 변하는 기술에 한국이 따라갈 수 있도록 국내 법률가, 전문가들이 건전한 생태계를 위한 토론의 장을 만들자는 취지로 구성된 네트워크"라고 설명했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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