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시민단체 "외교부 근로정신대 보상안, 日 면책·외교 참사"

기사내용 요약
외교부 22일 광주 찾아 국내 기업 기부 받아 배상 유력안 설명
시민단체 "일본 피고기업 사죄나 출연 없어…외교적으론 패배"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26일 오후 광주 시청 치평동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기자회견을 열고 외교부가 제안한 배상 책임 대안을 비판하고 있다. 2022.12.26.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단체가 대한민국 외교부의 강제동원 피해 변제 방안을 두고 "일본을 면책시키는 방안이자 외교적 참사"라고 비판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시민모임)은 26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외교부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지원재단)이 한국 기업들로부터 기부받은 재원을 통해 강제 동원 피해자들의 대법원 판결 보상금을 지급하려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시민모임에 따르면 외교부는 지난 22일 광주를 방문, 시민모임 관계자들을 만나 강제동원 문제 해결에 대한 정부의 유력안을 설명했다. 당시 외교부는 '지원재단이 한국 기업들의 기부를 받아 재원을 마련한 뒤 미쓰비시와 일본제철 등에 승소 확정 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을 변제한다'는 내용을 시민모임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민모임은 이 같은 외교부의 해결 방안에 대해 '외교적 참사' 등을 근거로 들며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민모임은 "(외교부의 안은) 미쓰비시 중공업이나 일본제철과 같은 일본 피고기업의 사죄나 출연이 없는 방안인 데다 다른 일본기업의 출연조차 없는 일본면책 방안"이라며 "이는 일본정부가 일관되게 주장해온 '한국이 해결하라'는 요구가 그대로 관철된 외교적 패배이자 참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외교부 측은 '지원재단이 한국 기업들의 재원을 바탕으로 한 변제를 시작할 경우 일본 기업의 자발적 참여나 일본 정부의 유감 표명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며 "그러나 배상 책임이 있는 피고 기업이 빠진 채 아무런 이해 관계가 없는 일본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기대하는 것은 구걸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26일 오후 광주 시청 치평동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열린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의 외교부 비판 기자회견에서 양금덕 할머니(93)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2.12.26. leeyj2578@newsis.com

또 "지원재단은 지난 21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정관을 개정, 목적 사업에 '피해자 보상 및 변제'를 추가했고 행정안전부의 승인만 남아있는 상태"라며 "지원재단은 피해자들의 의사에 반해 피해자들이 가진 채권을 소멸시키고 강제집행 절차 중지를 위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외교부의 제안은 사법부의 판결을 행정부가 무력화시키는 조치"라며 "정부가 재단을 동원해 피해자의 동의 없이 채권을 일방적으로 없애려 할 경우 판결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성토했다.

시민모임은 "피해자들이 수십 년 동안 소송을 진행해오면서 정부는 그 어떤 도움도 주지 않았다"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피해자들의 자존심을 뭉게고 정당한 권리에 덫을 놓을 것이 아니라, 한국 사법부 결정을 무히사는 일본을 상대로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는 "나이가 나이인 만큼 내일을 모를 지경이다. 일본의 사과를 기어이 받아야겠다"며 "어린 학생을 속여 노동을 착취한 일본이 응당한 대가를 치르고 한국 정부도 일본에 사죄를 받아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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