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복장으로 몰카 설치후 현관 비번 뚫어...‘제주 식당 살인’ 경악

주인이 주택 비밀번호 바꾸자 몰카 설치
택배 복장 착용하며 주변 시선 피해
경찰 “28일 송치, 신상공개는 않기로”

제주동부경찰서는 지난 19일 살인 혐의로 경남지역에서 체포된 50대 부부 A씨(남)와 B씨를 20일 제주로 압송했다. <송은범 기자>

제주 ‘유명 음식점 대표 피살사건’이 집요하고도 치밀하게 계획된 것으로 확인됐다. 주택 비밀번호를 알기 위해 몰래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범행 전 과정이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부부 사인 김 모씨(50대)와 이 모씨(40대 여성)를 오는 28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26일 밝혔다.

또 김씨에게 피해자 집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등 살인을 교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 모씨(50대)도 김씨 부부와 함께 검찰에 넘겨진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6일 오후 3시께 제주시 오라동 소재 주택에서 50대 여성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제주에서 유명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박씨의 경우 김씨에게 피해자 주거지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등 살인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사망한 A씨와 가깝게 지낸 사이였는데, 평소 금전 문제로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김씨는 지난 11월말 범행을 위해 제주를 찾았지만, 박씨가 알려준 주거지 비밀번호가 맞지 않는 바람에 실패했다. 피해자 A씨가 박씨와 사이가 나빠지고 난 뒤 주거지 비밀번호를 변경한 것이다.

이에 김씨와 박씨는 비밀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A씨 자택 대문 앞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했고, 마침내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몰래카메라 설치 당시 김씨는 택배기사 복장을 착용해 주변의 눈을 피했다.

이후 범행이 일어난 지난 16일 김씨는 아무도 없던 A씨 집에 침입해 3시간가량 숨어있다가 일을 마치고 귀가한 A씨를 둔기로 살해했다.

A씨 부검 결과 두부 및 경부에 다발성 좌상으로 인한 뇌지주막하 출혈이 사인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이 나왔다.

김씨는 범행 직후 A씨의 휴대전화를 파손해 인근 다리 밑에 유기했고, 택시를 타고 제주시 용담 해안도로로 이동해 이곳에서 신발과 옷을 갈아입었다.

그는 이어 다시 택시를 타고 제주시 동문재래시장에 내렸고, 기다리고 있던 아내 이씨의 차를 타고 제주항으로 이동, 완도행 배편을 이용해 거주지인 경남 양산으로 도주했다.

앞서 A씨 부부는 범행 전날인 15일 새벽에도 여수~제주를 잇는 여객선으로 제주에 입도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 부부는 범행을 지시한 박씨로부터 2000만원(현금 1000만원·계좌 1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김씨 부부가 범행 전에도 제주에 여러 차례 방문했고, 그때 마다 박씨가 호텔비와 교통비를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김씨가 박씨로부터 “(A씨를) 병원에 입원시켜도 좋고, 드러눕게 해라. 못 일어나도 좋다”는 취지의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도 나온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박씨는 “김씨에게 지시를 한 것은 맞다. 하지만 살해가 아니라 단순히 겁만 주라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가 모든 범행을 설계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상공개에 대해서는 “피해자 유족이 피의자들의 공개를 원하지 않는 등 제반사정을 고려해 신상공개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