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병목의 시대’를 이겨낸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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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세계 곳곳의 지정학적 요지(Choke points)의 중요성이 두드러지고, 에너지·광물 등 필수 원자재가 집중된 나라의 자원 민족주의가 심화된 '병목의 시대'였다.
올 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공급망에 충격을 줬고, 최근엔 카자흐스탄 원유를 싣고 흑해에서 지중해로 나가려던 유조선들이 튀르키예 해협에서 발이 묶인 사건까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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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세계 곳곳의 지정학적 요지(Choke points)의 중요성이 두드러지고, 에너지·광물 등 필수 원자재가 집중된 나라의 자원 민족주의가 심화된 ‘병목의 시대’였다.
올 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공급망에 충격을 줬고, 최근엔 카자흐스탄 원유를 싣고 흑해에서 지중해로 나가려던 유조선들이 튀르키예 해협에서 발이 묶인 사건까지 발생했다. 튀르키예가 지난 9일 자국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유가 상한제에 따른 각종 위험을 보장하는 새 선주상호보험(P&I) 증명을 갑자기 요구하자, 보스포루스 및 다르다넬스(차나칼레) 해협을 지나려던 유조선 26척이 꼼짝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들 유조선은 1500만 배럴(약 200만톤)의 원유를 싣고 있었다. 주요 P&I 클럽이 가입한 국제 P&I그룹(IG)이 튀르키예 요구를 일부 수용한 지난 13일에야 유조선들은 다시 튀르키예 해협을 지날 수 있게 됐다.
수에즈운하는 올해 약 79억3000만달러(10조3200억원)의 사상 최고수입을 이집트에 안겼다.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좌초하면서 운수대란을 일으킨 지난해 연간 수입 63억3000만달러보다 25% 늘어난 수치다.
수에즈운하 통행요금은 내년에 10~15% 인상된다. 유럽의 에너지 위기를 알고 있는 이집트가 배짱 장사를 하는 것이다. 유럽~아시아, 홍해~지중해를 잇는 이 운하를 거치지 않으면, 유럽은 중동산 원유를 더 비싸게 사야 한다. 미국 동부와 아시아를 잇는 요충인 파나마 운하는 비싼 요금에도 불구하고 교통체증까지 앓고 있다. 지난 2016년 초대형 선박이 지날 수 있도록 만든 신운하를 개통했지만, 에너지 위기가 불거지며 멕시코만 등 미국 동남부에서 생산된 가스의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자원부국인 인도네시아는 세계무역기구(WTO)의 협정 위반 지적에도 전기차 시대 필수 광물이 된 니켈의 ‘가공 후 반출’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자원민족주의 정책은 니켈에 그치지 않고 알루미늄, 팜오일 등으로 확장 중이다.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리튬의 경우, 짐바브웨는 자국내에서 가공하지 않은 원광의 수출을 금지했고,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등에서는 관련 산업 국유화 움직임이 거세다.
주요 교역로의 통행료가 오르거나 필수 원자재의 수입이 어려워지는 것은 개방형 통상국가인 대한민국에는 위기다. 그러나 병목 시대에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은 기업들도 있다. 현대중공업은 상대적으로 요금이 저렴하고 정체가 덜한 파나마의 구운하를 지날 수 있는 대형 가스선을 개발해 연속 수주에 성공하고 있다.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POSCO홀딩스 등은 각각 인도네시아와 아르헨티나에 대규모 현지 투자를 하며 안정적인 공급망을 과시했다. 종합상사들은 수년전부터 시작한 팜 농장으로 팜오일 가치사슬의 주요 목지대를 차지하고 팜오일 가격 고공행진 수혜를 누렸고, 착유시설 등 주요 가공시설까지 확장하며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있다. 미리 내다보고 준비한 위험은 다시 올 수 없는 소중한 기회라는 점을 국내 기업들이 다시 증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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