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활용 기획 13편] 버려진 공장이 문화예술 거점으로…'공간 새활용' 주목

송성환 기자 2022. 12. 2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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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12]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가동이 멈춘 공장들, 도시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마을의 흉물로 남을뻔한 이런 공장들에 새활용 개념을 도입해 새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어떤 사례가 있는지 송성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전북 전주시 덕진구의 산업단지 한가운데 있는 쏘렉스 공장.


1979년부터 카세트테이프를 만들며 한때 400명 넘는 직원을 둘 정도로 바쁘게 돌아갔지만 공장은 1992년 가동을 멈췄습니다.


CD의 등장으로 카세트테이프가 설 자리를 잃은 것입니다. 


그렇게 25년 동안 방치된 공장은 폐산업시설 재생 사업을 통해 지난 2017년 시민들을 위한 문화, 예술 공간으로 부활했습니다.


노동자들이 테이프를 조립하던 작업장은 전시장으로 탈바꿈했고, 버려진 공장터는 문화교육 공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인터뷰: 변재선 팀장 / 팔복예술공장 

"예술 창작 공간으로 창작 스튜디오를 통해 예술가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지역의 아동, 청소년들을 위한 예술 교육과 예술 놀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재생 사업에는 과거 이곳에서 일했던 노동자와 지역주민, 예술작가들이 기획 단계부터 함께 참여했습니다.


단순히 남는 부지를 재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에 새겨진 역사와 기억들을 새로운 공간으로 이어주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곳은 공장이 운영되던 당시 여성 노동자들이 사용하던 화장실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데요.


노동자 200여 명이 사용하던 화장실이 단 한 곳, 네 칸에 불과할 정도로 산업화 시대 당시열악했던 노동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립 작업장에 빛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높은 곳에 작게 달려있던 창문을 그대로 남겨놨고, 공장에서 나온 나무 자재와 철판들도 모두 테이블과 게시판으로 새활용했습니다.


이제는 지역 내 대표 문화예술공간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시민과 유아를 대상으로 한 교육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희경 / 팔복예술공장 꿈꾸는예술터

"저희 스스로는 복합문화예술공간이라고 이야기를 해요.

아이들이 만든 작품들이 실제로 전시되기도 하고 그다음에 입주공간에 있는 작가님들이 저희 예술 놀이에 참여해 주시기도 하고…."


도시가 확장하고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도심 속 애물단지가 된 폐산업시설 처리 문제는 해외 선진국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현상입니다.


유럽은 이미 1990년대부터 공간 새활용 개념이 도입해 대응하고 있는데, 제철소를 문화공원으로 새활용한 독일 뒤스브르크나, 폐탄광 일대를 박물관과 도서관으로 바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된 졸페라인 등이 대표적입니다.


국내에선 부산의 와이어 제조공장을 상업, 문화시설로 재탄생시킨 F1963이 성공사례로 꼽힙니다.


고려제강 수영공장은 1963년부터 2008년까지 45년간 와이어를 생산하다 설비가 포항 등으로 이전하면서 유휴부지로 남게 됐습니다.


기업은 이곳을 아파트로 재개발해 큰 수익을 남기는 대신,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공장의 뼈대와 벽체, 창문까지 그대로 살린 공간 안에는 중고 서점과 카페, 도서관 등이 들어섰습니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나온 폐석재도 버리지 않고 대나무 산책로의 조경석과 바닥으로 다시 활용했습니다.


인터뷰: 이안기 F1963 부문장 / 고려제강

"산업 역사의 유산들을 저희가 그대로 남기고 건축을 하려고 애를 많이 썼고요.

지역에 있는 주민들이 언제든 와서 커피도 한잔 마시고 좋은 전시도 보고 책도 볼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 됐으면 좋겠고요."


부산시와 손잡고 마련한 대형 전시장인 석천홀은 민간과 공공의 협업 성공사례로 평가받습니다.


개관한 지 5년 만에 복합 문화공간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지역 주민 뿐 아니라 전국에서 방문객들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영하 / 경북 김천시

"추억이잖아요. 물건도 그렇고 공간도 그렇고 주변에도 이런 곳이 되게 많거든요. 


그래서 내 아이한테도 이런 곳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곳을 말해주고 싶어요."


단순히 건물, 부지를 재활용하는 것을 넘어 공간이 가진 역사와 기억의 가치까지 더하는 공간 새활용.


버려지고 발길이 끊겼던 공간들이 새로운 가능성으로 재발견되고 있습니다.


EBS뉴스 송성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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