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영의 축구행정]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돌아본 한국과 일본의 차이

골닷컴 2022. 12. 2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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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은 역대 월드컵 중 가장 다채로웠던 월드컵 중 하나였다. ‘GOAT’ 리오넬 메시는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 무대에서 감격적인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돌풍의 팀’ 아프리카의 모로코의 모래바람도 매서웠다.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는 비록 2회 연속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득점왕에 등극하며 향후 세계 축구계를 이끌어갈 최고 스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세계 축구 변방으로 분류되던 아시아의 선전도 빼놓을 수 없다. 아시아 대륙은 사상 최초로 16강 토너먼트에 3팀이나 올려놓으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한국은 도하의 기적을 써내려 가며 통산 3번째 16강 진출에 성공했고, 호주도 세계 강호들과 경쟁력을 보여주며 녹아웃 스테이지에 올랐다.

또한 일본 축구도 눈에 띄는 발전의 과시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첫 경기에서 독일에 역전승을 거두며 좋은 출발을 보이더니, 3차전에서는 스페인마저 꺾고 조 1위로 예선을 통과했다. 크로아티아와의 16강전에서도 잘 싸웠지만 승부차기 끝에 고배를 마셨다.

일본의 선전 배경에는 유럽 축구가 있었다. 이번 월드컵 엔트리 26명 중 19명이 유럽의 주요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었다. 한국이 8명의 유럽파를 보유한 것에 비해 훨씬 많은 숫자였다.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의 주전 센터백 김민재도 지난 14일 출국 인터뷰에서 이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사실 한국에서 유럽 진출이 힘들다. 구단과 풀어야 할 게 많다. 이적료도 비싸다"라고 말했다. 이어 "K리그 선수들도 월드컵에서 활약했다. 구단 입장이 아니라 함부로 말할 수는 없겠지만, 감히 한마디 하자면 유럽 팀에서 제안이 온다면 좋게 잘 보내줬으면 한다”라며 “일본이 부럽다. 일본에는 유럽 선수들이 많아 경쟁력이 있다. 사실 비교할 거리가 안 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일본 뿐만 아니라, 4강 돌풍을 일으킨 모로코도 대부분의 선수들이 유럽 리거들이다. 유럽 주요 리그에서 활동하는 몸값 약 2~300만 유로(약 3~40억 원) 가량의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빅리그의 빅클럽에서 뛰는 선수들은 아니지만, 세계 정상급 무대에서 끊임없이 경쟁하며 기량을 발전시켜 온 선수들인 셈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유럽 진출이라고 할 수 있다. 밑도 끝도 없이 유럽에 나가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무조건 유럽이 옳다고 하는 것은 사대주의나 다름없다. 하지만 세계 축구를 주도하고 이끌고 있는 무대는 유럽 리그임이 틀림없다. 다른 대륙의 리그에 비해 전체적인 경기력도 높고, 이 별들의 무대에서 얼마나 많은 선수들이 경험을 쌓는지가 유럽 외 국가의 대표팀 레벨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 지 오래다.

한국 축구는 전통적으로 월드컵과 같은 큰 대회에서 ‘투혼’으로 대변되는 정신력을 바탕으로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그리고 2002 월드컵의 성공에 도취해 뚜렷한 장기 플랜 없이 눈앞의 결과에만 몰두했다. 반면, 2~30여년 전 우리보다 한 단계 아래에 있던 일본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브라질 등 남미의 기술 축구를 도입하고 2010년대 들어서는 선수들의 유럽 진출을 장려하며 지속적으로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얻고자 전략적 시도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일본의 축구 발전 속도는 한국의 그것보다 빨랐고 이제는 FIFA 랭킹을 비롯한 모든 지표에서 한국을 압도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 발전 속도의 차이는, 선수를 포함해 축구 산업을 지탱하는 모든 구성원들이 선진 정보를 받아들이고 그에 맞춰 변화하려는 태도가 얼마나 적극적이었냐는 차이에서 발생했다고도 볼 수 있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은 각 국가들의 축구 발전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대회다. 다음 대회부터는 한국 축구도 투혼과 정신력에 의지하고 경우의 수를 따지는 상황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실력과 의지로 16강, 8강, 4강 나아가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한국 축구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축구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구성원의 긍정적인 오픈 마인드가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선진 행정과 문화를 도입하고 이를 수행해보려는 실험적인 자세도 요구된다.

*필자는 인디애나 대학교 켈리 비즈니스 스쿨 경영학부에서 재무학을 전공하고, 리버풀 축구산업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2006년부터 7년 간 대한축구협회 기획실, 발전기획팀, 기술교육국에서 근무한 뒤, 부산아이파크 홍보마케팅 실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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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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