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과자의 배신…1년새 바나나킥 53%·맛동산 26% 올랐다

최재원 기자(himiso4@mk.co.kr) 2022. 12. 26.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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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깡·맛동산 등 인기과자
대형마트 판매가 평균 20%↑
꼬깔콘·핫브레이크 등은
용량 소폭 줄이고 가격 유지

초등학생 자녀를 둔 40대 A씨는 최근 마트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후렌치파이를 집어들고는 놀랐다. 1년 전만 해도 한 상자에 약 3000원이던 가격이 4000원 가까이 됐기 때문이다. A씨는 “밀가루값 때문에 식료품 가격이 모두 오른다고 하지만, 과자 값은 특히 더 많이 오른 것 같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주요 과자 가격이 최근 1년새 평균 20%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밀가루가격 상승에 따른 생필품 가격 인상 우려가 주로 라면에 치우친 사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대다수 국민이 즐기는 과자 가격도 은근슬쩍 많이 오른 셈이다. 일부 과자의 경우 가격을 올리는 대신 중량을 5~10% 가량 줄이는 꼼수를 쓰기도 해 소비자를 우롱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서울시내 한 대형 마트에 과자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제공=이마트>
26일 매일경제가 한국물가정보의 대형마트 가격정보를 활용해 주요 인기과자 15종의 지난 11월 말 기준 판매 가격과 1년 전 판매 가격을 비교한 결과 평균 20%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농심 바나나킥(53.6%), 해태제과 후렌치파이(29.1%), 해태제과 맛동산(25.8%), 해태제과 에이스(25.4%) 등의 상승률이 특히 높았다. 인기과자 15종 가운데 최근 1년간 가격이 오르지 않은 과자는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 1종 뿐이다.

일부 제품은 가격을 올리는 대신 제품 중량을 줄이는 방식의 꼼수를 통해 사실상 가격인상 효과를 노리기도 했다. 롯데제과의 꼬깔콘은 1년 전과 비교해 가격은 같지만 제품 중량을 72g에서 67g으로 5g 줄였다. 오리온은 지난 10월 하순부터 핫브레이크 초코바의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중량을 기존 50g에서 45g으로 5g 줄였다.

농심 오징어집의 경우 마트 판매가격이 올해 7.5%(70원) 올랐는데, 지난 10월부터는 제품 중량도 83g에서 78g으로 5g 줄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지각하지 못할 정도만큼 양을 줄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초기에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지만, 나중에 이를 알게 됐을 때 부정적 이미지가 생기므로 좋은 전략이라고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과자 가격이 올해 많이 오른 것은 밀가루, 설탕 등 원재료와 공장 가동에 들어가는 에너지 가격 등이 올랐기 때문이다. 다만 주성분이 밀가루로 과자와 같은 라면의 경우 올해 판매가격이 평균 10% 안팎 인상된 반면, 과자 판매가격은 평균 20%나 올라 인상폭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다.

일각에서는 서민층의 한 끼 식사로 인식되는 라면과 달리 과자의 경우 ‘안먹으면 그만’이라는 생각 때문에 정책 당국 등의 관심이 덜하다보니 제조사나 유통업체들이 가격을 올리는데 망설임이 적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과자 제조업계는 과자 값이 유난히 많이 올랐다는 지적에 대해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B과자의 경우 올해 상반기 소비자가격 기준으로 3800원에서 4200원으로 10.5% 인상했다”면서 “대형마트 등에서 실제 판매되는 가격은 유통 채널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사들이 올린 가격 이상으로 유통단계에서 마진을 더 붙였다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소비자 입장에서 최근 과자값 인상 수준이 부담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분명한 만큼, 대책을 고민하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오리온 관계자는 “원부자재 가격, 에너지 비용 등이 앞으로 하향 안정화되면 과자 양을 늘리거나 가격을 인하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실제 오리온은 지난 2015년 포카칩과 초코파이, 2017년 오뜨 등 주요 과자의 중량을 가격인상 없이 10~20% 가량 늘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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