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아들 보상금에 54년만에 찾아온 친모…'구하라법'은 어디에

/사진=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갈무리

지난해 1월 경남 거제도 앞바다 어선 침몰 사고 당시 실종된 선원 고(故) 김종안 씨의 누나 김종선 씨가 54년 만에 만난 친모를 향해 분노를 드러냈다. 아들을 잃은 슬픔보다 보상금을 받기 위해 찾아온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두 살, 세 살 될 때까지 내가 키워놨는데 왜 내가 보상 권리가 없냐'는 말을 듣자마자 저는 그 사람(친모)은 인간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고 김종안 씨는 지난해 어선 침몰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유족에게는 선주 측에서 주는 장례비용이며 사망보험금 등을 다 합해 보상금 약 2억4000만원가량이 지급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유아 시절 사라졌던 친모 A씨가 무려 50년여만에 보상금을 받겠다고 나타났다.

가족들은 보상금을 지키기 위해 법적 싸움을 벌였지만 법원은 50년 만에 나타났더라도 상속 1순위는 부모가 맞다는 판결을 내렸다.

김씨는 "(어머니는) 동생이 세 살 때 오빠, 나, 동생 삼 남매를 버리고 다른 남자하고 재혼했다"며 "어릴 때 아예 우리 할머니가 '느그 엄마, 느그 아버지는 다 죽었다'고 해서 우리는 어릴 때 크면서 엄마라는 단어를 몰랐다. '그 사람'이 살아있는 줄도 몰랐다"고 했다.

김씨에 따르면 A씨는 남매들을 버리고 떠난 뒤로는 단 한 번도 연락하거나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김씨의 오빠가 사망했을 때에도 연락했지만 오지 않았다고 한다.

김씨는 "왜 안 왔겠나. (사망한) 오빠는 결혼하고 조카가 있었으니 안 온 거다"라며 "반면 동생은 미혼이라는 걸 다 알아보고 실종 13일 만에 재혼해 낳은 딸, 아들, 사위가 같이 와서 자기들이 (상속) 1순위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그렇게 54년만에 재회했지만 A씨는 조의를 표하거나 '안타깝다' 등의 이야기는 전혀 없이 보상금만 운운했다고 한다.

김씨는 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없다며 국회에서 2년째 계류 중인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을 언급했다. 이 법은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가 자녀의 재산상속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고모와 할머니는 물론이고, (동생과 사실혼 관계인) 올케 될 사람하고 우리가 6년을 같이 살았다. 그 사람들을 다 (보상금 지급) 대상에 넣었다. 그런데 그거는 온데간데없고, 법원이 '네가 낳았으니 (보상금) 가져가라' 이렇게 판결이 됐다"며 "이게 말이 되나. 차라리 이럴 것 같으면 이 세상에 안 태어나는 게 나았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아직 구하라법이 통과가 안 돼 지금 판결이 이렇게 나온 것"이라며 "현재 1심 판결이 났는데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 끝까지 할 거다. 우리 같은 사람이 많다. 그런데 저처럼 얼굴을 이렇게 내놓고 할 수가 없으니까 안 하는 거다. 너무너무 많다"고 덧붙였다.

박효주 기자 ap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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