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기 마스크' 함부로 못쓴다...'퍼블리시티권' 상속 후 존속 30년[일문일답]
'퍼블리시티권'으로 더욱 친숙…민법 명문화 추진
성명·초상·음성 등을 영리적으로 이용할 권리
당사자 사망시 '상속'도 가능…존속기간 '30년'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앞으로 유명인뿐만 아니라 인플루언서 등 일반인도 자신의 얼굴·이름·음성 등을 영리적으로 이용할 법적 권리가 생긴다. 아울러 이러한 권리는 사망 후엔 상속돼 30년간 보호받는다.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은 “국내에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법이 없어 상속 여부가 불분명하고 상속돼도 존속기간이 불분명했다”며 “법이 통과되면 (인격표지영리권의) 상속과 그 기간은 30년이라고 명백해지니 재판 기준이 보다 분명해진다”고 말했다.
정재민 심의관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열린 인격표지영리권(퍼블리시티권) 신설을 위한 민법 일부개정법률안 브리핑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법무부는 이날 입법예고한 개정안을 통해 사람의 얼굴·이름·음성 등 개인의 특징을 나타내는 요소를 ‘인격표지’로 규정하고 이를 영리적으로 이용할 권리를 명시했다. 그간 이러한 권리는 ‘퍼블리시티권(The Right of Publicity)’이라는 영어 단어로 불렸지만 법무부는 이를 우리말로 대체했다.
-초상권과 저작권과의의 유사점, 차이점에 대해 설명해달라.
△저작권은 저작물의 가치에 대해 저작물에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개인이 아닌 노래·문학 작품 등 인간 사상, 감정 표현으로 인한 창작물을 보호하는 것이다. 또 저작권을 인정하는 취지는 ‘유인’이다. 어떤 사람이 창작물을 최초로 만들었을 때 이를 보호해줘야 다른 사람이 더 많은 창작이 가능할 것이란 취지가 있다.
반면 인격표지영리권은 이런 성격과 좀 다르다. 사람 자체의 인격표지, ‘페르소나’라고도 한다. 외적인 인격표지 자체에 대해 인정되는 것이고. 유인 이론이 적용되기 어렵다. 아울러 초상권은 인격표지영리권의 일부로 보면 된다. 인격표지영리권은 큰 범주고 그 안에 초상권, 성명권, 음성권, 특정인의 특유한 동작이나 자세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실제로 인격표지영리권이 신설되면 위자료 산정에도 영향을 미치나.
△법원이 결정할 문제이긴 하나,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인격표지영리권은 재산적 가치로도 평가할 수 있다. 손해배상의 경우 흔히 재산적 손해, 정신적 손해로 나누는데 정신적 손해로 인한 위자료가 아니라 그걸 넘어서서 재산적 손해로 평가될 수도 있다고 본다.
-개정 전 인정 못 받았던 사례가 있나.
△과거 판례를 보면 굉장히 다양하다. 인격표지영리권은 대법원 판례가 없는 상황이고 1심에서는 이걸 인정하는 경우도,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아울러 초상권으로만 처리해 재산권으로 한 경우, 정신적 손해로 본 경우도 있어서 일괄적으로 얘기하긴 어렵다. 여러 가지 종류의 다른 하급심 판결들이 존재한다.
-지금껏 상속이 안 됐었다. 상속 가능해지면 분쟁도 늘어날 것 같은데.
△상속과 관련해 이 법안에서 현실적인 큰 문제는 2가지다. 첫째, 유명인이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다. 갑자기 사망하면 상속이 되는지 여부가 불분명한 거다. 어떤 사람은 상속된다는 걸 전제로 생각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미 어떤 계약을 체결헤서 광고 계약이나 인격표지 계약 체결한 경우도 있고 체결할 경우도 있는데 그럴 경우 법률관계가 좀 더 명확해질 것이다. 또 지금 권리자가 연예 기획사 등 다른 사람에게 인격 표지 활용 권한을 위임하는 경우가 꽤 있는데 이를 이용할 수 있는지, 이용 허락할 수 있는지 불분명했는데 이제는 그게 명확해지는 것이 현실적인 의의라 할 수 있다.
-인격표지영리권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은 없나.
△대법원 판결은 없다. 다만 사실상 인격표시영리권을 다룬 판결로 보이는 것은 꽤 된다. 작년 한 잡지사가 허락 없이 BTS(방탄소년단) 화보를 제작하려고 했던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나왔는데, 이때는 부정경쟁방지법을 통해 규율했다. 만약 인격표지영리권이 입법화된다면 인격권을 주장할 수 있는 사안이 되지 않겠나. 그리고 예를 들면 제임스딘 판결이 있다. 1990년대 제임스딘 유족의 퍼블리시티권 받은 신탁 회사 쪽에서 국내 제임스딘 이름의 속옷 회사들을 대상으로 소송했을 때 원고 청구가 기각됐다. 법원이 신탁 원고 청구를 인정하지 않았는데 한국은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법이 없어서 상속 여부가 불분명하고 상속돼도 존속기간이 언제까지인지가 불분명한데 시간이 많이 지나서 어렵단 취지의 판결이었다. 그런데 이런 법이 통과되면 상속된다는 게 명백해지고, 상속 기간 30년이라고 명백해지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 재판 기준이 분명해진 것이고 그에 따라 기존과는 재판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소송은 어떻게 달라질 거라 전망하나.
△과거는 초상권 침해로 소송했을 텐데 이제는 인격표지영리권 침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예방청구권까지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예방청구권을 토대로 한 소송까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인격권 범주에 있는 걸 인격권 아닌 재산권으로 한단 건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 건지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인격권 아니라 재산권으로 보장하는 취지는 무엇인가.
△인격권이면서 재산권적 성격도 갖고 있다고 하면 된다. 학계에서는 논란이 있다. 한쪽에서는 이걸 인격권으로 보는 견해가 있고 한쪽에서는 재산권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미국에서는 재산권으로 다뤄지고 있고 독일은 여전히 인격권 일부로 보지만 재산적 성격도 있다고 본다. 어느 쪽으로 보는지에 따라 근본적으로 다른데 재산권으로 보면 다른 물건에 대한 재산과 마찬가지로 양도와 상속이 당연히 가능해진다. 근데 인격권으로 본다면 양도와 상속은 불가능해진다. 일신전속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데 인격권이지만 재산적 성격이 있고 그래서 저희 같은 법안은 양도는 불가능하지만 이용 허락을 해줄 수 있고 신념에 반하는 중대 사유가 있으면 철회 가능하다고 했다. 인격권 성격이 전혀 없으면 신념에 반한다고 철회할 수는 없는 것이다. 법적 성격은 학계 판례로 더 구체화되는 것이라 법 제안 이후는 학계 판례 발전에 맡겨두려고 한다.
-유명인의 직접적 사진이나 음성을 사용하는 게 아닌, 유명인 성대모사를 광고에 이용한다든지 캐리커쳐하는 경우도 인격표지영리권 침해에 해당하나.
△경계에 있는 사례로 보여 말씀드리기 어렵다. 사안에 따라 여러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 또 예시처럼 성대모사하는 거랑 캐리커쳐는 또 다르다. 캐리커쳐는 이미 사람을 흉내내는 거고 성대모사도 음성 자체를 흉내내는 거라 애매한 것 같다. 1차적으로 쓰는 게 아니라 걸러서 쓰는 거라 판단이 어려워보인다.
-인격표지에 어떤 것이 포함되나.
△표지라는 건 외적으로 보여지는, 식별할 수 있는 표지를 의미한다. 한 사람이 그 사람이라고 특정할 수 있는 것들이다. 외모·이름·목소리도 표지가 된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외적 특성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담은 취지다.
-인격표지의 정당한 사용이 있는 경우는 이용 허락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 경우 언론 취재 외에도 어떤 경우가 해당되나.
△언론 취재도 그렇지만 주로 다큐멘터리 제작이나 방송 패러디 등이 포함될 거라 생각한다. 다만 이 역시 판례나 학설로 발전돼야 할 부분이라 조심스럽다.
-부정경쟁방지법은 연예인 등 유명인에 국한된다면 민법은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만든다는 차이로 이해하면 되나.
△첫번째로 적용 범위에서 큰 차이가 있고 두번째로는 부정경쟁방지법은 권리 귀속에 대한 얘기가 없다. 사망 후 어떻게 되는지, 사망 후 몇년이 존속되는지, 침해제거·예방청구권 등 권리 구제수단이 없는데 저희는 민법에 근본적인 권리 귀속과 권리 구제 수단에 대해 규정했다는 차이가 있다.
-예방청구권은 정확히 어떻게 행사할 수 있나. 인격표지를 함부로 쓰지 말라고 법원에 권리행사를 하는 것인가.
△사법상 권리니 법원을 통해서도 가능하고 사인 간에 먼저 청구할 수 있다. 누군가 내 인격표지 쓰려는 것을 미리 알았을 때 내용 증명을 보내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이때 응하지 않으먼 법원에 소송도 할 수 있다.
-정당한 이익이 있는 사람은 허락 없이도 합리적 범위에서 인격표지를 영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개정안 제3조3의 4항은 다소 모호해 보인다. ‘정당한 이익’이라는 게 추상적이지 않나. 입법예고 후에 구체화되는 건가.
△개인정보보호법에 ‘정당한 이익’이라는 개념이 있다. 물론 법 취지가 달라서 같이 적용되진 않을 수 있겠지만 그렇고. 민법은 개인이 사용하는 거라 추상적 개념이 많고, 많을 수밖에 없다. 공법은 국가가 쓰는 거라 어떤 입장에서 언제, 어떻게 쓰겠다고 비교적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지만 사법은 수천만이 각자 입장에서 처지와 상황에 맞춰 쓰기에 아주 구체적으로 만들면 사용하지 못한다. 그래서 민법을 보면 기본법이라 불확정 개념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는 사용자가 사정에 맞게 쓰고. 법원 판결이 나오면 장시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구체화된다. 그런 특성을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지난 4월에 입법예고한 인격권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인격권은 국회 제출 직전에 필요한, 거쳐야 할 절차를 다 거쳤고 국무회의·차관회의를 앞두고 있다. 인격권과 인격표지영리권이 밀접한 관련이 있고 바로 3조에 2·3호로 연결돼있다. 그래서 일단 인격표지영리권 입법예고를 다 마치고 수정할 건 수정하고 그 경우에 또 인격권 손봐야할 일도 늘어날 수 있다고 봐서 완성되면 같이 국무회의·차관회의 거쳐 국회에 제출 하려고 한다.
김윤정 (yoon9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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