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겨울 폭풍에 휘말린 한국 관광객들에게 집 내준 미국인 부부

미국 뉴욕주 버펄로에 거주중인 알렉산더와 안드레아 캠파냐 부부는 지난 23일(현지시간) 겨울 폭풍으로 도로에서 고립돼 있던 한국인 관광객 10명을 집으로 맞이했다. | 알렉산더 캠파냐 페이스북 갈무리

미국 뉴욕주에서 겨울 폭풍에 휘말린 한국 관광객들이 미국인 부부에게 구조돼 잊을 수 없는 성탄절 주말을 보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뉴욕주 버펄로에서 평생 살아온 알렉산더 캠파냐(40)와 안드레아 캠파냐 부부는 폭설이 예고된 상태에서 성탄절 주말을 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두었다. 뉴욕주에서는 이번 겨울 폭풍으로 버펄로에 최대 110cm 눈이 내렸고, 버펄로가 속한 이리 카운티에서는 사망자가 지금까지 12명이나 발생했다. 겨울 폭풍에 익숙한 이들 부부는 며칠간 나가지 못할 것에 대비해 냉장고를 각종 식자재로 가득 채워놓은 상태였다.

그러던 중 지난 23일 오후 2시쯤 누군가 캠파냐 부부네 현관문을 두드렸다. 눈이 쌓여 도로에 발이 묶여버린 한국인 관광객들이었다. 여성 7명과 남성 3명으로 구성된 이 무리는 승합차를 타고 워싱턴에서 출발해 나이아가라 폭포로 향하던 중 뉴욕주 윌리엄즈빌에서 차가 눈 쌓인 도로에서 도랑에 빠지면서 옴짝달싹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평택에서 미국으로 신혼여행을 온 최요셉씨(27)는 눈을 파낼 삽을 빌리기 위해 주변에 있던 캠파냐 부부네 집을 찾았다.

하지만 캠파냐는 삽을 빌려주는 대신 이들을 바로 집안으로 안내했다. “우연히 여관 주인”이 된 캠파냐 부부네 집은 갑자기 들이닥친 한국인 손님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한국의 한 여행사를 통해 지난 21일 뉴욕시에 도착했는데, 최씨 부부 외에도 인디애나에서 대학을 다니는 딸과 그의 부모, 서울에서 온 20대 친구 두 명 등도 포함돼 있었다.

캠파냐 부부와 한국 관광객들은 TV를 보며 미국 프로풋볼팀 버펄로 빌스가 시카고 베어스를 꺾는 모습을 즐기고, 함께 닭볶음탕과 제육볶음 등 한국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잊지 못할 성탄절 이브를 보냈다. 원래 한국 음식을 즐기던 캠파냐 부부네 집엔 김치와 전기밥솥은 물론 맛술과 간장, 고추장, 참기름, 고춧가루까지 준비돼 있었다. 최씨는 부엌에 음식이 넉넉하게 준비돼 있었고 캠파냐 부부는 더할 나위 없이 친절했다면서 이들의 집을 찾게 된 것은 “왠지 운명 같았다”고 말했다. 캠파냐 부부도 예상치 못한 손님들의 방문이 “매우 즐거웠고 결코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며 이 경험 덕분에 한국을 방문할 계획을 세우게 됐다고 말했다.

이튿날 눈이 잦아들고 도로 제설작업이 이뤄지면서 한국 관광객들은 이들을 태우러 온 차를 타고 뉴욕시로 떠났다. 타임스퀘어에서 새해를 맞이하기로 한 최씨 부부를 제외한 나머지 관광객들은 이번 주 내에 귀국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