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면] 하루만 더…그때 그 오버헤드킥처럼 펠레가 돌아오길
오광춘 기자 2022. 12. 26. 15:57
펠레 하면 이 사진입니다. 1968년이죠. 브라질과 벨기에의 친선경기, 공이 왼쪽에서 날아오자 펠레는 골대를 등진 채 뛰어오릅니다. 공중에서 오른발로 때린 공은 골네트를 흔듭니다. 1930년대 브라질 공격수(레오니다스 다 시우바)가 처음 시도했다는 오버헤드킥은 펠레를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가장 어려운 축구 기술, 오버헤드킥의 역사는 사실상 이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축구의 룰이 왜 바뀌어야 하는지도 그라운드에서 보여줬죠. 1966년입니다. 잉글랜드 월드컵은 펠레에게 수난의 무대였습니다. 1958년 월드컵에서 17세의 나이로 우승을 만들어냈던 펠레는 1962년에도 한 번 더 우승컵을 들어 올립니다. 1966년, 세상은 온통 펠레에 꽂혀 있었죠. 상대 팀의 파울도 펠레에게 집중됐습니다. 당시만 해도 축구 규칙에 교체카드는 없었습니다. 다친 선수는 절뚝거리며 경기를 뛰든지,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습니다. 교체가 없으니 선수가 빠지면 모자란 숫자 그대로 상대와 맞서야 했고, 상대를 다치게 하는 거친 파울은 그래서 꼼수로 악용될 수 있었습니다. 몸을 향하는 숱한 태클에 펠레도 희생양이 됐습니다. 1970년부터 레드카드가 생기고 교체 제도가 도입되면서 축구는 선수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테두리는 만들게 됐습니다.
누구나 기억하듯, 펠레는 월드컵을 최초로 3번 우승한 선수로 남아있죠. 축구황제라 불립니다. 축구가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축구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선도한 선수로 기억됩니다. 축구에 리듬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드리블, 축구는 발로만 하는 게 아니라 몸 곳곳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트래핑, 173cm의 크지 않은 키로 농구 선수만큼 높게 뛰어올라 머리로 공을 맞히는 헤더, 언젠가부터 축구 하면 10번이란 상징도 새겨놓았습니다.
웃음도 선물했습니다. 축구를 가장 잘했다고 해서 누가 이길지 맞히는 것까지 잘하진 못했죠. 펠레의 월드컵 예측은 번번이 빗나갔습니다. 펠레가 우승팀으로 점찍으면 결국 우승을 못 한다는 '펠레의 저주'는 이번 월드컵까지 이어졌습니다. 펠레는 브라질이 우승할 거라 내다봤지만 아르헨티나가 그 자리를 차지했으니까요.
그라운드에 수놓은 역사는 불멸일지 모르지만 지금 펠레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가족들이 병원에 모여 펠레와 함께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9월 결장암에 걸린 뒤 계속 치료를 받아왔지만 최근 코로나 19에 확진되면서 병세가 악화했습니다. 여든두 살의 펠레는 인생의 연장전 끝자락을 달려가고 있을지 모릅니다. 축구 팬들은 펠레가 다시 환한 웃음으로 돌아오길 응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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