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크라이나와 종전 협상 준비돼 있다”…서방은 진정성 의심

박효재 기자 2022. 12. 2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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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방미 이후 또 종전 협상 언급
오전엔 전투기 발진…‘시간 벌기’ 의혹
지난 19일(현지시간) 벨라루스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수도 민스크에서 화상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라면 언제든 협상에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영방송 로시야-1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당사국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해법에 대해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그러나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그들(서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도 우크라이나 침공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이 러시아를 분열시키려 하므로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다. 서방과의 지정학적 갈등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는지 묻는 질문에는 “그렇게 위험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국민의 99.9%는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제나 확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이 종전 협상을 언급한 것은 지난 21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이후 두 번째다. 푸틴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으로부터 패트리엇 미사일을 포함해 2조3000억원 규모의 무기 지원을 약속받은 다음 날인 지난 22일에도 외교를 통한 종전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전쟁의 쳇바퀴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며 “종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고, 이는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측과 서방은 푸틴 대통령의 협상론은 허구라고 지적한다. 전쟁 초기 러시아와의 협상을 주도했던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이날 트위터에 “러시아는 단독으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해 시민들을 죽이고 있다. 다른 국가나 동기, 지정학적인 것은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러시아는 협상을 원하지 않는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일 뿐”이라며 발언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는 “이는 명백하므로 우리는 (전범) 재판소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 회의(NSC) 전략 소통조정관도 “푸틴 대통령은 전쟁 종식을 협상할 의사가 있다는 징후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종전 협상을 거듭 언급하는 이유는 실제 종전이 아니라 군사 재정비를 위한 ‘시간 벌기’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날 오전에도 벨라루스 남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 내 2개 공군기지에서 러시아 전투기가 발진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습경보가 발령됐다. 러시아는 크리스마스 전날인 24일에도 우크라이나 남부 전략 요충지 헤르손에 무차별 포격을 가해 최소 10명이 숨지고 58명이 다쳤다.

실제 종전 협상이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모든 점령지를 포기하고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러시아는 이미 합병한 점령지에서 철수할 수는 없다며 맞서고 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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