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노동부 장관 “노조 재정 투명화 위해 현행법부터 적용”
고용노동부가 ‘노조 재정 투명화’를 위해 우선 현행법을 엄밀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이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손보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자주성에 기반한 노조 운영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부가 현행 법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음에도 노조 자율·자주성 보장으로 방치했던 부분이 있었다”며 “현행 법 테두리 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법령이 미흡한 부분은 시행령이나 모법 개정 등을 통해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노동조합법 제14조에 따르면 노조는 조합 설립일부터 30일 이내에 조합원 명부, 규약, 임원 성명·주소록, 회의록,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사무실에 비치해야 한다. 이 서류는 3년간 보존해야 한다. 또 27조는 행정관청이 요구하는 경우 노조가 결산 결과와 운영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노동부는 조합원 1000명 이상 단위노동조합과 연합단체 253곳을 대상으로 노동조합법에 따른 재정에 관한 서류 비치·보존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내년 1월 말까지 자율 점검을 안내하기로 했다. 253곳을 상급단체별로 살펴보면 한국노총 136곳, 민주노총 65곳, 전국노총 4곳, 대한노총 1곳, 미가맹 47곳이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8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노조의 재정운영 투명성 등 국민들이 알아야 할 부분이 있다면 정부가 과단성 있게 적극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 기획재정부 신년 업무보고에 앞서 “노조부패도 공직부패, 기업부패와 함께 척결해야 할 3대 부패의 하나로 엄격하게 법집행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회계감사원의 자격과 선출 방법을 구체화하고 재정 상황 공표의 방법·시기를 명시해 조합원의 알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며 “이를 위해 전문가 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곧바로 관계부처와 협의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미국에서 1959년 제정된 ‘랜드럼 그리핀법’(노조운영보고 및 공개법)을 적극적으로 참고할 방침이다. 이 법은 노조 조직의 재정과 관리 내용을 노동부에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이 장관은 “노동조합의 사회적 위상이 높아졌고,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는 국민적 요구가 있다”며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받는 노동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다는 것이고 부족한 부분은 법령을 보완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질문에는 “불합리한 또는 비리 부정의 의혹이 있으면 당연히 행정관청이 들여다보는 것이 맞다”며 “ILO도 정기적으로 법령에 의해서 보고하도록 한 절차는 존중하고 그것은 자주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정 하고 있다”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212201637011
민주노총은 한상진 대변인 명의 입장문을 통해 “노동부 장관의 오늘 발표는 자주성에 기반한 노조 운영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고 일부 사례를 과장해 부정적 이미지를 양산하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라며 “노조의 역할을 부정하고 폄훼하는 것은 우리 사회를 퇴행으로 몰고 가는 불손한 의도외에는 생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노동부가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항지부 포스코지회의 민주노총 탈퇴 결의를 절차상 문제로 반려한 것에 대해 노동위원회 의결을 받아보겠다고 했다. 이 장관은 “노동부가 민주노총의 하수인이냐고 하는데 저희는 법과 원칙대로 했다”며 “다만 조합원들의 총의로 60~70% 가까이가 조직 형태 변화에 찬성하고 있는데 그렇게까지 하는 것(조합원 제명)이 과연 노조법에 따른 조합원의 자주적인 단결권을 보호하는 지에 대해 노동위원회 의결을 받아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212141345001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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