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우물과 도넛이 풍요롭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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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우물을 파서 누구나 물을 길을 수 있게 됐다.
우물은 마을에 더욱 큰 부를 안겨다 줄, 말 그대로 '원천'인 셈이다.
화폐 교환이 일어나지 않는 마을 공동체 우물이나 가사노동은 누락되지만, 전쟁 무기는 주요 항목이다.
솔루션은 우물과 도넛의 동그라미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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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우물을 파서 누구나 물을 길을 수 있게 됐다. 우물은 마을에 더욱 큰 부를 안겨다 줄, 말 그대로 ‘원천’인 셈이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한 건 아니다. 사기업이 우물을 파서 주민들에게 물을 판다. 국내총생산은 증가하지만, 마을의 부는 그대로다. 주민들은 물값 부담만 새로 지게 된다. 생태정치학 창시자인 앙드레 고르가 예시한 국내총생산의 ‘마술’이다.(<에콜로지카>)
국내총생산은 경제의 절대적 지표 같지만, 경제학 역사에선 신인 축에 든다. 미국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가 1934년 제안했다. 한 나라에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화폐로 계산한 채권·채무 관계의 총액이다. 화폐 교환이 일어나지 않는 마을 공동체 우물이나 가사노동은 누락되지만, 전쟁 무기는 주요 항목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국내총생산 증가는 모든 국가, 모든 정부의 신앙이 됐다.
이 지표가 사회의 모든 가치를 대변할 수 없다고 한 이는 정작 쿠즈네츠인데, 그의 ‘경고’가 일부에서나마 상기되기 시작한 건 생태 위기가 부상한 1970년대부터다. 고르 같은 이들은 국내총생산이 삶의 풍요를 채우는 가치들을 체계적으로 배제하고, 성장의 이름으로 생태를 착취해 지구의 균형을 허문다고 비판했다. 여기서 화폐 거래로 환원되지 않는 부의 영역을 중시하는 ‘탈성장’ 담론이 나왔다.
탈성장은 마이너스 성장이 아니다. 차라리 국내총생산으로 표기되는 성장에 대한 회계적인 문제 제기와 대안 제시다. 케이트 레이워스의 ‘도넛 경제학’은 기후변화, 대기오염, 생물 다양성 손실 등 9가지 생태적 한계 지표와 보건, 교육, 성평등 등 12가지 사회적 한계 지표를 원의 형태로 제시한다. 산업활동은 자연적 한계(상한)와 사회적 한계(하한)의 두 원 사이 도넛 모양 영역 안에서 조절된다. 생태를 파괴하는 산업과 금융 분야는 축소되지만, 재생에너지와 화폐 거래 외부의 경제적 행위는 성장한다.
내년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1%대에 머물 거라는 전망 속에,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모든 규제와 세제를 풀어 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고 야단이다. 탈성장의 관점에서 보면, 10대 경제대국 정부가 내세운 지상과제가 이토록 남루한 건 외려 자연스럽다. 솔루션은 우물과 도넛의 동그라미 안에 있다.
안영춘 논설위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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