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보다 기름 넣는 게 이득…유럽서 잘 나갔던 전기차 '급제동'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치솟은 에너지 물가로 유럽의 전기차 전환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전쟁 여파로 유럽 내 전기요금이 급등하면서 전기차 연료비가 내연기관차보다 많이 드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고 운행 비용도 적게 들어 세계 각국 친환경 정책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내 전기요금이 치솟으면서 전기차가 누렸던 '비용 이점'이 사라졌다며 "이는 유럽의 전기차 전환 계획을 위협할 수 있는 변화"라고 보도했다. 유럽은 오는 2035년까지 신차 시장에서 내연기관차를 퇴출하고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통상 전기차 충전비는 내연기관차 기름값보다 낮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기료가 크게 오르면서 일부 뒤집히는 현상이 발생했다. 특히 이는 유럽 최대 자동차 시장인 독일에서 두드려졌다.
WSJ에 따르면 12월 독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킬로와트시(kWh)당 평균 0.43유로에 달했다. 이는 올해 상반기 평균 요금 kWh당 0.33유로에서 3분의 1가량 오른 것으로, 프랑스의 상반기 전기요금(kWh당 0.21유로)보다 두 배 비싸다.
연비 가이드를 제공하는 미국 환경보호청(EPA) 기준 중형차 동급 모델인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3'와 혼다의 내연기관차 '혼다 시빅 4도어'의 운행 비용은 지난 9월 독일에서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독일의 테슬라 고속충전소(슈퍼차저)에서 모델3 소유주가 100마일(약 160.9km) 주행에 필요한 전기를 충전하려면 18.46유로(약 2만5135원)가 필요했다. 반면 혼다 시빅 4도어의 주유비는 이보다 적은 18.31유로였다.
독일 내 전기차 운행 비용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독일의 일부 전력회사가 내년 1월 전기요금을 kWh당 0.5유로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예고했고, 이로 인해 테슬라 슈퍼차저 등 고속충전소의 충전 비용도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WSJ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독일에서 슈퍼차저 충전 비용을 7차례 인상했다.
일부 국가들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 움직임도 유럽의 전기차 전환 계획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WSJ은 짚었다. 독일은 그간 최대 6000유로로 지급했던 친환경차 보조금을 내년부터 4000유로, 2024년에는 3000유로로 축소하고, 2026년에는 보조금 지급을 종료할 방침이다. 영국도 지난 6월 2011년부터 10년 이상 시행했던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종료했다.
유럽 자동차 제조업 협회(EAMA)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기차 판매량은 25만9449대로 전분기 대비 11%,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유럽연합(EU) 전체의 3분기 신차 판매에서 순수 전기차 비중은 11.9%로 집계됐다. 전기요금 상승 및 보조금 축소에 따른 전기차 판매 둔화 신호는 아직 없지만, 전기료가 빠르게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커서 향후 전기차 판매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앤영의 마리아 뱅슨 파트너는 "전기요금이 큰 폭으로 뛰면서 전기차 가격이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저렴해지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에너지 위기 이전 (유럽) 전기차 전환의 티핑포인트(변곡점)가 2023~2024년에 올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금은 2026년으로 늦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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