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한 택시 기사 휴대폰으로 유족에 거짓문자 보낸 30대는 접촉사고 낸 음주운전자

6일째 실종된 60대 택시 기사, 30대男 피의자 아파트 옷장서 숨진 채 발견
“아빠 바빠. 배터리 없어. 통화는 안 돼” 문자 보내자 피해자 유족 측 “다른 사람이 답하는 것 같다” 경찰에 실종 신고

 
60대 택시 기사를 살해한 뒤 자신의 아파트 옷장에 시신을 숨긴 30대 남성이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합의금을 주겠다며 피해자를 집안으로 유인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이 남성은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유족에게 문자를 보냈던 것으로도 드러났다.

26일 경기 일산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살인 및 사체 은닉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입건해 조사 중이다.

A씨는 지난 20일 오후 11시쯤 고양시 한 도로에서 술을 마신 상태로 운전하다 택시와 접촉사고를 냈다.

A씨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으면 합의금과 수리비를 많이 주겠다”며 “일단 지금 돈이 없으니 집으로 가자”며 사고 피해자인 택시기사 B씨를 파주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끌어들였다. 이들은 각자 택시, SUV(스포츠실용차)를 운전해 A씨의 집으로 이동했다.

이후 A씨는 B씨와 대화 중 시비가 벌어져 홧김에 둔기로 여러 차례 때려 살해했고, 옷장에 숨진 B씨를 숨겼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앞서 지난 25일 오전 3시30분쯤 “택시 기사인 아버지가 6일째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고 카카오톡 대화를 했는데 다른 사람이 답하는 것 같다”며 경찰에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A씨는 범행 후 B씨 가족들에게 연락이 오자 B씨의 휴대전화로 “아빠 바빠. 배터리 없어. 통화는 안 돼”라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유족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택시기사의 행방을 찾고 있는 사이 같은날 오전 11시 20분께 A씨의 여자친구 C씨로부터 “파주에 있는 남자친구 아파트 옷장에 사람이 죽어있다”는 112 신고가 들어왔다. 현장을 찾은 경찰은 아파트 옷장에 숨져 있는 사람이 실종 신고된 택시기사인 것으로 확인했다.

경찰은 해당 아파트 거주자를 추적해 고양시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30대 A씨를 체포했다. 손은 범행 과정에서 다친 것은 아니라 별개 건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집에서 말다툼한 뒤 욱해서 둔기로 살해했다”고 진술했는데, 경찰은 A씨가 살해할 마음을 먹고 집으로 유인했는지 여부 등을 추궁하고 있다.

경찰관계자는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며 “A씨의 추가 범행 여부 등에 대해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