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여론조사로 당 대표 선출하는 나라 없다" 사실은?
국민의힘 전국위원회가 차기 당 대표를 여론조사 없이 100% 당원 투표를 통해 선출하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지난주 통과시켰습니다.
원래는 당원 투표 70%,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로 당 대표로 뽑았었는데, 여론조사 반영 기준으로 당원 투표 100%로 선출하겠다는 겁니다. 2004년 한나라당 시절 당 대표 경선에 국민 여론조사를 도입한 이후 18년 만입니다.
개정 전부터 룰 개정을 두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친윤과 비윤, 계파 갈등이 있었습니다. "친윤 후보에게 유리한 규칙이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비윤의 대표주자 유승민 전 의원 측의 반발이 컸습니다. 유 전 의원은 당심에서는 '열세'로 평가됐지만, 중도층을 중심으로 여론조사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당내에서는 '해외 사례'가 자주 거론됐습니다.
즉, 세계 주요 선진국들 정당은 여론조사로 당 대표를 선출하는 경우가 없다는 뜻입니다. 정말 그런지,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이 주요 국가 정당들의 당 대표 선출 방식을 확인했습니다.
미국 민주당부터 보겠습니다.
5.2 전국위원장은 민주당 전국위원회의 과반수의 찬성으로 선출하고 해임할 수 있다.
5.2 The National Chairperson shall be elected and may be removed by a majority vote of the Democratic National Committee.
-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 헌장
그리고 위원들 모두 당원 자격이 있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공화당도 다르지 않습니다. 역시 공화당 전국위원회(RNC)에서 선출합니다.
5-a-1 공화당 전국위원회 위원들이 선출하는 이성(異性)의 위원장과 공동위원장.
5-a-1 A chairman and a co-chairman of the opposite sex who shall be elected by the members of the Republican National Committee.
- 미국 공화당 당규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전국위원회를 구성하는 각 주 지도부는 주 위원회에서 선출하고, 그 지도부를 선출할 때 비당원은 참여할 수 없습니다. 연방제 국가인 미국은 연방 단위 대표보다는 주 단위 대표들의 활동을 중심으로 돌아가는데, 그 대표들은 당원들의 '당심'에 의해 선출되고, 그렇게 선출된 지도부가 연방 지도부를 선출하는 식입니다. 결국, 미국 정당의 지도부는 당원에 의해 결정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 영국입니다. 보수당의 경우 당원들이 참여하는 당 대표 경선을 통해 선출하는데, '1922위원회' 위원장이 주관합니다. 1922위원회는 1922년 일부 보수당 의원들이 당의 정체성을 논의하는 모임에서 유래됐는데, 이후 세를 키우면서 당 대표 선출 진행과 감독을 전담하고 있습니다. 우리로 따지면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1. 당 대표는 당원과 스코틀랜드 당원에 의해 선출된다.
1. The Leader shall be elected by the Party Members and Scottish Party Members.
- 영국 보수당 당헌
독일은 정당의 지도부(이사회) 선거 절차를 정당법에서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사회는 적어도 매 2년마다 선출된다. 그것은 적어도 3명의 구성원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 11 Vorstand (1) Der Vorstand wird mindestens in jedem zweiten Kalenderjahr gewählt. Er muß aus mindestens drei Mitgliedern bestehen.
- 독일 정당법 11조
우리 선거관리위원회가 펴낸 <정당의 후보자 및 지도부 선출 방식, 정당 통합, 정당 연합, 선거 연대> 보고서는 "독일 정당들의 경우 지도부 선출에 비당원의 참여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쓰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보고서는 프랑스와 호주 역시 다르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호주의 경우, 각 정당들이 당원만 지도부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는 당헌 당규는 없지만, 관례적으로 투표권을 당원에게만 부여하고 있습니다.
결국, 상당수 주요 국가의 주요 정당들이 당 지도부를 뽑을 때, 당원이 아닌 사람들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것은 '대체로 사실'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사실은팀이 취재해보니 예외는 있었습니다. 비당원 투표를 무조건 막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여론조사까지는 아니더라도, 당의 철학과 정신을 공유하고 있는 비당원에게도 투표권을 주는 경우가 더러 있었습니다.
13. 당 대표 선거에서 투표권이 있는 자는 공천 마감일 전에 18개월 이상 당원등록을 하고 선거일 전에 21일 이상 유급 당원등록을 한 당원이다.
13. At an election for Party Leader, those entitled to vote are members whose membership was registered for at least 18 months prior to the date of the close of nominations and who were registered as paid up members at least 21 days prior to the election day.
- 영국 노동당 당헌
다만, 사실은팀이 노동당 홈페이지를 보니, 노동당과 제휴 관계를 맺은 산별 노동조합 조합원의 경우 당원이 아니더라도 당 대표를 뽑을 수 있는 투표권을 주고 있었습니다. 투표권이 있는 노동조합은 11개입니다. 전국광산노동조합(NUM), 운수직원협회(TSSA), 철도기관차기술자협회(ASLEF), 통신노동조합(Community)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노동당 제휴 노동조합과 기관 회원 : 노동조합은 노동당과 협력하는 11개 노동조합의 활동을 총괄하는 상위 조직이다.
Affiliated trades unions and groups : Labour Unions is the umbrella organisation that coordinates the activities of the 11 trade unions who affiliate to the Labour Party.
- 영국 노동당 홈페이지
영국 BBC 보도를 보니, 노동당은 관례적으로 25파운드(약 4만 원)를 낸 사람을 '등록 지지자'(registered supporters)로 규정해, 일회성으로 참여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일본도 비슷합니다. 일본 자민당은 당원 외에도 자유국민회의와 국민정치협회 회원에게 투표권을 준다고 돼 있습니다.
제1장 : 총재 선출은 당 소속 국회의원, 당원, 자유국민회의 회원, 국민정치협회 회원의 공개 선거로 결정된다.
第 一 条: 本党の総裁は、本規程の定めるところに従い、党所属国会議員、党員、自由国民会議会員及び国民政治協会会員の投票によって公選する。
- 일본 자민당 총재 공선 규정
자유국민회의와 국민정치협회는 자민당의 당 밖 지원 조직입니다. 사실상 자민당 리더십의 통제를 받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Q. 자민당 당원과 당우는 어떻게 다릅니까?
A. 당원은 당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의무가 발생합니다. 당우는, 어디까지나 자민당이 내놓는 정책에 찬동해주시는 외부인이 됩니다. 구성원이 아니기 때문에 의무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Q. 自民党の党員と党友とは、どうちがうのですか
A 党員は、党の構成員なので義務が発生します。党友は、あくまでも自民党の打ち出す政策に賛同していただける外部の方となります。構成員ではないので義務は発生しません。
- 자유국민회의 홈페이지 Q&A
일본 민주당 규약은 당원이 아닌 '서포터'들이 당 대표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서포터는 정해진 회비를 낸 사람을 뜻한다고 합니다. 우리 시각에서는 돈을 납부하면 당연히 당원이 되는 거라고 생각되는데, 규약을 보니 "당원은 제외한다"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제5장 : 지역에서 민주당 혹은 민주당 후보자를 지원하는 18세 이상의 개인(재외방인 및 재일외국인 포함)으로 정해진 회비를 갹출하여 총지부에 등록한 사람(당원 제외)을 서포터로 한다. …… 대표 선거 규칙의 규정에 따라 투표권을 가진다.
第5条 : 地域において、民主党あるいは民主党候補者を支援する18歳以上の個人(在外邦人および在日外国人を含む)で、定められた会費を拠出し、総支部に登録した者(党員を除く)をサポーターとする。…… 代表選挙規則の定めにもとづき投票権を有する。
- 일본 민주당 규약
결국, 선진국의 주요 정당들은 지도부를 뽑을 때 당원 중심 투표를 하고 있지만, 당원이 아니더라도 당의 철학과 정신을 공유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당원이 아니더라도 투표권을 주는 경우가 더러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다만, 이번 팩트체크가 특정 누군가에게 유리한 정치적 명분으로 읽히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아무리 명분이 옳다고 해도 정무적으로 고려할 게 많습니다. 국가별로 정치적 특수성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위 국가의 정당들은 특정 철학과 정신을 대변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우리의 정당은 철학적 색채가 옅기 때문에 국민 전체의 대의에 더 민감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설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시청자 분들께서 판단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SBS 사실은팀은 "여론조사로 당 대표 선출하는 나라가 없다"는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의 발언을 팩트체크 했습니다. 주요 국가, 주요 정당의 당헌 당규를 직접 확인한 결과, 당 대표를 뽑는 투표권을 당원들에게만 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실은팀은 위 주장을 '대체로 사실'로 판정합니다. 다만, 여론조사까지는 아니더라도, 비당원에게 투표권을 주며 외연을 넓히는 사례도 여럿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국가별로 정치적 환경이 다른 만큼, 우리에게 적합한 당 대표 경선 방식이 무엇인가 토론이 필요함은 분명할 겁니다.
(인턴 : 강윤서, 정수아)
이경원 기자leekw@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요즘 핫한 송중기 “미모의 영국인과 열애 중”
- “사랑하는 우리 케이티”…송중기, 영국 미녀 배우와 사랑 빠졌나?
- “산타 할아버지, 저 말고 우리 할머니 패딩 사주세요”
- '옷장 택시기사 시신' 피의자, 집에 가서 합의금 준다며 유인
- “이재명 대표 나와!”…민주당사 기습 농성하며 요구한 것은?
- 미국 폭설에 갇힌 한국 관광객 9명…집 내어준 생면부지 미국인 부부
- “사실 저희 미성년자예요”…뻔뻔한 쪽지 남기고 도망친 '신종 먹튀'
- “난생처음 수백만 원 패딩 쇼핑”…보육원 어린이 챙긴 '부부의 선물'
- 가수 서인영, 내년 2월 비연예인 사업가와 화촉
- '펑' 소리와 함께 파인 호텔 바닥…아수라장 된 결혼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