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의사 없어 응급실 진료도 중단…'의대 정원 확대' 본격 불붙나

박다영 기자 2022. 12. 2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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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과 낮은 수가 때문에 소아청소년과를 중심으로 의사 부족 현상이 나타난다. 소아청소년과 같은 비인기 필수 진료과목을 중심으로 2035년이면 무려 2만7000여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의사 증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정부는 의료계와 의사 증원에 대한 논의를 머지않아 재개할 것으로 관측된다. 논의 시점은 코로나19(COVID-19) 방역 조치 중 최후의 보루로 여겨진 실내 마스크 의무가 해제된 이후로 점쳐진다.

26일 의료계 관계자는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의정협의체가 지난해 2월 이후 열리지 않고 있지만, 정부에서 비공식적으로 의사 증원과 관련한 논의를 다양하게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9일 "최근 의사 인력 확충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며 "코로나19 안정화 추세를 감안해 조기에 의료계와 적극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의정협의체는 정부와 의료계가 참여해 의사 수 증원 등을 논의하는 기구다. 지난 2020년 정부가 의대정원을 매년 400명씩 10년간 4000명을 늘리겠다고 발표하자 의료계는 이에 반발해 집단 휴진을 벌였다. 양측이 의정협의체를 꾸리면서 코로나19 유행 이후 협의체에서 해당 사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유행이 증감을 반복하면서 지난해 2월 이후 의정협의체가 열리지 않자 비공식적으로도 의료계와 논의를 제안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대학병원에서 소청과 진료 중단·축소가 잇따르며 의사 부족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 인천 가천대 길병원은 지난 12일부터 소아 입원진료를 잠정 중단했다. 길병원 소아청소년과는 내년 전반기 전공의 1년차로 4명을 모집했으나 단 한명의 지원자도 받지 못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대목동병원, 한양대병원 등도 야간 진료나 응급실 진료를 전면 중단 또는 축소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련병원 96곳 중 75%는 내년에 진료를 줄일 예정이라고 답했다.

전공의들이 기피하기 때문이다. 저출산으로 수요가 낮아진 데다 성인 환자에 비해 소아 환자는 의료 처치의 난이도는 높고 수가는 낮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등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9년 80%에서 2020년 74%, 2022년 27.5%, 2023년 15.9%로 지속 하락한다.

의료계는 비정상적인 저수가 때문에 진료과 '쏠림 현상'이 발생한다고 본다. 의사 수를 늘리기보다 기피 진료과의 보상을 늘리고 의료체계를 바꾸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의사 부족 현상은 심각해질 전망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전문과목별 의사 인력 수급 추계 연구'에 따르면 의사 1인당 업무량이 2019년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2030년 1만4334명, 2035년 2만7232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진료과별로는 내과, 소아청소년과, 신경과 등 내과계 1만42명, 외과, 정형외과, 산부인과 등 외과계 8857명, 마취통증의학, 병리학 등 지원계 7450명, 일반의 1032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의사 부족 현상이 심화되는 것은 인구 증가와 인구 구조 변화 때문이다. 우리나라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17년째 3058명으로 동결됐는데 같은 기간 인구는 4899만명에서 5173만명으로 6% 늘었다. 특히 의료 수요가 큰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453만명에서 871만명으로 두 배가 됐다.

고려할 변수는 늘어난다. 전남, 전북, 경남 등 지방자치단체가 의대 유치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포스텍 등도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이 의사과학자 양성이 필요하다고 나선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대학병원과 의원급 의료기관의 의견이 엇갈린다. 대한병원협회는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반면 개원 의사들이 주축으로 활동하는 대한의사협회는 경쟁 심화를 우려해 의사 증원을 반발한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계 안팎에서 의사 수 증원과 관련한 이해 관계자가 많아지고 있다"며 "의대 증원을 모두가 매력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결국 증원된 인력이 필요한 부분에 배치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협의체에서 이 방법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박다영 기자 allze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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