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4주 넘으면 진단서 제출… 車 보험 `나이롱 환자` 사라지나

금감원, 보험표준약관 내년 시행
척추 염좌·팔다리 단순 타박 등
과잉 진료시 과실 비율만큼 부담

연합뉴스

자동차 사고로 '단순 타박상' 등의 경미한 부상을 당했음에도 고액치료비가 발생하는 과잉진료를 받을 경우 본인 과실에 비례해 초과 치료비를 부담하게 된다. 또 가벼운 부상으로 장기 입원치료를 받으려면 의료기관의 진단서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이 내년 1월 1일부터 새로 가입하는 자동차보험 계약부터 적용된다고 26일 밝혔다.

개정 약관을 살펴보면 우선 경상환자 '대인배상Ⅱ'에 치료비 과실책임주의가 도입된다.

경상환자는 통상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시행령'에서 정하는 12~14급 상해를 입은 환자를 지칭한다. 상해 12~14급은 척추 염좌(삔 것), 단순 고막 파열, 팔다리의 단순 타박 등이다.

대인배상Ⅱ는 자동차 사고로 다른 사람을 다치게 했을 때 의무보험(대인배상Ⅰ)의 보상범위를 넘어서는 손해배상액을 충당해주는 보장이다.

그동안 자동차 사고가 발생하면 과실 정도와 무관하게 상대방 보험사에서 치료비를 전액 지급하면서 과잉 진료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내년부터는 경상환자의 대인배상Ⅱ 치료비 중 본인과실에 해당하는 부분은 본인보험 또는 자비로 처리해야 한다. 다만 차량운전자를 제외한 보행자는 본인 과실이 있더라도 현행과 같이 치료비를 전액 보장한다.

또 경상환자가 4주 초과 장기 치료를 받으려면 진단서를 제출해야 한다.

현재는 사고발생시 진단서 등 입증자료 제출 없이도 기간의 제한 없이 치료하고 보험금 청구가 가능하면서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상급병실 입원료 지급기준도 개선된다. 현재는 부득이하게 상급병실에 입원한 경우 7일 범위에서 입원료를 전액 지급했지만, 내년부터는 병원급 이상(의원급 제외)에 대해서만 상급 병실료를 인정해준다.

차량 수리와 관련해서는 긁히고 찍힌 경미손상 차량 수리 시 품질인증부품을 이용한 교환수리가 적용된다.

또한 대물배상에서 자동차를 수리할 수 있는 정비공장까지 운반하는데 드는 견인비용에 대한 명확한 보험금 산정 기준을 만들었다.

친환경차량 보급확대에 발맞춰 대차료(렌트비) 보상기준도 현실화했다. 현행 표준약관상 대차료 지급기준은 내연기관 차량 중심으로 설계돼 배기량과 연식만 고려한다. 이에 보험사들은 다운사이징 엔진 장착 차량이나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해 낮은 대차료를 지급하고 있다.

개정 약관은 배기량만을 고려할 경우 차량의 성능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운 친환경 차량에 대해선 동급의 판단기준에 차량 크기를 고려할 수 있도록 대차료 인정 기준을 명확히 했다.

아울러 대물배상 보상 시 감가상각이 적용되는 중요한 부품에 전기차 등 친환경차량의 모터 및 구동용 배터리를 추가했다.

금감원은 "경상환자 등에 대한 보상체계 합리화를 통해 과잉진료 감소와 국민 보험료 부담 완화가 기대된다"며 "운전자의 권익이 제고되고 관련 분쟁도 감소해 자동차보험 제도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길홍기자 slize@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