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2023]암울한 TV시장, '프리미엄'만 믿는다

김민성 2022. 12. 2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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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출하량 10년만 최저…내년 2억대 하회
삼성·LG,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집중
내년에도 전 세계적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산업계가 비상이 걸렸다. 미국·중국의 무역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끝을 알 수 없는 대내외 악재도 위기감을 더한다. 기업들은 생산과 투자를 줄이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며 방어막을 쌓아 올리고 있다. 반도체·배터리·스마트폰 등 각 산업 분야의 내년 성적표를 전망해본다.[편집자]

TV 판매 부진이 지속하면서 올해 TV 출하량이 10년 중 가장 낮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내년 출하량은 올해보다 더 줄어 2억대를 밑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하지만 프리미엄 TV 시장은 굳건했다. 오히려 소폭 성장했다. 내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QLED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수요가 견조한 프리미엄 TV에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언제쯤 밝아질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TV 출하량은 전년 대비 3.9% 감소한 2억200만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최근 10년 동안 집계된 수치 중 가장 적다. 내년 전망도 어둡다. 트렌드포스는 2023년 TV 출하량이 올해 대비 1.4% 줄어든 1억9900만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예상대로라면 2010년 처음으로 2억대를 돌파한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2020년과 지난해엔 코로나 팬데믹으로 외부 활동을 줄이면서 TV 등 가전제품 판매가 증가해 호실적을 거뒀다"며 "이 기간 수요가 몰리면서 올해부터는 수요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현재 TV 제조업체들은 수요 부진으로 공장 가동률도 낮췄다. 삼성전자 영상기기 제품군의 생산라인 가동률은 지난 1분기 84.3%에서 3분기 75.4%까지 하락했다. LG전자에서 TV를 담당하는 HE 사업본부의 가동률도 1분기 87.8%에서 3분기 81.1%로 줄었다.

국내 TV 제조사들은 4분기 물량을 3분기부터 생산한다. 북미와 유럽으로 물량을 실어나르는 데 3~4주 정도 소요돼서다. 보통 4분기는 블랙프라이데이, 성탄절 특수로 TV수요가 몰리는 시기다. 하지만 최대 성수기인 4분기를 앞두고 공장 가동률을 줄였다는 것은 그만큼 TV 수요가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 관계자는 "공장 가동률은 수요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함부로 예측할 수 없다"면서 "다시 가동률이 회복하기 위해선 글로벌 TV 수요가 회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시장은 '양호'

반면 TV수요 감소에도 불구, 프리미엄 TV는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프리미엄 TV 시장은 QLED와 OLED가 이끌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 3분기까지 전 세계 QLED TV판매량은 전년 대비 8% 증가한 914만대를 기록했다. OLED TV도 3분기 누적 판매량이 430만대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다.

지난 3분기까지 전 세계 QLED 판매량 914만대 중 삼성전자의 비중은 73.5%였다. LG전자는 3분기까지 OLED TV를 255만대 판매했다. 글로벌 판매량 기준 점유율은 59.3%였다. LG전자의 OLED TV의 경우 LG전자 전체 TV 출하량(1713만대) 대비 판매 비율은 14.8%(255만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매출 비중은 달랐다. LG전자 전체 TV 매출 중 33.7%가 OLED TV였다. 

국내 기업들은 수요가 견조한 프리미엄 TV를 바탕으로 실적 방어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내년 초 미국에서 열리는 'CES 2023'에서 새 프리미엄 TV 제품들을 공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77형 QD(퀀텀닷)-OLED TV를 선보인다. 최근 삼성전자에 QD-OLED 패널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수율이 양산 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오면서 출시를 앞둔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도 88·97형 8K OLED TV를 전시하고 내년부터 8K TV 시장 확보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현재 8K TV 시장은 삼성전자가 우위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8K TV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76.4%, LG전자가 7.9%다. 하지만 아직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만큼 LG전자에게도 기회는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전세계 8K TV 예상 출하량은 40만대 정도다. 전체 출하량 2억200만대 중 약 0.2%에 해당하는 수치다. 출하량은 얼마 안되지만 8K TV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높다. 점차 8K 방송 장비와 기술이 보급되면서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8K TV 출하량이 올해보다 20% 가량 늘어난 50만대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유럽연합(EU)이 내년 3월부터 에너지효율지수(EEI) 기준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8K TV를 비롯한 프리미엄 TV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유럽에서 판매하고 있는 모든 8K·마이크로LED TV 등은 강화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서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EU와 협상에 나서면서 양상이 바뀌고 있다. 산업부는 국내 기업들의 수출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평가와 관련한 기술 옵션을 EU에 제안했다. 또 협의를 통해 이런 제안이 받아들여졌다고 밝혔다. 가장 큰 걸림돌이 사라지면서 프리미엄 TV시장 성장세도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산업부가 EU와 협의한 결과 국내 업체들은 에너지효율지수 강화와 상관없이 제품을 수출할 수 있게 됐다"며 "전체적으로 TV 시장이 어려운 가운데 상대적으로 수요가 탄탄한 프리미엄 TV 시장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제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성 (mnsu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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