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식당 여주인 살해범 '몰카'로 비밀번호 알아냈다

피해자가 비밀번호 교체하자
현관 주변에 몰래카메라 설치

제주지역 유명 음식점 대표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 피의자가 20일 오전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으로 압송되고 있다. 제주= 연합뉴스

제주의 유명 음식점 여주인을 살해한 일당이 피해자 주거지 현관 비밀번호를 알기 위해 범행 전 택배기사로 위장해 몰래카메라까지 설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6일 제주 모 음식점 대표인 5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모씨는 지난달 말 범행을 시도했지만, 피해자 집 도어록 비밀번호를 몰라 미수에 그친 것을 조사됐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지난달 말쯤 고향 선배이자 피해자와 가까운 박모씨가 알려준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피해자 집에 침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박씨가 알려준 집 도어록 비밀번호가 일치하지 않아 범행을 포기하고 돌아갔다. 당시 피해자는 박씨와 사이가 나빠지자, 도어록 비밀번호를 바꾼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이달 초쯤 피해자 집 비밀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택배기사로 위장한 뒤,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 거주지인 경남 양산에서 배편으로 오토바이를 가져온 김씨는 피해자 집 비밀번호 4개 숫자 중 3개 숫자를 파악했다. 김씨는 알아낸 번호를 박씨에게 전달했고, 박씨는 해당 비밀번호가 피해자와 관련된 기념일과 관련됐다는 사실까지 파악해 나머지 숫자 1개도 알아냈다.

이에 지난 15일 다시 제주로 온 김씨는 이튿날인 16일 오후 3시 10분쯤 해당 비밀번호를 이용해 침입한 뒤 귀가한 피해자를 집에 있던 둔기로 살해했다. 김씨 아내는 살인을 공모한 혐의로, 박씨는 김씨에게 살인을 교사한 혐의로 각각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와 가까운 사이였던 박씨가 모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된 박씨는 검찰 송치 때 혐의가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제주경찰청은 27일 변호사와 학계,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로 이뤄진 ‘신상 공개 위원회’를 개최해 김씨 일당의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제주=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