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던 '재벌집 막내아들' 작가님, 대체 왜 그러셨어요?
이성민이 만든 신드롬, 송중기 엔딩에 탄식 쏟아진 이유
[엔터미디어=정덕현] 신드롬급 인기와 화제만큼 고스란히 실망과 탄식으로 바뀐 모양새다.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종영했다. 하지만 15회까지 거침없이 달려오며 시청자들의 탄성이 쏟아지던 드라마는 16회 엔딩 한 회가 나간 후 탄식으로 바뀌었다. 기대했던 만큼 납득되는 완성도의 엔딩을 그려내지 못해서다.
일단 15회 마지막에서 진도준(송중기)이 결국 순양물산의 최대주주가 되어 사실상 순양가의 경영권을 쥐고 비자금 7천억을 모두 기부했지만, 교통사고로 위장된 살인으로 사망하고 마치 그 살인자가 윤현우(송중기)였다는 것처럼 끝낸 엔딩은 시청자들이 소름을 느낄 정도의 충격을 줬던 게 사실이다. 누가 살인을 저질렀는가를 계속 궁금하게 만들었던 드라마가 그 진범이 회귀하기 전 윤현우였다는 건 충격적인 반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6회에서 총에 맞고 벼랑에서 추락해 죽은 줄 알았던 윤현우가 겨우 일주일만에 깨어났다는 설정은 16회까지 달려온 드라마의 극적 긴장감을 허무하게 만들었다. 결국 그건 윤현우가 혼수상태에서 꾼 백일몽이라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진도준이 순양가를 상대로 치열하게 싸우는 그 과정들이 모두 꿈이었다는 이 선택은 회귀물이라는 판타지에 나름 리얼리티를 추구하려다 생긴 결과물처럼 보였다. 그래야 이 20여년 간 진도준으로 산다는 판타지가 현실적으로 납득될 수 있는 이야기가 될 것처럼 보였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선택은 판타지를 허무하게 만들기 마련이다. <구운몽> 같은 고전소설도 아니고, 모든 게 꿈이었다는 이야기는 그간 드라마에 열광하며 봤던 시청자들을 너무 허탈하게 만드는 일이다. 물론 이런 선택에 대해 드라마는 윤현우의 내레이션을 통해 '참회'라는 키워드를 꺼내놓았다. "이젠 안다. 빙의도, 시간여행도 아니다. 그건 참회였다. 진도준에 대한 참회 그리고 나 윤현우에 대한 참회."
즉 과거 공범으로 진도준을 죽게 만들었다는 그 죄책감에 대한 참회로 그가 진도준으로 회귀해 한바탕 순양가를 뒤집어놓는 일들을 벌이는 꿈을 꾸었다는 이야기였다. 참회라는 단어는 나름의 무게감이 있고, 이 비현실적인 판타지를 죄책감에 의한 꿈이라는 현실적 이유를 만들어주는 키워드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설정이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거라고 보긴 어렵다. 그간 진도준이 순양가와 벌인 한 판 승부와 그걸 실제처럼 몰입해 바라본 시청자들을 너무 허무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러한 설정은 논리적 개연성은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과정의 디테일들이 개연성을 갖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기도 하다. 즉 총을 머리에 맞고 벼랑에서 추락한 사람이 살아날 확률이 얼마나 될 것이며, 그것도 단 일주일 간 병원에서 혼수상태로 있다 깨어나는 일은 더더욱 믿기 어렵고 심지어 머리에 수술이나 외상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 장면들의 허술함은 더더욱 그렇다.
무엇보다 그간 윤현우의 기억들을 다 갖고 있었던 진도준이 과거 자신이 살해된다는 사실이나 그 살인범(공범이지만)이 윤현우였다는 사실만 기억 못한다는 설정도 허술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깨어난 윤현우가 과거 진도준을 살해한 진범이 진영기(윤제문) 회장이었다는 사실을 청문회장에서 폭로하는 한 가지 일로 순양가의 경영권을 무너뜨린다는 이야기도 너무 쉽게 만 처리된다. 그간 팽팽했던 순양가 사람들의 만만찮은 모습들은 어디로 갔던가.
마치 이 작품이 가진 '회귀물'이 그러하듯이 되돌아 <재벌집 막내아들>의 이야기를 다시 살펴보면 그 신드롬의 진원지가 어디에 있었던가를 다시금 보게 된다. 그건 과연 진도준의 복수극에 있었을까. 그 복수극이라는 건 모든 미래를 알고 있다는 판타지이고 드라마는 심지어 이걸 백일몽으로 결말내버렸다. 오히려 판타지를 쫄깃하게 만든 건 그래서 주인공의 활약보다는 그가 상대하는 막강한 빌런들의 대적과 붕괴가 아니었나 싶다.
그런 점에서 보면 <재벌집 막내아들>이 가진 신드롬의 진원지는 진도준보다는 진양철(이성민)이나 진성준(김남희), 진영기(윤제문), 진동기(조한철), 진화영(김신록) 같은 인물들에서 찾아진다. 그 중에서도 이 판타지를 마치 진짜처럼 생생하게 만들어낸 진양철을 연기한 이성민의 소름 돋는 연기가 이 작품의 가장 큰 동력이었다는 걸 새삼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이성민이 만들어낸 신드롬은 그걸 한낱 백일몽으로 처리한 송중기(윤현우이자 진도준인)의 엔딩으로 맥이 풀렸다. 마지막 한 회가 특히 아쉬운 이유다. 그 한 회에 보다 괜찮은 선택을 했다면 탄식이 아닌 탄성이 나왔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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