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처럼’ 벽 타는 사족보행 로봇 개발…초속 70cm 이동

홍석호 기자 2022. 12. 2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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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팀이 1초 당 70㎝ 속력으로 벽을 오를 수 있는 사족보행 로봇을 개발했다.

KAIST는 기계공학과 박해원 교수 연구팀이 철로 이뤄진 벽면과 천장을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는 사족보행 로봇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팀은 "사족보행 로봇을 선박, 다리, 송전탑, 송유관, 대형 저장고, 건설 현장 등 철로 이뤄진 대형 구조물의 점검, 수리, 보수 등의 작업에 활용해 추락, 질식 등 안전사고 예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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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가 칠해지고 장애물이 있는 벽을 타는 사족보행 로봇의 모습. KAIST 제공
국내 연구팀이 1초 당 70㎝ 속력으로 벽을 오를 수 있는 사족보행 로봇을 개발했다. 현재까지 개발된 보행형 등반 로봇 중 가장 빠르다. 향후 선박, 다리, 송전탑 등 대형 구조물을 점검하거나 수리하는데 쓰일 것으로 보인다.

KAIST는 기계공학과 박해원 교수 연구팀이 철로 이뤄진 벽면과 천장을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는 사족보행 로봇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8㎏가량의 무게가 나가는 로봇은 가파른 직벽을 탈 때는 초속 70㎝, 천장에 거구로 매달려 이동할 때는 초속 50㎝의 속력을 기록했다.

특히 페인트가 칠해졌거나 먼지, 녹 등으로 더러워진 물탱크 표면에서도 초당 35㎝의 속력을 기록해 실용 가능성을 증명했다. 바닥에서 벽, 벽에서 천장으로 전환이 가능하고 벽에 돌출된 높이 5㎝ 가량의 장애물도 어려움 없이 넘었다.

연구팀은 평탄하지 않은 표면에서 높은 접착력을 지니는 발바닥을 제작해 연구실에서 자체 제작한 사족보행 로봇에 장착했다. 전자기력을 키고 끌 수 있는 ‘영전자력’과 고무 같은 탄성체에 철가루 같은 자기응답인자를 섞어 만든 ‘자기유변탄성체’를 이용해 자석의 접착력을 빠르게 끄거나 켤 수 있도록 만들었다.

연구팀은 사각형 구조 배열의 영전자석을 통해 기존 영전자석과 비교해 스위칭에 필요한 전압을 현저하게 낮췄고 보다 빠른 전환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169g인 발바닥은 535N(뉴턴·54.5㎏)의 수직 흡착력, 445N(45.4㎏)의 마찰력을 제공해 사족보행 로봇에 충분한 흡착력을 제공했다.

이를 통해 기존 로봇들이 가진 단점을 해소했다. 기존 벽면 등반 로봇은 바퀴나 무한궤도를 이용하기 때문에 단차나 요철이 있는 표면에서는 이동성이 제한되는 단점을 가졌다. 장애물 지형을 극복하기 위한 등반용 보행로봇은 이동속도가 느리거나 다양한 움직임을 수행할 수 없었다.

연구팀은 “사족보행 로봇을 선박, 다리, 송전탑, 송유관, 대형 저장고, 건설 현장 등 철로 이뤄진 대형 구조물의 점검, 수리, 보수 등의 작업에 활용해 추락, 질식 등 안전사고 예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 12월호 표지를 장식한 사족보행 로봇. KAIST 제공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 12월호 표지를 장식하는 논문으로 출판됐다. 연구에는 박 교수와 KAIST 기계공학과 홍승우, 엄용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박사과정인 엄 연구원은 “영전자석과 자기유변탄성체로 구성된 발바닥, 등반에 적합한 비선형 모델 예측제어기를 이용해 다양한 환경에서 보행 로봇이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보행 로봇의 이동성과 작업공간을 2차원(2D)에서 3차원(3D)로 확장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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