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쿠르드 문화센터 총격 사건 범행동기 ‘이민자 혐오’ 맞았다

박효재 기자 2022. 12. 2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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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쿠르드 문화센터 인근에서 무차별 총격으로 3명의 목숨을 앗아간 범인 윌리엄이 미용실에 들어가 총을 겨누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파리|AFP연합뉴스

3명의 목숨을 앗아간 파리 쿠르드 문화센터 무차별 총격 사건의 범인은 이민자에 대한 병적인 혐오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AFP통신 등의 25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윌리엄 M(69)으로 알려진 총격범은 파리 검찰에 병적인 이민자 혐오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으며, 비유럽계 이민자들을 공격 목표로 삼았다고 진술했다. 윌리엄은 2016년 집에 도둑이 든 후 이주민에 대한 병적인 혐오가 생겼으며 항상 이민자들을 살해하고 싶었다고도 밝혔다. 다만 집에 든 도둑이 이민자였는지, 범행 과정에서 도둑과 물리적 충돌이 있었는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윌리엄은 시리아에서 쿠르드 민병대가 이슬람국가(IS)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IS 테러범들을 살해하는 대신 그들을 데려갔다며 쿠르드 혐오를 정당화하기도 했다.

윌리엄은 사건 당일인 지난 23일 이민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파리 북부 교외 센생드니에서 먼저 총격 살해를 시도했다. 하지만 윌리엄은 예상했던 것보다 인적이 드물고, 입고 있던 옷 때문에 총기 재장전이 어려워지자 마음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파리 검찰은 윌리엄 부모 집과 컴퓨터, 스마트폰 등을 압수 수색한 결과 극단주의 이념과의 연관성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윌리엄은 4년 전 사격 동호회 회원으로부터 무기를 입수해 부모 집에 숨겨놓았다고 진술했다. 윌리엄의 아버지는 AFP와 인터뷰에서 “아들은 미쳤다”면서 평소에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범행 당일 집을 떠나기 전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윌리엄이 사건 이후 정신과 시설에서 하루를 보낸 뒤 이날 경찰에 연행됐다고 설명했다.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 전역에서 극우 반이민 폭력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으로 쿠르드족의 불안감은 더 커졌다. 총격 사건 이후 쿠르드인들은 과거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지만 당국이 이후 유사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거의 한 것이 없다고 비난했다. 윌리엄은 지난해 파리의 이주민 캠프에서도 흉기를 휘둘러 인종차별 폭력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쿠르드 민주 평의회 프랑스 지부(CDKF)의 파리 지역 지도부는 지난 24일 파리 경찰서장과 면담해 유사 사건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쿠르드 독립국 건설을 반대하는 튀르키예가 배후가 아니냐는 의혹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번 총격 사건은 파리에서 쿠르드 여성 운동가가 살해된 지 거의 10년 만에 발생했다. 당시 프랑스 당국은 튀르키예의 스파이가 사건에 연루됐다고 판단했지만, 용의자가 재판에 넘겨지기 전 사망하면서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됐다. 이번 총격 사건의 희생자들은 2013년 1월 당시 사고로 숨진 여성 활동가 사망 10주기 행사를 논의하고 있었다.

분노한 쿠르드인들과 경찰 간 충돌도 격화됐다. 파리 경찰은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로 경찰 31명이 다쳤으며 시위대 11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CDKF는 26일에도 라파예트 광장에서 거리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25일 시리아에서는 프랑스 거주 쿠르드족과 연대 의미로 수백 명이 거리 행진을 벌였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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