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부터 기업 ESG까지…혁신사업 밀알되는 산림데이터

정호준(jeong.hojun@mk.co.kr), 이재철 기자(humming@mk.co.kr) 2022. 12. 2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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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키운 데이터 하나가 세상을 바꾼다."

온실가스 감축 부담으로 고심하는 기업들에 이 같은 공식이 딱 맞아떨어지는 빅데이터 혁신 사례가 출현해 주목받고 있다.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이 산림 분야 디지털 대전환의 핵심인 데이터 생산과 활용을 선도하고자 운영하고 있는 산림빅데이터 플랫폼이 그것이다.

임업진흥원은 산림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민간 수요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750여 개의 데이터 상품을 제작해 산림빅데이터 거래소를 통해 개방하고 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내외 온실가스 사업정보, 온실가스 감축기술 정보 등 기업 ESG(환경·책임·투명경영)에 요긴한 데이터 분석과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가 출현하면서 파괴적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플랫폼 이용자들이 탄소중립과 ESG 실천을 이루는 데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진흥원이 단순한 데이터 생산·개방에 그치지 않고 이용자들의 데이터 분석·활용을 적극 지원하면서 이름 있는 기업들이 산림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성된 고부가가치 데이터를 자사 ESG경영에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임업진흥원은 대기업뿐 아니라 탄소감축 대응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중소기업에도 산림빅데이터를 활용한 ESG경영 노력이 확산할 것으로 기대하고 탄소저감과 에너지 효율화 등 시장 수요가 큰 데이터 생산과 거래 활성화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 데이터 드리븐, 산림빅데이터 가치 제고

산림청과 임업진흥원은 장기간 축적된 산림데이터를 기반으로 산림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한 데 이어 산림데이터의 원활한 거래와 유통 환경 조성을 위한 산림빅데이터 거래소를 운영하고 있다. 산림빅데이터는 임산물을 활용한 식품 분야 비즈니스 개발부터 전문 데이터 중개 서비스 출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산림자원 유전체 분석을 통한 신약·신소재 발굴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생물자원 유전체 분석 및 신약 발굴 전문기업인 인포보스의 경우 산림빅데이터 플랫폼 분야의 산림생물종 유전체 빅데이터 부분을 서비스하고 있으며, 산림빅데이터 거래소를 통해 일부 무료 데이터 및 유료 데이터를 제공 중이다.

식물 유래 유용물질 사업화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기업 제주천지의 경우 바늘엉겅퀴의 여러 유용물질 중 사업화가 가능한 물질을 파악하는 데 애를 먹다가 산림빅데이터 플랫폼에서 인포보스가 제공한 데이터와 정보분석 솔루션을 활용해 바늘엉겅퀴 내 수십 종의 유용물질 후보군을 확보하고 분석에 소요되는 시간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제주천지는 "산림빅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인포보스가 관련 인공지능(AI) 알고리즘까지 공유했다"며 "결과적으로 예측된 식물체 내 성분과 대사정보를 활용해 수경재배 때 목표 유용물질 함량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법을 도출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임업진흥원은 한국관광공사와 손잡고 마련한 산촌지역 데이터를 통해 지역 소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각 지자체에 큰 도움을 줬다. 산촌 주변 사회기반시설과 카드 이용내역, 유동인구, 사업체 조사 자료 등을 분석해 각 산촌의 특색에 맞는 과학적 행정을 유도하고 데이터에 근거한 정책 수립의 토대를 쌓았다는 평가다.

◆ 다비오, AI 활용해 산림 탄소 흡수량 예측

임업진흥원의 빅데이터 플랫폼에 참여하고 있는 다비오는 탄소 흡수량 예측을 위해 자체 AI 기술을 제공한다. 현재 임업진흥원(생태계 구축 및 운영)과 함께 ESG 플랫폼을 구성하고 있다. 다비오는 AI 기술을 활용해 전체 산림 탄소 흡수량을 예측하고, 지역 기반의 산림 탄소 흡수량과 저장량을 예측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지도데이터 전문 기술회사인 다비오는 AI 기술인 인텔리전스(INTELLIGENCE)를 활용해 광범위한 지역의 변화와 객체를 탐지하고 분석한다. 기존에는 수작업으로 모니터링하고 분석하던 업무를 AI 도입을 통해 자동화한 것이다. 공간정보와 관련된 핵심 기술에 AI를 도입함으로써 도시 내 공간정보 분석, 모니터링을 통한 환경 및 수종 보호, 디지털트윈 구축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비오는 AI 기반 산림 모니터링 기술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회사는 고사목의 형태와 질감 같은 특징을 AI로 자동감지하는 기술을 개발해 많은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는 산림 모니터링을 개선했다. 나아가 산림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기관에 해당 기술을 제공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이전에는 국립공원 내 한국 고유 침엽수인 구상나무가 고사한 개체 수를 탐지하는 산림 모니터링 사업을 한 바 있다. 다비오는 산림 파괴 방지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 사업인 레드플러스(REDD+) 영역에서 기술을 활용할 예정이다.

◆ 에코아이, 탄소시장 분석해 '넷제로' 지원

국가 차원의 탄소중립 전략이 수립된 이후 지자체와 기업, 금융기관은 탄소중립 이행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지자체에는 탄소중립 지원센터가 설립되고 있으며, 탄소 배출량 정보를 공개하는 기업 수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분산된 데이터와 융합데이터 부족으로 인해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발생한다.

기후환경 컨설팅 기업 에코아이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소 감축과 기술 데이터를 제공하고, 이를 활용한 전략 수립을 컨설팅한다. ESG 플랫폼을 통해 에코아이는 시군구별 탄소 배출량, 산림의 탄소 흡수량, 소비자 상품구매 탄소발자국 DB(데이터베이스)와 같은 탄소배출 분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에코아이는 탄소중립 전략이나 탄소 배출권 포트폴리오 전략을 수립한다.

올해 에코아이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 소비자 상품구매 탄소발자국 DB를 활용해 SBTi(과학 기반 온실가스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 목표를 수립한 바 있다.

SBTi의 경우 탄소 배출량을 3가지로 분류(SCOPE 1~3)하고 직접 배출과 간접 배출로 나누어 산정한다. 에코아이는 그중 모든 간접 온실가스를 산정해야 하는 SCOPE 3의 산정 과정을 에코아이의 소비자 탄소발자국 DB를 통해 보완했다. 이는 소비품목 탄소발자국 DB가 국제 수준의 탄소 배출량 산정에 활용된 첫 번째 사례가 될 예정으로 산림데이터 플랫폼의 핵심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 에너지엑스, 탄소저감 데이터 기반 ESG 솔루션 제공

건물의 탄소저감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의 태양광 타당성이나 건물의 태양광 발전 잠재량 등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해당 데이터를 통해 기대효과를 분석하고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에너지엑스는 이처럼 탄소저감에 필요한 데이터를 산림ESG 플랫폼에 공급하고, ESG를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에너지엑스는 지역별 태양광 타당성, 건물 지붕과 벽면의 태양광 발전 잠재량, 지역별 산림 및 토지·건물의 태양광 인허가 정량 조건과 같이 에너지 전환 설계에 필요한 데이터를 공급한다.

에너지엑스는 지속가능 건축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으로, 제로에너지빌딩(ZEB) 건축에 대한 솔루션, RE100 달성을 위한 에너지 전환 등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에 있는 데이터를 활용하면 기업이나 건축주와 같은 ESG 활동 수요기업은 재생에너지 전환 계획을 수립하거나 건물 탄소 배출량 저감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된다.

에너지엑스는 각 수요기관의 개별 요구사항에 따라 맞춤형 데이터를 가공해 컨설팅을 제공한다. 또한 지역 단위의 탄소저감 잠재량 분석이 필요한 지자체나 탄소중립 이행기관에도 분석 데이터를 제공함으로써 ESG 가치 실현을 지원한다. 특히 회사는 수요기관의 공장 건물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구독형 사업 모델을 제안해 성공적으로 추진 중이다. 구독형 사업은 총비용은 감소시키고 편익을 증가시킬 수 있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다른 ESG 수요기업들의 이용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정호준 기자 / 이재철 기자]

[한국임업진흥원·매일경제신문사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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