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내부 고발’ 했다며 외주업체 직원 화장실 앞 세워둬
회사 대표 직접 “제보 감사” e메일 보내기도
해고 직원들과 가까운 이가 ‘직장 내 괴롭힘’
외주업체도 해고 종용하다 ‘입막음 각서’ 강요
비비안 직원이 내부 비리를 고발한 외주업체 직원을 괴롭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고발 이후 회삿돈을 횡령한 사람들이 해고되자 이들과 친분이 있는 정규직 직원의 괴롭힘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내부 고발자는 자신을 고용한 외주업체로부터 해고를 종용받다가 ‘외부에 비리를 발설하지 않겠다’는 입막음 각서까지 써야 했다.
26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비비안 물류창고에서 일하던 A씨는 2020년 비비안 소속 관리자 B씨가 회삿돈을 빼돌린 사실을 알게 됐다. B씨는 일용직 아르바이트 직원들의 급여를 관리했는데, 이 과정에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출근한 것처럼 허위 기재한 뒤 개인 통장에 입금한 것이다.
A씨는 비비안 소속 다른 관리자 C씨가 남는 스타킹 등을 빼돌려 판매한 정황도 발견했다. 직원들에게 물품을 판매한 뒤 대금을 친인척 명의의 계좌로 입금받거나 별도의 사업자등록을 내 물품을 판매하는 식이었다. 중간 관리자였던 A씨는 물품 재고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전산 기록과 재고량이 차이가 나자 이를 의심해 물품 흐름을 추적했다.
외주업체 소속 계약직인 A씨는 지난해 동료들과 함께 B·C씨의 비리 의혹을 비비안 본사에 알렸다. 비비안 측은 감사를 통해 B씨와 C씨가 회삿돈을 착복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징계위원회를 거쳐 해고됐다. 비비안 대표 손모씨는 같은 해 5월 A씨에게 e메일을 보내 “제보에 감사드린다. 관련자들의 혐의는 드러났고 자백도 있었다”고 했다.
문제는 그 이후에 벌어졌다. A씨에 따르면, 징계를 받은 두 사람과 친분이 있는 비비안 직원의 괴롭힘이 시작됐다. A씨는 계약직이지만 물류센터에 입고되는 물건 수량을 관리하고 불량 제품을 검수하는 관리자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B씨와 C씨가 해고된 뒤 A씨는 기존 업무에서 배제된 채 화장실과 폐창고 앞에 서 있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A씨의 동료들은 통화에서 “A씨가 근무지 바깥으로 옮겨져 홀로 서 있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외주업체의 퇴사 압박도 있었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A씨가 별다른 업무를 부여받지 못하자 그를 고용한 외주업체는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며 사직서를 들이밀었다. 수차례 사직을 종용했음에도 A씨가 불응하자 지난 4월 외주업체 측은 “B씨와 C씨의 비리를 외부에 유출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라”라고고 했다. 6시간이 넘는 압박에 A씨는 “차후 문제 발생 시 자발적으로 퇴사할 것”이라는 각서를 써야 했다.
A씨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B씨와 C씨의 비리와 관련된 내용이 지속해서 올라오다 보니 나를 의심한 것 같다”며 “비리 고발로 회삿돈을 보전해줬는데도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했다.
비비안 측은 “징계위원회 개최 결과 B씨와 C씨의 비리가 확인돼 해고 처리한 것은 맞다”고 했다. 다만 “A씨로부터 각서를 받은 사실은 확인되지만 그를 고용한 용역업체가 한 일이지 비비안이 개입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직장내 괴롭힘에 대해서는 “화장실 앞에서 대기하라고 한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였을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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