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부잡]아파트 할인 분양 급증…먼저 산 사람은요?

이하은 2022. 12. 2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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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계약자에 '할인 분양' 소급 적용 의무 없어
계약 이후 조건까지 보장하는 '안심보장제'가 최선

입주지원금 7000만원 지원! 이런 분양가 더 이상 없다!

현재 분양 중인 대구의 한 아파트 웹사이트에는 이런 홍보 문구가 걸려있습니다. 입주지원금 명목으로 분양가를 할인해주는 건데요. 최근 분양시장 침체가 심각해지면서 이런 '할인 분양'을 진행하는 단지가 늘었습니다.

철 지난 상품을 할인하는 '이월 세일'도 아닌, 아직 입주도 하지 않은 아파트를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겁니다. 하지만 할인 전에 계약한 입주 예정자들은 이런 혜택을 못 받을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아니, 일찍 마음을 정한 게 잘못인가요?

할인 분양 '소급' 의무 없다

대구에는 올해 들어 할인 분양을 진행하는 단지가 속속 생겼습니다. 집값이 급격히 하락한 데다 미분양 물량도 많은 지역인데요. 정당 계약률이 너무 저조해 악성 미분양이 우려되자 할인에 나선 겁니다. 

올해 9월 분양한 서구 내당동 '두류 스타힐스'는 분양가의 10%를 할인 중입니다. 전 물량이 전용 84㎡로 분양가가 6억8000만원이니 약 6800만원을 깎아주는 셈입니다. 앞선 1·2순위 청약에선 총 195가구를 모집했는데 64명이 청약하는 데 그쳤습니다.

지난 3월 분양을 시작한 수성구 신매동 '시지 라온프라이빗'은 가구당 7000만원을 할인하고 있습니다. 이 단지 역시 전 물량 전용 84㎡로 최초 분양가는 최고 7억9980만원이었고, 할인율은 약 8.8%입니다.

공급자들의 절박함은 서울이라고 예외가 아닙니다. 처음 분양 때부터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던 강북구 '칸타빌 수유 팰리스'가 15% 할인에 나섰고, 구로구 '천왕역 모아엘가 팰리스'도 1가구당 3000만원을 깎아주고 있습니다.

기존 계약자들은 분통이 터지는 상황입니다. 상품의 가치가 떨어져 할인하는 것도 아니고, 아직 입주도 못 한 아파트를 일찍 샀다는 이유만으로 더 비싸게 사게 된 겁니다. 건설·시행사가 변경된 계약조건을 소급 적용할 의무는 없어서 공급자의 배려에 기대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과거 할인 분양을 진행했던 단지들에선 입주 예정자 간 갈등이 심각했습니다. 최초 계약자들이 할인된 가격으로 계약한 사람들의 동·호수를 공개하고, 이삿짐을 들이지 못하게 정문을 막는 등의 무력 다툼까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김예림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분양가 할인은 집값에도 영향을 줘 민감할 수 있지만, 당사자 간의 합의인 계약조건 변경을 강요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현실적으론 공급 주체가 책임감 있게 분쟁을 조정하기를 기대하는 게 최선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모집공고 취소까지…막막한 건설사

앞으로는 할인 분양으로 내몰리는 단지들이 더 많아질 거라는 예측이 나옵니다. 청약 수요가 감소하면서 미분양 가구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경기가 더 나빠지기 전에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가격을 내려 파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가구 수는 4만7217가구로 작년 말(1만8000가구)에 비해 크게 늘었습니다. 통상 미분양 가구 수가 5만 가구를 넘으면 본격적인 '부동산 침체기'라고 봅니다.

입주 예정자 간 갈등을 최소화하려면 기존 계약자들에도 같은 할인 조건을 제시하는 방법이 최선입니다. 계약 이후 분양시장 상황에 따라 더 좋은 조건이 나오면 계약자 모두에게 보장해주는 일명 '계약조건 안심보장제'입니다.

대구 '달서 롯데캐슬 센트럴스카이'와 경남 거제 '거제 한신더휴', 강원 '원주 롯데캐슬 시그니처' 등이 이미 안심보장제를 약속했습니다.

아예 모집공고를 취소하고 재분양을 노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시장 상황이 좀 더 나아지길 기다리거나, 분양가 등 기존 조건을 원점에서 재편하는 식입니다. 이 경우 계약자들에게 위약금을 물어야 해 손실이 발생하지만, 악성 미분양 등의 우려는 덜 수 있습니다.

올해 분양한 인천 '서희스타힐스 더 도화'와 전남 광양 '더샵 광양 라크포엠' 등이 계약 취소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서희스타힐스 더 도화의 청약 경쟁률은 3.4대 1이었지만 미계약분이 104가구에 달했고, 더샵 광양 라크포엠은 애초 청약 때부터 미달이 발생한 바 있습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안 팔린다고 해서 분양가를 낮추거나 모집공고를 취소하는 것 모두 건설사 입장에선 참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며 "브랜드 가치 하락도 우려되기 때문에 분양에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하은 (le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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