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 허무는 디지털플랫폼 정부, 民官 파괴적 혁신의 산실이죠
황종성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장
"디지털 플랫폼 정부가 활성화하면 공공부문은 물론 기업 간에도 사일로(상호단절)가 사라지게 됩니다. 이에 따른 혁신 서비스의 출현으로 국민이 얻는 편익은 막대할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에 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와 민간 전문가들이 손잡고 내년 초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매일경제신문은 황종성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장(NIA)과 만나 그 방향성과 추진 전략을 미리 엿볼 수 있었다. 황 원장은 최근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현을 지원하기 위해 조직 혁신을 단행했다. 지난 9월 대통령 직속 디지털 플랫폼 정부 위원회 출범에 따라 NIA에 '디지털 플랫폼 정부 지원본부'를 신설하고 정책 기획과 로드맵 수립, 민관 협력 서비스 발굴 등 활동을 본격화했다.
그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가 기업에 놀이터가 되고 기업 플랫폼 간에도 연결이 활성화하는 등 대변혁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공공과 민간이 만드는 혁신 서비스가 철저히 '이용자' 관점에서 설계되고 추진돼야 세계가 놀라는 파괴적 서비스로 활성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황 원장과의 일문일답.
―윤석열 정부가 최근 내놓은 '디지털 플랫폼 정부' 전략을 어떻게 평가하나.
▷타이밍상으로나 방향성에서 시의적절하고 중요한 이슈다.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세상은 영역 간 사일로가 없는 세상이 돼야 한다. 사일로를 없애는 방법이 바로 플랫폼으로 서로를 연결하는 것이다. 디지털 정부라는 플랫폼 위에 다른 민간 플랫폼이 어우러져 하나로 통하게 되는 방식이다.
―과거 정부의 디지털 전략과 어떤 점에서 차별화가 되는 것인지.
▷디지털 플랫폼 정부에 대비되는 게 디지털 시스템 정부다. 그간 정부가 추구하는 모델은 시스템 방식이었다. 전자정부라는 틀에서 국세청 홈택스라든지 주민정보시스템, 출입국관리시스템 등 시스템 단위로 개발되는 게 기존의 디지털 혁신 방식이었다. 보다 정확히 설명하자면 '디지털 애플리케이션 시스템'이었다. 문제는 시스템의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시스템은 당초 설계된 목적만 충족하는 것으로, 목적한 것이 아닌 다른 현안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플랫폼 방식이 왜 중요한지 쉬운 사례로 설명해달라.
▷코로나 팬데믹이 터졌을 때 한국은 다른 어떤 국가보다 신속하게 확진자 추적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토교통부가 구축한 데이터 허브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기반 위에서 통신사와 카드사가 연결돼 추적 시스템 구축이 가능했던 것이다. 플랫폼에 초점을 맞추면 이렇듯 예측이 어려운 위기상황이 터졌을 때 빨리 대응할 수 있다. 보다 애자일(민첩)하게 정부의 일하는 방식도 바뀌고 민간과 맞물려 새로운 혁신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정부의 일하는 방식 전환이 민간 기업들에 어떤 패러다임 변화를 일으키게 될까.
▷정부가 플랫폼 방식으로 바뀌면 민간도 플랫폼 방식으로 전환하게 된다. 공공부문처럼 기업 간에도 사일로가 크다. 플랫폼 정부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이 경쟁력을 키우려면 자체 사일로를 더 이상 고집하지 않고 상호 연결돼야 한다. 정부 플랫폼을 표준으로 서로 다른 기업들이 함께 데이터를 공유해야 파괴적 서비스가 나오기 때문이다. 의료, 교통, 에너지 등 서로 다른 시장에서 정부 플랫폼이 민간 산업의 놀이터가 되고 정부와 민간이 함께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기업 간 사일로 역시 해체되는 구조다. 이를 통해 나라 전체가 거대한 플랫폼 기반 사회로 바뀌게 된다.
―이런 변화가 국민에게 실제 어떤 편익을 가져다주는 것인지.
▷디지털 플랫폼 정부가 구현되면 국민 입장에서는 민간과 공공 서비스를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만날 수 있다. 플랫폼이란 서로 다른 기술과 시스템, 그리고 사용 목적을 연결해주는 것이다. 예컨대 MP3라는 디바이스가 '플레이'라는 단일 목적만 수행한 것과 달리 애플의 아이폰은 '통화'라는 단일 목적을 넘어 무수한 신규 서비스를 창출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플랫폼은 민간 기업이 시장 안에서 구축할 수 있지만 서로 다른 플랫폼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시장 실패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중립적이고 공공성을 담보하는 정부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성공적인 플랫폼 정부 구축을 위한 NIA의 미션은 무엇인가.
▷NIA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에 모든 것을 걸었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인프라스트럭처 구축뿐 아니라 국가데이터 체계, 법·제도 개편, 국민들의 정보격차, 정보윤리 디지털 포용 등이 더해져야 완벽해진다. 바로 이 대목에서 NIA의 역할이 존재한다. NIA가 과거 플래너로 뛰었다면 윤석열 정부에서는 기획과 더불어 지원자 역할까지 해야 한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민관이 함께 아이디어를 만들어야 하고 NIA는 민간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지원자가 돼야 한다.
―사실 많은 국민이 NIA의 역할과 기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데.
▷우리 원의 기능은 전통적으로 기술전략을 만드는 것이었다. 실제 역대 정부에서 기술전략을 잘 세웠다. 초고속인터넷 인프라를 생각해보자. 인터넷 기술은 다른 나라에서 먼저 개발했지만 인터넷의 대중화 전략에는 회의적이었다. 정부와 기업 단위로 인터넷 기술의 활용성을 좁게 해석했다. 반면 한국은 인터넷 대중화가 가져올 파괴력을 미리 읽고 초고속인터넷 인프라 구축을 완수했다. NIA가 바로 이런 기술전략을 설계하고 추진했다. 초고속인터넷 성공 사례처럼 앞으로 우리가 경쟁우위를 가질 부분을 정확하게 가늠해내는 역량과 전문성으로 승부할 것이다. 다른 전문기관과 비교해봤을 때 특정 영역에 구애받지 않고 정보통신기술(ICT)을 어떻게 활용할지 종합적으로 통찰하는 기관은 NIA가 유일무이하다.
―플랫폼 고도화의 결과로 민간과 공공의 서비스 영역이 모호해질 것이라는 설명이 인상적이다.
▷얼마 전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를 보자. 정부의 각종 서비스 안내와 신청이 카카오톡을 통해 이뤄지는 게 많다. 먹통 사태를 통해 바로 이런 부분에서 국민들이 느낀 불편이 상당히 많았다. 플랫폼 사회로 가면 갈수록 이런 현상이 잦아질 것이다. 민간 플랫폼에 유입되는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그 민간 플랫폼은 공공성이 확대되는 구조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하는 패스(PASS) 인증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기업들도 예전에는 서로를 분리해서 봤지만 지금은 이런 사일로가 사라지고 있다. 은행 홈페이지를 보자. 이제는 개별 은행 플랫폼에서 로그인을 하면 공과금 납부 등 다른 공공 서비스를 이 플랫폼에서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되지 않았나.
―지난 미국 순방 때 윤석열 대통령도 디지털 대전환에 따른 한국의 역할과 기여를 강조했는데.
▷당시 '뉴욕 구상'을 통해 윤 대통령이 디지털 패권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이제는 산업시대의 패권이 아닌 디지털 시대에 맞는 경쟁력을 가져야만 한국 경제가 생존할 수 있다는 인식이 담겨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우리나라만 잘사는 게 아니라 세계 모범국가가 되는 방향으로 담론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세계가 환골탈태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고, 이 과정에서 한국은 세계 공통의 목표 실현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의지가 담겨 있다.
―NIA 역점 사업인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사업도 인프라 투자일 텐데.
▷그렇다. 앞으로 10년간 대변혁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가 AI 학습용 데이터에 투자를 하느냐도 이런 변혁과 맞물려 있다. AI 학습용 데이터를 열심히 만들어내면 이를 활용해 AI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이 출현한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공공재로 작동하는 것이다. 이 역시 수요창출형 인프라 구축 노력이고, 실제 이를 활용하려는 기업 수요가 굉장히 빠르게 늘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서 NIA는 어떤 식으로 통찰력을 키우고 지원자 역할을 하는 것인지.
▷NIA의 힘은 바로 네트워크다. NIA는 그간 많은 사람들과 일하면서 공무원, 전문가, 기업 등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어떤 기술의 도래가 일어나더라도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모여서 얘기할 수 있다. 세상은 때로 합리적으로 변화하지는 않는다. 기술 역시 사람의 주관과 감정적 측면이 많이 반영된다. 사람의 생각이 쏠리는 쪽으로 뜨는 기술이 있고, 아무리 좋은 기술이더라도 관심이 쏠리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미래를 예측할 때 직감과 통찰력이 중요한 이유다. 우리가 축적한 정확한 분석모델, 경험과 더불어 이처럼 다양한 측면에서 전문적 관점을 모아 통찰력을 얻는 부분이야말로 NIA가 경쟁력을 갖는 최고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이재철 기자]
황 원장은…
황종성 원장은 1963년생으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국가 정보화 정책과 유비쿼터스 전략, 정부 혁신과 스마트 시티 등 다방면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을 쌓은 지능 정보화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1995년 NIA에 입사해 정보화평가부장, 정보화기획단장, 정책본부장 등을 거쳤으며 NIA의 전신인 한국전산원 시절이던 2001년 취임한 8·9대 서삼영 원장에 이어 21년 만에 역대 두 번째로 내부 출신 수장이 됐다.
매일경제·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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