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참사 대처법…직후엔 개정안 ‘우후죽순’, 이후엔 ‘나몰라라’
與 “법안 주요 사안부터 먼저 처리해야” vs 野 “국정조사 후 처리해야”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이번 이태원 사고와 같이, 주최자 없는 자발적 집단행사에 적용할 인파사고 예방안전 관리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지 약 두 달이 지났다. 당초 정치권에선 참사의 원인으로 기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의 허점을 꼽으며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하지만 재난안전법 개정 소식은 여전히 '묵묵부답'인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시사저널의 취재를 종합하면, 여야 국회의원들은 참사가 발생한 10월29일부터 이날까지 23개의 재난안전법 개정안을 우후죽순 발의했다. 이중 이태원 참사와 같은 대형 인파 재난 예방과 관련한 내용을 담은 개정안은 총 17개에 달했다.
17개의 개정안 대부분은 주최자 없는 행사에 대해 행정기관장의 안전관리 조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또 일부 개정안들은 ▲재난안전 데이터 통합 제공 시스템 구축 ▲재난 의료비 지원 ▲재난관리기관 재난문자 발송 ▲밀집도별 안전관리요원 현장 배치 등의 내용도 개별적으로 포함됐다.
앞서 재난안전법은 '축제의 주최' 유무가 허점으로 거론돼왔다. 주최자 없는 축제에 대해선 의무적으로 안전관리 매뉴얼을 수립해야 한다는 조항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 실효성 있는 안전관리 대책도 법안으로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해당 개정안을 발의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 등은 지난 11월 초 시사저널과 만나 "연내 법안이 처리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여야, 개정안 심의 두고 어떤 이견 보였나
하지만 올해를 며칠 안 남겨 놓은 26일까지 국회 상임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된 개정안 수는 9개에 불과했다. 또 이 9개의 개정안도 행안위 법안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앞서 여야는 지난 11월23일 진행된 행안위 법안소위 회의에서 개정안 심의를 두고 의견차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회의록과 행안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여야는 개정안의 이태원 참사 관련 사항 논의를 두고 대립하다가 15분간 정회했다. 이후 여야는 '해당 사항은 국정조사 이후 종합적 심사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개정안 심의 자체를 보류했다.
당시 여당은 개정안 주요 쟁점을 일찍 처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행안위 여당 간사인 이만희 의원은 "국민적 관심이 높고 사항 자체가 명확하게 지적된 사항들에 대해서는 일부 처리를 해야 한다"며 "나중에 수사나 국정조사, 특별감사 등을 걸쳐서 나올 수 있는 대안은 차후 반영하는 것이 좋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은 국정조사 등을 통해 원인 규명을 먼저 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이성만 민주당 의원은 "참사에 대한 문제의 원인 규명이라든지 제도적 개선방안에 대한 전체적인 틀이 정리가 안 됐으니, 이게 정리되면 그때 한꺼번에 하자는 의견"이라고 주장했다.
법안소위 회의에 참석했던 오영환 민주당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당시 법안소위에서 개정하려던 중점 안은 수해의 피해 복구 등에 관한 사항이었는데, 국민의힘에서 면피성으로 참사 관련 부분도 넣어서 논의하려고 했다. 그래서 이 법안을 다음에 논의하자고 말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정조사에서도 방지책들이 논의가 될 것이고, 지금 정부 차원에서도 국가안전 제도개선 TF를 만들었다"며 "이때 나오는 결과물을 가지고 입법해야지, 국회에서 먼저 논의하는 것이 말이 되냐"고 반문했다.
해당 법안의 처리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국정조사도 여야가 '예산안 협의' 등의 쟁점으로 대치하다 뒤늦게 시작했다. 조사기간의 절반 이상을 빈손으로 보낸 것이다. 이에 야당에선 국정조사 기한을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또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의 경중을 따질 수는 없지만 (재난안전법의) 참사 관련 사항 개정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향후 (상황을) 봐야겠지만, 해당 개정안의 처리 시점 전망은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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