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 속 택시기사 시신..."음주사고 합의금으로 유인해 살해"

20일 고양서 교통사고 후 파주로 유인
둔기로 살해 후 시신 유기하고 증거 인멸
경찰, 오늘 구속영장 신청 예정

폴리스라인. 게티이미지뱅크

경기 파주의 한 아파트 옷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택시기사는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는 30대 남성에 의해 살해당한 뒤 유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피의자는 음주운전으로 접촉사고를 낸 뒤 합의금 지급 명목으로 택시기사를 자신의 집으로 유인한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 일산동부경찰서는 26일 "살인 및 사체 은닉 혐의로 체포된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일 오후 11시쯤 고양시의 한 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B씨가 운전하는 택시와 접촉사고를 냈다. 사고 직후 A씨는 "경찰을 부르지 않으면 합의금과 수리비 등을 충분히 주겠다"며 B씨를 파주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B씨와 얘기를 하다 시비가 벌어졌고, 우발적으로 둔기로 B씨를 살해한 후 옷장에 시신을 숨겼다"고 진술했다. 범행 이후 A씨는 평소와 같이 생활했지만, 사건 발생 5일 만에 피해자 가족의 실종신고와 여자친구의 신고로 덜미가 잡혔다. B씨 딸은 전날 오전 3시 30분쯤 B씨가 전화를 받지 않고 "바빠" 등 짧은 문자만 보낸다는 사실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같은 날 오전 11시 22분쯤에는 "파주의 아파트 옷장 안에 죽은 사람이 있다"는 A씨 여자친구의 신고가 접수됐다. 옷장 속의 시신이 실종신고된 B씨라는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집주인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에 나서 전날 일산서구 대화동의 한 대학병원에서 A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범행 이후 B씨의 택시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본인 차량과 택시의 블랙박스 기록을 모두 삭제한 것으로 확인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건 경위 파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B씨 시신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A씨 차량과 B씨 택시 블랙박스와 A씨 휴대폰 등에 대한 포렌식 분석도 진행 중이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