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의 성탄전야, 난민들을 부통령 집 앞에 떨군 텍사스주지사

이본영 2022. 12. 26.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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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덮친 한파로 워싱턴 기온이 영하 10℃ 가까이로 내려간 크리스마스 이브에 텍사스주가 무단 월경자들을 또다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관저 앞에 대책도 없이 내려놔 비인도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24일 밤 10~11시께 워싱턴에 있는 해리스 부통령의 관저 앞에 여러 대의 버스가 도착해 중남미에서 온 망명 신청자 130여명을 내려놨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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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에 있는 부통령 관저. AP 연합뉴스

미국을 덮친 한파로 워싱턴 기온이 영하 10℃ 가까이로 내려간 크리스마스 이브에 텍사스주가 무단 월경자들을 또다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관저 앞에 대책도 없이 내려놔 비인도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24일 밤 10~11시께 워싱턴에 있는 해리스 부통령의 관저 앞에 여러 대의 버스가 도착해 중남미에서 온 망명 신청자 130여명을 내려놨다고 보도했다. 혹한에 낯선 곳으로 보내진 이들은 에콰도르·쿠바·니카라과·베네수엘라·페루·콜롬비아에서 출발해 멕시코 국경을 넘어 텍사스주에 도착한 이들이었다.

남쪽 나라에서 온 이들은 방한복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일부는 티셔츠나 반바지 차림이었다. 그나마 텍사스주는 애초 이들을 뉴욕으로 보내려다 그곳 한파가 너무 심해 워싱턴에서 버스를 세웠다고 <시엔엔>(CNN)이 전했다. 다행히 텍사스주 시민단체로부터 이송 소식을 입수한 워싱턴의 구호 단체가 이들을 차에 태워 교회 건물로 데려갔다.

압둘라 하산 백악관 부대변인은 성명을 내어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크리스마스 이브 영하의 날씨에 어린이들을 길거리에 버렸다”며 “잔인하고, 위험하고, 부끄러운” 짓이라고 비난했다. 텍사스주가 지역구인 호아킨 카스트로 민주당 하원의원도 트위터에 “크리스마스 이브의 추운 날씨에 돈도 다른 수단도 없는 이들을 부통령 관저 근처에 내려놨다”며 “애벗 주지사는 이 얼마나 기독교인적인 사람인가”라고 비꼬았다.

애벗 주지사를 비롯한 미국~멕시코 국경 지역 공화당 주지사들은 올해 4월부터 망명 신청자들을 비행기나 버스에 태워 민주당 주정부 지역인 매사추세츠주나 연방정부 중심지인 워싱턴으로 보내고 있다. 뉴욕, 시카고, 필라델피아로도 예고 없이 보내지기도 했다. 공화당 주지사들은 이렇게 해야 민주당 쪽이 국경 관리의 어려움을 알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애벗 주지사는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연방정부가 즉각 국경 경비를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앞뒤가 안 맞는 것은 북미 지역을 강타한 혹한 속에 월경자들을 남부 텍사스에서 워싱턴으로 대책 없이 보낸 애벗 주지사가 국경 단속 강화 이유로 ‘추위’를 꼽은 점이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 서한 첫 문장에서 텍사스에 추위가 닥쳐오는데 남부 국경이 허술하다면서 “당신의 무대책이 이주자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멕시코 국경을 통해 미국 입국을 시도하는 이들이 증가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시행된 ‘42장’ 조처를 두고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보건법을 근거로 한 이 조처는 적발된 월경자들을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다는 이유로 바로 멕시코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와 하급 법원은 이 조처의 폐지를 추진해 애초 21일부터 없어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폐지 이틀 전 19일 연방대법원이 공화당 주정부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존치 결정을 내렸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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