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스포츠정책委 둘러싼 전쟁' 이기흥 대한체육회장,문체부 향한 작심발언,왜?

전영지 2022. 12. 2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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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대한체육회의 전문성을 인정해달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공식석상에서 이례적으로 정부를 향한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이 회장은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올해 마지막 대한체육회 제16차 이사회 직후 기타 논의사항을 통해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구성과 관련,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보근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 조현재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남윤신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장, 임신자 한국여성스포츠회장을 비롯해 시도, 종목단체 소속 체육회 이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날, 이 회장은 작정한 듯 격앙된 목소리로 정부를 성토했다. "지난 2월 스포츠기본법이 발효됐고,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는데 현재 저희가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중이다.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입을 열었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설립을 위해 내가 5년간 뛰어다녔다"면서 "체육 업무가 문체부, 교육부, 복지부, 국방부 등 13개 부처로 나뉘어 있고, 부서간 장벽으로 인해 협업이 안된다. 특히 학교체육은 문제가 심각하다. 중복투자로 인해 효율도 떨어진다.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를 통해 스포츠 관련 모든 부처가 함께 참여하면 이런 문제가 해소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대한체육회
스포츠기본법 통과 후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에 중앙행정기관 15명 장관급 '당연직 위원' 외에 임기 2년의 체육계 민간위원 참여를 명시했지만, '체육계를 대표하는 전문성 있는 민간위원'이 누구일까에 대한 온도차가 존재한다. 누가 어떤 절차로 민간위원이 되고, 또 민간위원 중 누가 '공동위원장'이 될 것인가가 화두다. 이 회장은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는 민과 관이 정확히 50대50이어야 한다"면서 "대한체육회장, 대한장애인체육회장,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이 당연직으로 들어가야 하고, 민간위원의 경우 체육의 전문성을 가진 대한체육회에서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체부는 스포츠 산업, 스포츠학계 등 다양한 체육 분야 전문가 전원을 체육회가 대표성을 갖고 추천하는 것에는 기관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이어 박근혜, 문재인 정권 시절 과거 현장과 괴리된 문체부의 일부 체육정책, 인사들을 열거하며 "전문성이 없다. '문화, 관광, 체육' 순환보직으로 1년하고 바뀐다. 현장에 대한 인식도 소명의식도 전혀 없다"고 대놓고 성토했다. "스포츠가 얼마나 중요한가. 스포츠 자체가 복지다. 아이들이 민주시민으로서 소양을 갖추도록 스포츠를 적극 권장해야 하고, 이번 월드컵 16강을 통해 봤듯이 궁극적으로 스포츠를 통해 사회를 통합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를 제대로 운영해야 협업이 되고 시너지가 난다"고 거듭 주장한 후 문체부를 겨냥해 "간섭은 왜 이렇게 많이 하나. 문체부는 정책을 개발하고 집행은 체육회가 하면 된다. 잘못된 건 감사 받으면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향후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진행상황을 보고 정말 불합리하다면 특단의 대책을 간구할 것"이라고 했다. "오늘 내 발언을 체육인들에게 녹취해서 배포하라. 격하게 이야기해서 대단히 죄송하다"는 말로 '격정' 발언을 마무리했다.

이어 이사진들이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구성시 대한체육회의 특수성, 전문성에 대한 정부의 존중을 요구하는 성명서 채택을 제안했다. 위원회 구성시 3대 체육단체장을 당연직 위원으로 선임할 것, 위원 구성은 대한체육회, 총회를 거쳐 추천하게 할 것 등을 제청했다.

이날 성토의 장이 이어지던 중 이사회에 참석한 최보근 문체부 체육국장이 입장을 밝혔다. "무거운 책임감이 있다. 체육회와 문체부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걸 느꼈다"면서 "함께 해결해나가야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는 29일 대한체육회, 대한장애인체육회,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참여하는 미래스포츠발전위원회를 발족할 계획이다. 그 협의체 내에서 해결히나갈 문제"라고 했다. 최 국장은 일부 이사가 제기한 '갑질' 논란에 대해 "우리 문체부는 대한체육회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지향점을 갖고 있다. 이 부분은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고 답했다. "학생선수 수업인정 일수 문제도 체육계 의견을 반영하고자 교육부와 협의중이다. '소명감이 없다'거나 '체육을 무시하지 않나'라고 하셨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문체부는 체육계 발전을 위한 소명감을 갖고 있고 체육인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구성에 있어서도 체육계 현장, 대한체육회의 의견을 존중해서 진행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마무리했다.

최 국장의 발언 직후 이 회장은 이사진 동의를 얻어 성명서 발표를 만류했다. "제 생각엔 오늘 성명서는 발표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면서 "경기단체, 시도체육회에서 최근 스포츠컴플렉스 입주 문제로 성명서를 냈고, 이후에도 체육계 일련의 문제에 대해 청와대에 전달했다. 청와대가 다시 문체부에 문서로 전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성명서 발표는 무의미하다. 문체부 장관님과 별도 면담도 요청했다. 협의체를 만들고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한 후 최종적으로 2월 초 대의원총회 때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올림픽파크텔=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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