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른 동네서 또 난리”…‘10m 꼼수’ 논란, 은마추진위 민폐시위
남의 동네 한남동서 한달째 시위
법원제동 걸자 교묘히 피해 재개
이들은 법원이 시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자 금지 반경에서 ‘10m’ 떨어진 곳으로 장소를 옮겼다. 한남동 주민들과 상인들이 여전히 피해를 입고 있는 셈이다.
26일 주민 제보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은마 재건축 추진위 측은 국책사업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의 수정을 요구하며 지난달 12일부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나 해당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을 제쳐 두고, 노선 변경 협의와 무관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이 있는 한남동 주택가에서 시위를 한달째 계속했다.
‘남의 동네’에 사는 기업인의 집 인근에서 시위를 벌이며 ‘진짜 주민’에게 피해를 입히고 입혔다.
200~300여명으로 구성된 시위 참가자들은 남의 동네에서 과격한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팻말을 든 채 주택가를 행진했다. 시위 과정에서 확성기까지 동원했다.
시위대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위는 직장인들이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시간대에 진행됐다.
현대건설과 한남동 주민 대표 등은 이에 시위 금지 및 현수막 설치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제51민사부(부장판사 전보성)는 지난 9일 시위 금지 및 현수막 설치 금지 가처분 신청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은마 재건축 추진위 등 일부 주민들의 한남동 주택가 시위와 관련해 사생활 보호와 평온을 저해하는 행위 대부분을 금지시켰다.
법원 결정으로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 측은 정의선 회장 자택 반경 100m 이내에서 소음 유발 및 명예 훼손 현수막 게시가 금지됐다.
정 회장 자택 반경 250m 이내에서 근거 없는 비방성 문구 등이 기재된 현수막·유인물 등을 게시할 수 없게 됐다. 현수막 등이 부착된 차를 주·정차 및 운행하는 행위도 금지됐다.
은마 재건축 추진위 측은 현수막 문구를 부분 변경하고 260m 떨어진 도로변으로 시위 장소를 옮긴 뒤 지난 13일 차량 시위를 재개했기 때문이다.
이번엔 새로 옮긴 한남동 도로변에서 민폐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은마 재건축 추진위 측 차량 10여대가 인도쪽 차로 2개를 점거했다.
시위 준비를 위해 다른 차량들의 안전운전을 방해하고 있다. 유턴 차량이 시위 차량 때문에 곤란을 겪기도 했다.
은마 재건축 추진위 측은 차량 시위 때 조수석에 확성기를 싣고 시위 구호를 큰 소리로 반복 재생하고 있다.
추진위 측은 시위가 열리는 도로를 따라 가처분 이전 볼 수 없었던 20여개의 현수막도 새로 설치했다. 주민 등의 신고로 한차례 모두 철거됐지만 곧바로 다시 내걸렸다.
변경된 시위 구간은 2.6km에 달한다. 그만큼 일반 시민들의 피해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역 상인들 사이에서도 생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남동 주민이라고 밝힌 A씨는 지난 19일 유튜브에 올라온 추진위 측 시위 영상에 “불법 현수막에 대해 모두 민원을 넣어놓았다”며 “왜 여기 와서 이 난리를 치느냐”고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지속적 소음, 반복적 모욕, 악의적 표현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다수 일반 시민의 사생활 평온권, 건강권, 학습권, 인격권 등에 대한 보호 장치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지난해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도를 넘어서는 과격시위에 대해 10명 중 7명 이상이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이 조사는 전국 만19세 이상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1대1 전화면접조사(유선 21%, 무선 79%)로 진행됐다.
응답자 중 73.4%가 ‘목적달성을 위해 과격한 방식이 필요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집시법 개정안은 21건으로 그중 절반은 소음, 모욕, 표현방식 등이 도를 넘는 집회 및 시위를 금지 또는 제한하는 의견을 담고 있다.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제안 설명과 전문위원 검토 및 보고까지 마친 개정안도 17건에 달한다. 하지만 여야가 처리에 속도를 내지 못하며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프랑스는 집회 소음이 주변 배경소음보다 주간 5데시벨, 야간 3데시벨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또 공공질서를 해칠 가능성이 있어 해산 명령을 내렸는데도 이를 따르지 않으면 징역 1년 또는 최대 1만5000유로(2032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미국은 소음 유발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장기적으로 소음을 발생시킬 경우 수수료를 부과한다.
또 집회 및 시위를 위해 공공전기를 사용하려 할 때 관할 지자체와 사전 협의토록 하는 등 집회·시위 자유와 시민의 생활권을 함께 보장하는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또 대부분의 주에서 공공 도로에서 시위나 행진을 하려면 경찰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보행자나 차량 이동에 지장이 크면 행진을 금지할 수도 있다.
스페인은 2015년 무분별한 시위를 막기 위해 제정된 ‘시민안전법(the Organic Law on the Protection of Citizens’ Security)’에 따라 공공 안전에 심대한 위협을 끼쳤을 경우 3만유로(4065만원)의 벌금에 처해진다.
사전 허가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정해진 집회 장소를 벗어나 행진하면 벌금 600유로(81만원)가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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